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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억울하게 당한다' 보고에 이해찬 "당이 중심 잡아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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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현안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현안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22일 더불어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회계부정 의혹에 휩싸인 윤미향 당선인과 관련해 ‘억울하게 당하고 있다’는 취지의 보고가 있었다고 회의 참석자가 전했다. 보고를 접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당이 끌려다니지 말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복수의 민주당 인사에 따르면, 설훈 최고위원은 윤 당선인 관련 의혹과 이에 대한 윤 당선인 본인과 정의기억연대의 입장을 정리해 서면 보고했다. ‘윤미향 당선인 관련 1차 정리’라는 제목의 A4 용지 15장 분량 보고서였다.

보고 내용은 한·일 위안부 피해자 합의와 관련해 이용수 할머니와 윤 당선인의 엇갈린 주장부터 시작해 정의연 회계 문제, 정의연 기부금 사용처 논란, 윤 당선인 가족 관련 논란, 안성 쉼터 매입문제 등 다섯가지다. 보고의 주요 내용은 이날 회의에서 다른 최고위원들에게도 구두로 공유됐다고 한다.

한 회의 참석자는 통화에서 “지금까지 나왔던 (의혹 관련) 부분에 대해 윤 당선인 측이 억울하게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쪽(윤 당선인)에서 소명해온 내용을 설명했다”며 “거의 다 해명됐다”고 전했다. 후원금 유용 의혹에 대해서도 “아닌 것으로 드러나 있다고…(보고됐다)”라며 “개인계좌로 후원금을 받은 것도 설명이 됐다”고 말했다.

보고서 마지막 부분에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일본 극우세력들에게 긍정적 신호가 되고 있다. 이미 윤 당선인이 출마할 때부터 우익언론에서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설훈 의원실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정의연의 해명을 정리한 자료”라며 “의견이나 해석은 없다”고 말했다.

보고를 받은 이 대표는 당내 의원들이 윤 당선인과 관련해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회의에 참석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정의연 등 시민사회단체는 사회에서 역할이 있고 이들이 활동하다 보면 일정 한계가 있다”며 “검찰 수사와 행정안전부 등 기관에서 조사 중이니 사실관계를 파악한 다음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이 끌려다니면 안되니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위 한 관계자는 “윤미향 감싸기는 아니고 일단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설명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연합뉴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연합뉴스

윤 당선인이 조만간 자신의 계좌내역 등을 공개하는 해명 기자회견을 가질 계획이라는 보도도 나왔는데,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전해 들은 바 없다”고 했다.

이날 최고위 공개 발언에서는 이번 논란의 이면에 극우 세력의 역사 왜곡 시도가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사실관계 확인에 시간이 다소 걸리는 틈을 타서 역사를 왜곡을 시도하는 반역사적 행태를 보인다”며 “당 차원에서 허위ㆍ조작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이에 대해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형석 최고위원도 “검찰과 야당 공세를 틈타 극우 보수단체와 일본 우익 언론들이 위안부 사실을 부정하면서 수요집회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통탄스러운 일”이라며 “의혹이 있다고 해서 위안부 인권 운동과 역사를 왜곡하고 부정하려는 극우세력의 준동은 용납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정청래 당선인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나는 윤 당선인의 발언권을 지켜주고 싶다. 그에 대한 과도한 공격과 비난을 잠시 멈추고 그의 진심 어린 해명을 기다려보자”고 했다. 전날(21일) 페이스북에 “윤 당선인은 백의종군 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던 김영춘 의원은 이날 “진의가 한쪽으로만 부각됐다. 제 의견은 당의 진상조사단 구성에 방점이 있는 것”이라는 해명 글을 다시 올렸다. “이 일을 빌미로 한 친일 극우파들의 준동에 강력하게 규탄한다”고도 했다.

민주당이 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부담요소는 여전하다. 우선 오는 25일 예정된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 내용이 관건이다. 지난 19일 윤 당선인이 찾아온 뒤로 이용수 할머니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했다는 소식도 여론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때문에 결국 시간 문제일 뿐 윤 당선인 거취가 정리되지 않고는 상황을 돌파하기 어려울 거란 관측도 나온다. 박지원 민생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이 현직 의원이 되기 전에 민주당으로서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해야할 것”이라며 “김영춘 의원이 사퇴 쪽으로 얘기하는 것은 일단 봇물은 터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해리·하준호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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