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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성장 막아라, 역대 최대 재정 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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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가 올해 경제 성장률과 일자리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내려가지 않게 막아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역대 최대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고 한국판 뉴딜과 고용·투자·소비 살리기 정책을 총동원하겠다는 뜻이다.

올 성장률 0.1%, 고용 감소 0 목표 #한국판 뉴딜엔 6년간 76조 투입 #문 대통령 “사상 최대 3차 추경” #한은·국제기관 역성장 전망과 차이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오후 청와대에서 제6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최우선에 두고 정부의 재정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단일 추경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3차 추경을 편성했다”며 “국회의 조속한 심의와 처리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이번 추경에 담은 한국판 뉴딜 사업은 시작일 뿐”이라며 “7월 종합계획에는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큰 그림과 함께 (현) 정부 임기까지 이룰 구체적인 구상을 담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추경안이) 합리적 근거를 갖고 만들어지면 협조해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합동 브리핑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0.1%로 제시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8일 제시한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0.2%)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성장률을 -1.2%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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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부총리는 “(성장률 전망에는) 추경을 포함한 정책 효과와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대내외 여건을 종합 감안할 때 올해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코로나19가 국내적으로는 상반기, 세계적으로는 하반기에 진정된다면 3분기 이후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이 가시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6년 동안 76조원을 투입하는 한국판 뉴딜로 경제 성장판이 닫히지 않게 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까지 31조3000억원을 투자해 일자리 55만 개를 만든다는 목표도 세웠다. 2023~2025년에는 45조원을 쏟아붓는다. 문 대통령은 1일 비상경제회의에서 당·정·청의 협업으로 내용을 보강하고 범정부적인 추진체계를 만들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모든 위기 국면마다 극복 과정에서 (국민 삶의) 격차가 벌어져 왔다”며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다시 격차가 벌어져선 안 되고 격차가 좁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사 고용유지 협약 땐, 6개월 임금 지원하고 세무조사 유예

홍 부총리는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로 구성된다”며 “단기적인 위기 극복, 일자리 대책뿐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래를 대비하는 성격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고용·투자·소비 급감에 대한 대책도 내놨다. 임금을 깎는 대신 고용을 유지하기로 노사가 합의하면 6개월간 임금 감소분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한다. 고용 유지 협약을 맺은 중소기업은 세무조사를 3년간 유예한다. 정부는 정책 패키지가 효과를 발휘하면 올해 취업자 수가 지난해 수준(2712만3000명)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분기 수출 경기가 본격적으로 악화하고 있어 경기 지표가 마이너스로 내려가는 걸 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수출액은 지난 4월(-25.1%)과 5월(-23.7%) 두 달 연속으로 급감(전년 동월 대비)했다.

더 과감한 규제 개혁과 기업 투자 촉진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뜯어보면 기존 대책을 보완·추가하는 정도의 ‘재포장’이 적지 않다. 원격의료 제도화나 수도권 규제 완화 같은 ‘뜨거운 감자’는 손도 대지 못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구개발(R&D) 확대, 신사업 육성 등 민간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규제는 그대로 두고 재정 투자만 늘리고 있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재정 투자는 결국 다음 세대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이번 대책은 공공·임시 일자리만 늘리고 재정 건전성을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호 기자, 세종=조현숙·허정원·임성빈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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