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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검 ‘한명숙 위증의혹’ 인권감독관에 배당, 복권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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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중앙지검이 1일 한명숙(76) 전 국무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사건에서 검찰 수사팀이 증인에게 허위 증언을 종용했다는 진정을 인권감독관에게 배당했다. 지난달 초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가 한 전 총리 사건 수사 과정의 의혹을 제기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추미애 “가볍게 봐선 안되는 사건” #당시 수사팀엔 윤석열 측근 많아 #법조계 ‘윤 총장 힘빼기’ 분석도

인권감독관실은 각 검찰청의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진정이 접수될 경우 해당 사건을 조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강제수사권은 없지만 조사 후 수사 필요성이 제기되면 해당 검찰청에 사건 재배당을 요청할 수 있다. 추미애(62) 법무부 장관은 이날 “이번 사건을 진정 사건 정도로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조계에선 이번 배당이 추 장관과 여권이 추진하는 ‘한명숙 복권론’의 첫 번째 단계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한 추 장관은 사전 녹화된 인터뷰에서 “(한 전 총리 의혹을) 상당히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제대로 된 조사가 아니면 안 된다. 누구나 납득할 만한 조사여야 한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검찰의) 잘못된 수사 방법을 뿌리 뽑아야 한다. 제도 개선을 위해서라도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전 총리 위증교사 의혹에 대한 A씨의 진정은 지난 4월 법무부에 접수됐다. A씨는 한 전 총리에게 불법정치자금 9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았던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동료 수감자였다. A씨는 당시 검찰로부터 거짓 진술을 강요받아 법정에서 한 전 총리와 한 전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는 진정을 냈다.

일각에선 추 장관과 여권이 7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검찰 인사를 앞두고 검찰을 다잡으려는 의도도 갖고 있다고 본다. 강제수사권은 없지만 진정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면 당시 수사팀에 대한 압박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한 전 총리 수사팀이 윤석열(60) 검찰총장과 가까운 특수통 검사들이란 점에서 ‘윤석열 힘빼기’란 분석도 제기된다.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한 현직 부장검사는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한 전 총리 사건을 여권에서 왜 지금 꺼내는지 그 의도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 수사팀 관계자는 “한 전 총리 사건은 당시 법원에서 치열한 법정 공방을 거쳐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이라며 위증교사 의혹은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다.

한 전 총리는 2010년 7월 한만호씨에게 불법정치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한 전 총리에겐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300여만원이 선고됐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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