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왜 티머니만 밀어주나…논란의 '택시비 계산앱'

중앙일보

입력 2020.06.01 16:00

업데이트 2020.06.01 19:14

앱미터기를 장착하고 영업중인 서울시내 개인택시 내부 모습. 1번은 앱미터기 프로그램을 깐 티머니 카드결제 단말기, 2번은 비닐로 가려 놓은 기존의 전기(기계)식 미터기. 박민제 기자

앱미터기를 장착하고 영업중인 서울시내 개인택시 내부 모습. 1번은 앱미터기 프로그램을 깐 티머니 카드결제 단말기, 2번은 비닐로 가려 놓은 기존의 전기(기계)식 미터기. 박민제 기자

최근 서울시에 '앱(App) 미터기'를 적용한 택시가 등장했다. 기존 전기식(기계식) 미터기는 비닐로 가려놓고 티머니 카드결제 단말기 안에 깔아 놓은 앱으로 택시 요금을 계산한다.
택시산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진상조사에 나섰다. 국토부 검정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실제 서비스를 시작해서다. 앱 미터기 이용으로 발생한 피해가 있는지도 살펴보는 중이다. 앱 미터기 출시를 준비 중이던 IT 기반 모빌리티 업체 사이에선 '티머니의 부정 출발'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승객들은 기존 미터기 없이 앱 미터기에 찍힌 금액만으로 결제하는 상황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앱 미터기가 뭐길래 '뜨거운 감자'가 됐을까.

무슨 일이야?

· 티머니는 지난 4월 중순부터 서울 지역 택시 10%에 앱 미터기를 달고 ‘필드테스트’에 들어갔다.
· 서울 전체 택시 면허 대수는 7만 1806대(2월 말 기준,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집계)다. 이 중 10%면 약 7000여 대로 추산.

전기식 미터기를 왜 바꿔?

지난해 2월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서 수백 명의 택시 기사들이 미터기 수리를 위해 차량을 주차하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지난해 2월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서 수백 명의 택시 기사들이 미터기 수리를 위해 차량을 주차하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 택시 기본요금이 오를 때마다 대란(大亂)을 겪어서다.

· 지금 택시에 사용하는 전기식 미터기는 '인터넷에 연결 안 된 컴퓨터'와 같다. 기사가 미터기를 일일이 들고 직접 공인 업체를 방문해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수동으로 받는다.
· 지난해 2월 택시요금 인상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루 8000여대 넘게 교체했지만 열흘 가까이 걸렸다. 교체비용만 40억원. 대안으로 나온 게 앱 미터기다.

앱 미터기는 뭐가 달라? 

지난해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에서 임시 허가를 부여받은 앱미터기. 티머니, 리라소프트, SK텔레콤, 카카오모빌리티 등이다. [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난해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에서 임시 허가를 부여받은 앱미터기. 티머니, 리라소프트, SK텔레콤, 카카오모빌리티 등이다. [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결제 단말기나 스마트폰에 깔아서 쓴다. 요금이 바뀌면 관리센터에서 일괄적으로 업데이트 할 수 있다. 요금 계산할 때는 위치 정보를 알려주는 위성항법장치(GPS)와 바퀴회전수를 측정하는 운행기록 자기진단장치(OBD)를 활용한다.
· 현행 법은 전기식 미터기만 허용한다. 그래서 앱 미터기를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IT 기업들이 손을 들었다. '규제 좀 잠깐 없애달라'고.
· SK텔레콤·카카오모빌리티·우버·KST모빌리티·티머니·리라소프트 등은 지난해 앱 미터기에 대해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했다. 규제샌드박스는 기존 규제 적용 대상에서 일정기간 제외하는 방식으로 신사업을 지원하는 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9~10월 앱 미터기에 대해 2년간 임시허가를 부여했다. 이 중 티머니만 사업을 시작했다.

허가받았는데, 왜 논란?

· 규제샌드박스 임시허가에 붙은 조건을 티머니가 충족하지 않아서다. 조건은 ‘앱 미터기 임시 검정기준’에 맞는지 국토교통부(교통안전공단) 확인 후 사업을 개시하라는 것.
· 티머니가 사업을 개시한 이후인 지난 5월에야 국토부는 각 업체에 임시검정 기준을 보냈다. 즉, 티머니는 국토부 검정 기준이 나오기도 전에 앱 미터기를 실제 택시요금 계산에 사용한 것이다. 티머니 관계자는 “정식 서비스에서 문제 생기는 걸 막기 위한 필드테스트 차원”이라고 말했다.
· 다른 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검정 기준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는데, 티머니만 이를 무시하고 먼저 시작한 것은 부정출발'이라고 주장한다.

티머니가 누군데?

서울시는 티머니 1대 주주다. [사진 티머니]

서울시는 티머니 1대 주주다. [사진 티머니]

· 티머니의 1대 주주가 서울시라서다. 서울시는 티머니 지분 36.16%를 가지고 있다.
· 서울시는 지난 2월 티머니 앱 미터기에 대해 자체 검정을 했다. 그리고 티머니에만 공문을 보내 “조속히 앱 미터기를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서울시가 티머니를 밀어주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 티머니는 이미 '교통결제' 시장의 최강자다. 택시요금 카드 정산서비스 사업자(승객이 택시비를 카드로 결제하면 여러 수수료를 정산해 나눠주는 역할)로 전국 택시 25만대 중 18만대에 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 스타트업계는 반발한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여러 IT기업이 동시에 앱미터기 임시허가를 받았는데 지방자치단체가 1대 주주인 업체 먼저 사업을 시작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처음 시장에 나오는 앱 미터기 같은 신산업이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해선 모든 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입장은? 

서울시는 지난 2월 티머니에 앱미터기 적용을 조속히 시행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회신했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는 지난 2월 티머니에 앱미터기 적용을 조속히 시행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회신했다. [사진 서울시]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티머니 앱미터기는 시스템 안정화를 위한 시범서비스라고 설명한다.

· 서울시 택시물류과 관계자는 "앱 미터기와 다른 기능을 연동하는데 안정화 작업이 필요해 베타 서비스를 하는 것"이라며 “티머니와 검증했을 때 택시 운행정보관리시스템(TIMS) 연결 부분을 제외하고는 앱 미터기 자체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업체와 시행시기가 길어봐야 한두 달 차이"라며 “오히려 지난해 3월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했지만 1년 넘게 기다렸는데 검정기준이 나오지 않아 사업이 지체된 게 더 큰 문제"라고 반박했다.

국토부는 어떻게 처리할까

티머니의 규정 위반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

· 국토부 관계자는 “(티머니의 시범서비스가) 절차상 문제가 있고 시범 적용이라기엔 대수도 많다”며 “최근에 이 사실을 알게 돼 업체측 소명을 듣고 진상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정받기 전 앱 미터기 사용으로 이용자 피해가 발생했는지도 조사할 것"이라며 "피해가 있다면 보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시는 규제샌드박스 앱 미터기 검정과 관련해 어떤 권한도 없다”고 덧붙였다.
· 국토부는 검정 기준을 지나치게 늦게 만들었다는 지적에는 “준비가 안 된 업체들이 많아 협의하느라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 규제샌드박스 임시허가 관련 위반 사실이 있는 경우 두가지 조치가 가능하다. 시정 명령 임시허가 취소(정보통신융합법 38조). 국토부는 사실관계 조사 후 조치방향을 정할 계획이다.

더 알면 좋은 점

지난해 2월 서울 마포구 난지천 공원 주차장에서 택시기사가 교체된 미터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2월 서울 마포구 난지천 공원 주차장에서 택시기사가 교체된 미터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앱 미터기는 국내 모빌리티 업체 서비스 개발과 확장의 핵심 연결고리. 다양한 요금과 서비스를 연동하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 앱 미터기는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새 여객자동차법에 따라 등장할 ‘규제 혁신형 플랫폼 택시’에서 더 중요해졌다. 플랫폼 택시에선 요금 체계가 다양해지고 자주 바뀔 수 있기 때문.
· 앱 미터기에서 확보한 데이터는 차량 배차 및 관제 시스템 고도화에 필수다.
· 차두원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전략연구실장은 “앱 미터기가 도입되면 다양한 요금상품을 간편하게 적용할 수 있어 사용자 편의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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