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스포티파이 1230억 투자···글로벌 '팟캐스트' 경쟁 왜

중앙일보

입력 2020.05.28 07:29

업데이트 2020.05.28 09:03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1위 스포티파이가 지난 20일 미국 코미디언 조 로건(Joe Rogan)에게 1억 달러(1230억원)를 주고 팟캐스트 독점권을 계약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해 8월 트위치 게임스트리머 '닌자(타일러 블레빈스)' 독점에 쏟아부은 5000만 달러(616억원)의 2배.

조 로건이 누구?

· 조 로건(54)은 코미디언 출신 방송인으로 10년간 이종격투기 해설가로 활동했다. 2009년 첫 팟캐스트를 시작, 지난해 전세계 최고수익을 올린 팟캐스터(3000만 달러, 포브스 기준)로 등극했다.
· 그가 진행하는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는 정치·사회 토크 쇼.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버니 샌더스 등이 출연해 11년간 1500편의 에피소드가 쌓였다. 한 달 평균 다운로드는 1억 9000만건, 유튜브 구독자는 730만명이다.

왜 중요해?

· 글로벌 콘텐트 공룡 간 구독 경쟁의 신무기가 '팟캐스트'로 바뀔지 주목되기 때문. 최근 콘텐트시장은 영상이 주도했다. 유튜브, 넷플릭스, 디즈니 , 애플TV 등의 경쟁에 퀴비, HBO 맥스 등도 속속 참전 중.

· 글로벌 영상 스트리밍 시장 규모는 올해 1100억 달러(136조원, 보스팅컨설팅 그룹). 팟캐스트는 10억 달러(1조 1000억원, 딜로이트)로 시장 크기로는 영상의 10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 그럼에도 스포티파이는 로건에게 1억 달러를 안겼다. 스포티파이는 지난해 김릿·앵커·파캐스트 등 팟캐스트 업체 3곳을 인수하는 데 4억 달러(4900억원)를 쓰며 팟캐스트에 본격 진출했고, 올해도 스포츠 팟캐스트 '더 링어'를 인수했다.

스포티파이

스포티파이

무슨 의미야?

· 스포티파이의 배팅 이유는 '독자'다. 전세계 팟캐스트·오디오북 사용자는 5억명으로 추산된다. 2016년 5700만명이던 미국 사용자는 올해 1억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시장조사업체 스태디스타).
· 주간 단위 청취자 특성을 보면 12~34세 젊은 독자가 절반이 넘고, 주당 6회를 청취해 충성도가 높다. 컨설팅그룹 딜로이트는 "팟캐스트 사용자는 젊고, 교육수준이 높으며, 소득수준이 높은 매력적 사용집단"이라고 분석했다. 구독과 광고에 최적화된 독자라는 것. 올해도 팟캐스트 시장은 30%나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 지난해부터 팟캐스트에 집중 투자한 스포티파이의 유료 구독자도 급증했다. 지난해만 31%가 늘어 1억 3000만명을 넘었다. 1억 6700만명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한 넷플릭스에 육박하는 수치.
· 스포티파이가 공격적 배팅에 나서자 아마존과 애플도 움직였다. 애플은 오리지널 팟캐스트를 확대하고 팟캐스트 부문을 이끌 수장을 찾기 시작했다. 아마존도 스포츠, 지역(local) 팟캐스트의 투자 확대를 선언했다. 미국 내 팟캐스트 순위는 스포티파이, 애플, 구글(유튜브), 아마존 순

남는 장사일까?

· 월스트리트저널은 "스포티파이의 로건과의 계약은 1억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유는 팟캐스트의 '락인(Lock-in, 자물쇠)' 효과. 애플 팟캐스트, 유튜브 구독자 등 로건의 팬이 스포티파이로 넘어와 구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다가 쇼에 붙은 대규모 광고와 청취자 데이터까지 따라온다.
· 아마존, 애플이 오리지널 팟캐스트에 눈길을 돌린 것도 같은 맥락. 아마존의 프라임 멤버십, 애플TV 등 구독형 멤버십의 확장에 팟캐스트를 무기로 쓰겠다는 전략이다.

· 팟캐스트 개론서를 출간한 동명대 광고홍보학과 이정기 교수는 "팟캐스트는 영상 등 다른 콘텐트나 AI 디바이스 등으로 다양한 확장이 가능하다"며 "독자 락인 효과가 높아 구독경제 기업들이 주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 알면 좋은 것

· 음악, 영상 스트리밍 기술을 갖춘 스포티파이, 애플, 아마존 등은 중복 투자 없이 팟캐스트로 확장이 가능하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애플은 '에어팟'이라는 웨어러블 기기를, 아마존은 '알렉사'로 대표되는 AI스피커를 보유해 오디오 콘텐트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 영상, 음악, 오디오, 팟캐스트 등의 경계가 흐려지는 것도 트렌드. 아마존 프라임처럼 멤버십 구독시 여러 콘텐트가 일괄 패키지로 제공되는 편이다.

한국에선 어때?

팟빵과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선보인 오리지널 시리즈.

팟빵과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선보인 오리지널 시리즈.

· 국내 주요 팟캐스트 서비스는 팟빵, 네이버 오디오클립, 애플 팟캐스트, 아프리카 팟티, 스푼라디오 등이다. 국내 팟캐스트 시장 70%를 점유한 팟빵은 "지난해 1000만명이 방문해 1억 7400만 시간을 청취했다"고 밝혔다. 2018년에 비해 3배 넘게 증가한 수치.

· 국내도 '오리지널 콘텐트'와 '유료모델 도입' 등 시장 변화가 시작됐다. 팟빵은 2017년 과금 모델을 도입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 '프로파일러 배상훈의 CRIME' 등 오리지널 콘텐트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는 콘텐트 유료화를 추진 중.

· 네이버는 2018년 12월 '오디오 클립'을 출시했다. 공유, 김태리 같은 배우나 아이돌을 독점 계약해 오리지널 시리즈를 선보이며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엔 오디오 스트리밍 '네이버 나우'를 출시해 오디오 시장 전반을 겨냥하고 있다.
· 영상 스트리밍 업체 아프리카TV는 지난해 NHN의 '팟티'를 인수해 영상과 팟캐스트 시장을 동시에 노리는 중.

앞으로는?

· 팟캐스트를 통한 거대 콘텐트 기업의 구독자 확대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 넷플릭스도 지난해 코미디 전문 오디오 콘텐트를 선보이며 오디오 시장에 발을 담갔다.

· 스포티파이가 한국 진출 초읽기에 들어간 만큼 국내 시장도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엔 글로벌오디오북 스트리밍 서비스 스토리텔이 한국에 진출해 오디오북 시장을 흔들고 네이버 '오디오 클립' 등과 경쟁 중이다.
· 6월부터 선보일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에 오디오북 대여할인 쿠폰이 포함된다. 향후 콘텐트 구독모델 내에서 오디오가 어떤 역할을 할지도 주목할 부분.

·동명대 이정기 교수는 "팟캐스트 플랫폼이 자본을 동원해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오리지널 콘텐트를 제작하는 경향이 확대될 것"이라며 "영상, 음악, 오디오 시장이 경계 없이 구독 경쟁을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