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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유럽이 우릴 규제해달라" 페북의 생뚱맞은 애걸, 왜

중앙일보

입력 2020.05.21 05:00

업데이트 2020.05.21 09:2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페이스북·구글 등 거대 IT 기업의 규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안면인식 등 정보기술(IT)이 중국식 '감시사회'의 확산 도구로 활용될 조짐이 보이자, 실리콘밸리는 '차라리 유럽이 우릴 규제해달라'고 할 정도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 2월 유럽위원회(EC)를 만나기 위해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 2월 유럽위원회(EC)를 만나기 위해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무슨 일이야?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18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집행위원과의 화상통화에서 "EU가 IT 기업에 대한 규제의 글로벌 기준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지 않으면 세계 각국이 중국식 규제를 모델로 삼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그는 "서구 민주국가에서 나온 투명한 규제를 확보해야 한다. 중국 모델에서는 인권도,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존중할 필요가 없어진다"고도 했다.

왜 중요한데?

IT시장은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에 유럽이 제재를 가하는 3파전 양상이다. 사진 셔터스톡

IT시장은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에 유럽이 제재를 가하는 3파전 양상이다. 사진 셔터스톡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확진자의 위치를 추적하는 등 감시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자, 미국 기업이 유럽에 규제를 요청한 것이다. 선제적이되 민주적인 규제를 만들어달라는 것. 그런데 왜 유럽일까.

· 미국 실리콘밸리에 시장을 내준 유럽은 상대적으로 시장의 규칙을 강조해왔다. 2018년 도입돼 세계 개인정보보호법의 표준이 된 GDPR이 대표적인 예.
· 미·중 G2가 기술 패권을 다투는 무대에서도 유럽은 심판 역할을 하고 있다. '시장의 기술 리더십' 미국이 달리고 '정부 주도' 중국이 추격하면, 유럽은 인권·세금·독점 방지 등을 들며 단속하는 식.
· 규제를 원하는 기업이 있을까 싶지만, 실리콘밸리 일부 기업들은 과잉 규제를 막기 위해서라도 '심판 유럽'의 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을 원한다. 그 파급효과를 알 수 없는 인공지능(AI) 분야가 대표적이다. 프란체스카 로시 IBM AI 윤리 총괄은 "EU의 'AI 백서'는 과잉규제를 막기 위한 정밀 규제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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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어떻게 규제하겠대? 

EU는 지난 2월 19일 유럽의 AI 경쟁력 강화와 AI 기술 규제를 위한 'AI 백서'를 발표했다. 향후 유럽 내 AI 관련 입법을 위한 초안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이날을 "미국·중국으로 간 기술 패권과 유럽의 데이터를 되찾으려는 유럽의 디지털 독립기념일"이라고 칭했다.

· 백서의 핵심은 ①유럽 내 데이터 단일시장 구축 ②의료·자율주행·생체인식 등 고위험 AI 기술의 규제 강화다. 특히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강(强)인공지능'에 대해선 데이터 활용 강도, 인간의 감독 수준 등 EU가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기술기업에 제재를 가하겠다고 했다. 유럽에서 돈 벌려면 유럽의 룰을 따르라는 것.
· 구체적인 실행안은 자문을 거쳐 올해 말 확정된다. 27개 EU 회원국의 승인과 유럽의회의 비준을 받으면 곧장 실행된다.
· 이런 규제의 중심엔 '실리콘밸리의 저승사자'가 있다.AI 백서의 주도자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집행위(EC) 수석부위원장의 별명이다. 그는 애플의 조세피난처 혐의, 구글의 광고 독점 등에 과징금을 매겨온 '미국 기업 사냥꾼'이다. 2014년부터 구글이 부과받은 과징금만 약 10조원.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수석부위원장 [로이터=연합뉴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수석부위원장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은?

유럽으로부터 이렇게 막대한 과징금을 받고도 미국 IT기업들은 "그래도 중국보단 유럽이 낫다"고 말한다.

· 중국은 14억 인구에 신용점수를 매겨 혜택과 불이익을 정하는 사회신용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재판·납세·법 위반 기록 등이 신용 평가의 척도다.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자녀의 대학 합격도 취소될 수 있다.
· 인구 1000명당 감시 카메라가 가장 많은 도시 10곳 중 8곳은 중국이다. 코로나19 방역 때도 중국은 군중 해산을 위해 드론 카메라를 활용했다.
· 중국의 생활 서비스는 '솨롄(刷臉·얼굴 인식)화' 되고 있다. 솨롄을 통한 결제, ATM 출금, 기차역 출입 등이 이뤄진다.

중국은 안면 인식 기술을 '중국 제조2025' 계획의 일환으로 개발 중이다. 사진 셔터스톡

중국은 안면 인식 기술을 '중국 제조2025' 계획의 일환으로 개발 중이다. 사진 셔터스톡

그럼 한국은? 

한국도 '합법적 감시사회'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 이동통신3사는 보건당국 요청에 따라 4월 말~5월 초 서울 이태원 일대 방문자 1만명의 개인정보를 제공했다. 사생활 침해 논란이 불거졌다. 기 소르망 전 파리정치대학 교수는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에 대해 "선별적 격리조치를 통해 최고의 결과를 얻었다"고 하면서도 "매우 감시받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 오는 8월 시행되는 '데이터3법'이나 지난해 12월 발표된 'AI 국가전략'은 규제보다는 산업 진흥에 방점을 두고 있다. 김경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과장은 "유럽의 AI 백서 같은 규제 입법을 위한 정부 차원의 조사는 아직 없지만, 인간을 위협하는 강인공지능은 규제가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지능정보사회기본법은 국민 생명에 위해를 가한 경우 기업 등에 알고리즘 공개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도 말야

글로벌 IT기업들은 코로나19 발생 전에도 유해 콘텐트 등에 대한 비판이 세지자 자율 규제에 들어갔다.
· 순다 피차이 알파벳 겸 구글 CEO, 버지니아 로메티 IBM 전 CEO 등 글로벌 IT 기업 수장들은 올해 초부터 "AI에 대한 정밀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페이스북은 지난 6일 콘텐츠감독위원회 20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들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페이스북 내 가짜뉴스와 혐오발언을 거르는 독립 기구로 활동한다.

뉴스가 답답할 땐, 팩플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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