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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강의를 카메라로 찍는 건 온라인 수업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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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허묘연 서울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전 총장

허묘연 서울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전 총장

코로나19는 짧은 시간에 우리 일상에서부터 대인 관계, 업무 환경에 이르기까지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학교도 개학 연기나 휴교를 결정했고 궁여지책으로 온라인수업을 시작했다. 각자도생 방식으로 진행하다 보니 많은 문제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지금처럼 오프라인 강의를 카메라로 찍어서 영상을 올리거나 화상 수업을 하는 건 진정한 온라인수업이 아니다. 개인 장비로 영상을 촬영해 올리는 유튜버의 콘텐츠와 장기 기획과 전문가 협업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는 질적으로 다르다.

초기부터 전문가들과 협업하고 #온·오프라인 감정적 교감 필요

먼저 온라인 수업에는 그에 맞는 콘텐츠 구성과 교육 방식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온라인 강의 특성과 교수학습방법에 잘 훈련돼 있어야 하고, 초기부터 강의를 함께 기획·설계·개발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자, 영상 전문가와의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 제작 진행 정도를 프로세스별로 확인해 완성도를 높여야 하고, 화상 수업도 전문가가 모니터링하며 오류에 대비해야 한다. 최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인 수준별 맞춤형 수업이 가능해졌다. 온라인으로 연결해 연주되는 피아노의 기술적 진보는 해외 유명 교수로부터 실시간 피아노 레슨을 가능하게 한다. 아무리 유능한 교수라도 혼자서는 할 수 없다. 60분짜리 오프라인 강의보다 10분짜리 온라인 교육콘텐츠 제작에 더 큰 비용과 노력이 발생한다.

둘째, 온라인 환경에 적합한 교수학습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교육 자료, 콘텐츠의 상호 간 전달과 질의응답, 토론, 학습 평가 등 교수·학습자 간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렇게 축적된 방대한 교수학습데이터를 취합·분석하면 학습자 성적이나 미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데, 이런 장점은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불가능하다. 이를 위한 안정적 인프라 구축과 해킹 방지 보안 기능은 필수적이다. 오프라인 교육에 건물이라는 인프라가 필요하듯 온라인 교육에는 서버·네트워크·보안 등에 아낌없이 투자해야 한다.

셋째, 온라인 환경에 맞는 교육정책과 지침이 논의돼야 한다. 시험 중심의 줄세우기식 상대평가는 온라인 교육 환경에서는 제한이 있다. KTX 철로에는 KTX라는 새 열차가 필요하듯 온라인 환경에서는 다양한 학습활동 중심의 평가, 개인별 역량 평가 방식 등 새로운 정책과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물론 온라인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면 교육은 몰입도와 실시간 교감 측면에서 확실히 우위에 있다. 사이버대학에서도 학생과의 온·오프라인으로 개별적·감정적 교감을 꾸준히 하려는 이유다. 인간 본성이 더 깊은 콘택트를 원하기 때문에 하이테크와 하이터치가 동시에 강조되는 이유다.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맞물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교육 방법·체계에 큰 진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미 해외 대학과 기업이 온라인 교육으로 많은 오프라인 교육을 대체하는 동시에 오프라인 교육과 결합·병행해 교육 효과를 배가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코로나19는 막연하게 생각하며 준비가 부족했던 4차 산업혁명을 강제로 현실화시켰다. 대학도 코로나19가 잦아들면 오프라인 교육을 재개하겠지만, 이 방향을 역행할 수는 없다. 과거 익숙한 체제들이 가동되지 않는 지금, 이런 흐름을 읽지 못하고 강의실로 돌아갈 날을 꿈꾸면서 준비하지 않는 대학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

과거 산업혁명을 주도한 선진국의 신화가 코로나19로 깨지고 있다. 서울사이버대가 교육부와 한-아세안(ASEAN) 사업을 통해 교육 환경이 열악한 동남아시아에 온라인 교육 노하우를 전수했듯,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IT 강국으로서 우리 대학들이 발 빠르게 대응해 세계를 이끄는 K에듀를 기대한다.

허묘연 서울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전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