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 실업률 치솟는 동안 증시 32% 오른 이유는…"실물·금융 디커플링 주의해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에서 실업률이 치솟으며 실물 경제가 위축되는 동안 뉴욕 증시는 32% 상승했다. [UPI=연합뉴스]

미국에서 실업률이 치솟으며 실물 경제가 위축되는 동안 뉴욕 증시는 32% 상승했다. [UPI=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간극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뉴욕 증시는 지난 두 달간 32% 급등하는 등 코로나19 발생 직후 폭락세를 상당 부분 회복했다. 같은 기간 미국 노동자 4명 중 1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다우지수는 3월 23일 올해 최저점인 1만8591.93까지 내린 뒤 지난 22일 2만4465.16까지 올랐다. S&P500지수는 같은 기간 2237.40에서 2955.45로 뛰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직전 2월 최고점보다 10~15% 낮은 수준이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ㆍ일본 등 전 세계 주식 시장도 회복세로 돌아섰다. 독일 닥스 지수는 3월 18일 8441.71에서 두 달여 만에 31% 오른 1만1073.87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프랑스 CAC40 지수와 일본 닛케이 지수는 각각 18% 23% 올랐다.

BofA "투자자 여전히 V자형 회복 기대" #골드만삭스 "하반기 고용 시장 회복 빠를 것" #이코노미스트 "실물·금융 위험한 괴리" #서머스 "과도한 부채 성장 잠재력 훼손"

하지만 실물경제의 현재 모습과 향후 전망은 그렇지 못하다. 당장 다음 달 미국 실업률이 최대 25%로 치솟을 수 있다고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관료들은 입을 모았다. 미국 2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 30%(연율 기준) 까지 거론된다. 이처럼 암울한 상황에 주식 시장만 고공 행진하는 이례적인 디커플링(탈동조화)에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21일(현지 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5월 10~16일) 새롭게 실업수당을 청구한 사람은 244만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로 3월 중순 이후 9주 동안 신규 실업수당 청구자는 총 3860명에 달한다. 미 경제활동 인구 1억6000만명 가운데 24%가 일자리를 잃은 셈이다. 지난 8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비농업 부문 실업률은 한 달 만에 4.4%에서 14.7%로 뛰었다. 다음 달 실업률은 대공황 시절에 기록했던 25%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디커플링에 대해 투자업계는 "3분기 강한 반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P=연합뉴스]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디커플링에 대해 투자업계는 "3분기 강한 반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P=연합뉴스]

금융시장은 왜 실물경제와 거꾸로 움직일까. 이에 대해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달 나온 성장·고용·소비 지표는 투자자가 이미 예상한 것과 일치한 과거 데이터에 불과하다”며 “시장은 3분기 강한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V자형’ 반등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봤다. BofA는 “과거 경기 회복 주기를 볼 때 가장 어려웠을 때도 ‘U자형’은 거의 없었다”며 “경제활동이 재개된 지역의 스타벅스 매출만 봐도 ‘V자형’ 회복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BofA는 뉴욕 증시가 오는 2022년에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다면 상당히 이른 시점에 도달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도 “4월 신규 실업자의 78%는 일시적으로 해고된 이들”이라며 “경기가 반등하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기존 직장에 재고용될 것이고, 고용시장 회복도 더 빠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투자업계의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부정적인 해석도 나온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디커플링 현상에 대해 “위험한 괴리”라고 평가하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무제한 달러 살포에 나서면서 주가를 떠받쳤다”고 분석했다. 사상 최저 금리에 향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금리가 오를 경우에 발생할 손실을 우려한 채권 보유자들이 주식 매입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주식 투자자들은 Fed를 등에 업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바이러스의 2차 확산과 같은 예상치 못한 충격에 시장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의 월스트리트를 상징하는 황소 동상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AFP=연합뉴스]

뉴욕의 월스트리트를 상징하는 황소 동상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AFP=연합뉴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과거 위기 차원을 훨씬 넘어서는 무제한 양적 완화와 재정 확대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유동성 거품과 과도한 부채 증가는 금융시스템 불안, 성장 잠재력 훼손을 초래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