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독방에 손발 묶인 채 숨진 공황장애 수감자…유족 인권위 진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부산구치소. 연합뉴스

부산구치소. 연합뉴스

부산구치소 독방에 손발이 묶인 채로 수감된 30대 남성이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유가족은 평소 공황장애로 약까지 먹고 있는 수감자의 손발을 묶어 독방에 뒀고 의식을 잃은 뒤 두 시간 동안 구치소 측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죽음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20일 부산구치소와 유족 등에 따르면 심한 공황장애를 앓아온 부산구치소 수감자 A(38)씨는 지난 10일 오전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진 뒤 같은 날 오전 7시 40분쯤 숨졌다.

벌금 500만원을 내지 않은 A씨는 노역장 유치명령을 받고 부산구치소에 지난 8일 오후 11시쯤 수감됐다. 노역장 유치 사범은 통상 구치소나 교도소에서 청소 등 환경정비 활동을 하며 해당 기간 수감 생활을 한다.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며 독방에 수감됐다.

3년 전부터 공황장애를 겪은 A씨는 지난해 초부터 약물을 복용해왔다. 구치소도 이런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지만 A씨가 호출 벨을 자주 누르고 소란을 피운다는 이유로 수감 하루 뒤인 9일 A씨의 손발을 금속보호대 등으로 묶었다. 이후 A씨는 10일 오전 4시 44분 독방에서 쓰러졌다. 2시간 15분이 지난 오전 7시 4분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30여분 뒤 사망 판정을 받았다.

유족은 A씨가 입소 당시 공황장애가 있다고 알렸지만 구치소가 무리하게 손발을 묶었고 상태가 악화한 뒤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수감자가 숨졌다고 주장했다. A씨 사망 경위에 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A씨 아버지는 "구치소에 여러 차례 요청해 독방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아들이 오전 4시 44분 쓰러졌다"며 "오전 5시 16분 구치소 교도관이 상황이 좋지 않자 땀을 닦아주고 손발을 풀어주는 장면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치소가 이후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다가 6시 44분 완전히 움직임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병원으로 이송했다"며 "공황장애가 심한 아들에게 손발을 묶은 뒤 약 처방도 없었고 쓰러진 이후에도 초동대처가 완전히 미흡했다"고 주장했다.

부산구치소 측은 건강진단 등이 완벽히 이뤄지지 않아 공황장애나 불면증 진위를 입증할 수 없었고 A씨가 처음에 쓰러졌을 때는 지쳐 잠든 것으로 파악했다는 입장을 유족에게 전달했다. 부산구치소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1차 부검을 의뢰한 결과 사인이 나오지 않아 조직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A씨는 숨진 후 실시된 코로나19 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