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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세계 사망 34만명, 실제론…'숨겨진 사망자수'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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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세계보건기구(WHO) 집계에 따르면 25일까지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는 530만 7298명, 사망자는 34만 2070명이다. 하지만 실제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란 주장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올해 봄, 세계 각지에서 예년보다 유난히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기 때문. 이들 중 상당수가 통계에 잡히지 않은 코로나19 사망자일 것이라는 '합리적 추측'이다.

도쿄, 2~3월 '초과사망' 200여명

일본 도쿄에서 코로나19 긴급사태가 해제된 다음 날인 26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도쿄 시내를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본 도쿄에서 코로나19 긴급사태가 해제된 다음 날인 26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도쿄 시내를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2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감염연)의 자료를 인용해 2월 중순부터 3월까지 도쿄도 23구에서 폐렴 등으로 사망한 사람이 예년보다 200명 이상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도쿄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은 19명. 닛케이는 200여 명의 폐렴 관련 사망자 중 상당수가 검사를 받지 않은 코로나19 환자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통계적으로 평년과 비교해 특정 해에 증가한 사망자 수를 '초과사망(excess deaths)'이라고 부른다. 기아와 재해, 감염병 등으로 인한 사망자를 추정하거나, 감염병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일본 감염연에 따르면 이 기간 도쿄에서 폐렴 등으로 인한 사망자는 코로나19가 없었던 예년에 비해 매주 50~60명씩 많아 총 200명을 웃돌았다. 통계적 오차를 감안하더라도 예년보다 매주 20~30명씩 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이들을 모두 코로나19 관련 사망자로 추정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아사히 신문은 25일 "과거 4년 평균보다 올해 사망자가 소폭 증가한 결과를 놓고, 코로나19로 인한 초과사망자로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평했다.

뉴욕 3~4월 사망자는 평년보다 2만명↑

아사히는 일본의 상황을 설명하며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세계 각지에서 '초과사망' 논란이 이어지고 이날 보도했다.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미국의 경우 '초과사망' 규모도 크다.

뉴욕시 보건당국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뉴욕시에서 3월 11일~ 5월 2일 사이 사망한 사람은 총 3만 2107명. 지난 5년간 같은 기간 평균 사망자보다 2만 4172명이나 많았다.

미국 뉴욕 브롱크스 인근 해역에 있는 하트 섬에서 지난달 9일 개인방호장비를 착용한 인부들이 코로나19 사망자들의 시신이 담긴 관들을 파묻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뉴욕 브롱크스 인근 해역에 있는 하트 섬에서 지난달 9일 개인방호장비를 착용한 인부들이 코로나19 사망자들의 시신이 담긴 관들을 파묻고 있다. [AP=연합뉴스]

이 중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수는 1만 3831명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사망자 1만여 명 중 5048명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았으나 감염이 의심된다고 보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나머지 5023명은 일단 코로나19와 관련 없는 사망자다. 그러나 뉴욕시는 "감염병이 직간접적으로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심장질환이나 당뇨 등 만성 질환을 가진 사람이 사망한 경우, 코로나19 감염이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 의료기관이 코로나19 대응으로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다른 질병에 걸린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지난 13일자 칼럼에서 하버드대 연구진과 함께 조사한 결과를 제시하며 "올해 4월 25일까지 미국 내에서 평년과 비교할 때 7만명 정도의 '초과사망자'가 나왔으며, 이는 같은 기간 코로나19로 사망한 4만 9천명보다 2만명 이상 많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결과를 토대로 "(5월 13일 현재) 미국 내 사망자는 이미 10만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했다.

영국, '초과사망' 실태 조사 나서 

영국에서도 '숨겨진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논란이 되고 있다. BBC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13일 키어 스타머 노동당 당수는 의회에서 요양시설에서의 사망자 수 급증을 지적했다. "지난 5년간 (요양시설의) 4월 평균 사망자는 약 8천명인데 올해는 2만 6천명으로 1만 8천명이나 늘었다. 그러나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이 중 코로나19 사망자는 8000명, 나머지 1만명의 사망 원인이 불분명하다"는 내용이다.

지난 5일 마스크를 쓴 시민이 영국 런던에 설치된 국민보건서비스(NHS) 광고판 앞을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5일 마스크를 쓴 시민이 영국 런던에 설치된 국민보건서비스(NHS) 광고판 앞을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영국 통계국에 따르면, 3월 중순부터 5월 8일까지의 초과사망은 약 5만 5천명으로 코로나19 사망자를 제외해도 예년보다 2만명 많다. 통계국은 지난달 14일 "여러 데이터로 볼 때 코로나19 사망자는 지금까지 공식통계보다 15% 정도 많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통계국 분석가인 닉 스트라이프는 19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4월엔 치매를 비롯해 노쇠 등 불명확한 이유로 인한 사망이 크게 늘었다"면서 "초과사망 사례를 자세히 조사해 그 결과를 몇 주 이내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코로나19 사망자 수 집계보다 60% 많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27일 자에서 유럽 등 14개국의 3~4월 초과사망자 수에서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뺀 인원이 7만 7000명 이상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 수는 현재 집계보다 60% 정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유엔경제사회국의 패트릭 갈랜드는 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국가에서 코로나19가 아직 진행 중이라 피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공식 사망자 수는 실제 사망자보다 적다고 전제해야 하며, 향후 여러 국가가 사망자 수를 수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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