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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 전 은혜 베푼 그 분 이름으로 1억원 기부…미국인 첫 고액기부자 탄생

중앙일보

입력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5일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최초로 미국인 기부자가 탄생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주인공인 프랭크.F.페이건 3세의 모습 [제공 사랑의열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5일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최초로 미국인 기부자가 탄생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주인공인 프랭크.F.페이건 3세의 모습 [제공 사랑의열매]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최초로 미국인 기부자가 탄생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는 25일 아너 소사이어티 최초로 미국인 기부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지난 2007년 사랑의열매가 만든 기부 클럽으로 1억원 이상을 기부하거나 5년 안에 1억원 이상을 기부하기로 약정한 후원자에게 회원 자격을 준다.

이번 기부는 지난 22일 80대의 익명 기부자가 65년 전 자신에게 도움을 준 고(故) 프랭크 F. 페이건 3세(The Rev. Frank F. Fagan Ⅲ)의 이름으로 1억원을 기부하기로 약정하며 이뤄졌다.

대구 출생이라고 알려진 익명 기부자 A씨는 한국전쟁 이후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던 중 고 페이건 3세를 알게 됐다고 한다. 1955년 주한 미 대구 방송국 킬로이(현 AFN KOREA) 아나운서로 일한 고 페이건 3세는 A씨의 사정을 듣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왔고 A씨는 학교 교사가 돼 교직 생활을 했다.

이후 페이건 3세는 1990년까지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시 성공회 교회에서 목사로 일하다 은퇴했고 지난 2003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A씨와 연락을 이어왔다고 한다.

A씨는 65년 전 고 페이건 3세에게 받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기부를 준비했고 이번 기부가 성사되며 고 페이건 3세는 사랑의열매아너 소사이어티 특별 회원 2335호가 됐다. A씨가 맡긴 기부금은 취약계층 학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A씨는 “고 페이건 3세는 어린 시절 내게 아버지 같은 분이었고 고인의 지원 덕분에 학창 시절을 보내고 교사까지 할 수 있었다”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고인의 뜻이 잘 전달돼 나눔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연순 사랑의열매 총장은 “이번 아너 가입은 고인으로부터 시작된 나눔이 기부자에게 이어져 소중한 나눔의 선순환을 만들어낸 사례”라며 “국경과 세대를 넘은 나눔의 이야기가 많은 분께 귀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기준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은 총 2309명으로, 누적 기부액은 약 2564억원이다. 직종별로는 기업인이 1084명(47.0%)으로 가장 많고 전문직 330명(14.3%)과 자영업자 155명(6.7%), 법인·단체 임원 73명(3.2%), 국회의원·지자체장 등 공무원 37명(1.6%), 방송·연예인 26명(1.1%), 스포츠인 21명(0.9%)이다. 이 외 익명을 포함한 기타 직종 583명(25.2%)도 가입해 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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