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먹는다" 트럼프 그 약 사재기 조짐···"英 300억어치 구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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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비해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 재고 확보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매일 먹고 있다고 한 바로 그 약이다.

하이드록시클로로킨 알약. [AP=연합뉴스]

일간 가디언은 19일(현지시간) EU 공공조달 데이터베이스와 보건당국 홈페이지에 올라온 내용을 바탕으로 “정부가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대량 구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의 선물”이라 극찬하며 코로나19 치료제로 홍보해 온 약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느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도 잇따른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지난 두 달 동안 클로로퀸·하이록시클로로퀸·클로록시클로로퀸인산염 등 말라리아 치료제와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등 HIV 치료제 등 약품 주문 16건을 계약했다.

15일 보건당국 홈페이지에 올라온 계약서에 따르면 해당 약품 구입액은 3500만 파운드(약 526억원) 규모로, 이 가운데 말라리아약에만 2000만 파운드(약 300억원)를 지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계약 규모가 가장 큰 업체는 ‘아코드’(Accord.Ltd)로, 정부는 220mg 또는 250mg 형태의 하이드록시클로로퀸를 1600만개 들이 최대 100묶음 요청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정부는 제약 공급업체가 오는 6월부터 내년 1월까지 3300개 이상의 각종 약품을 공급할 기회가 생겼다고 밝혔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예외적인 시급성’을 이유로 경쟁 입찰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체결됐다. 가디언은 영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에 개인보호 장비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비판받았던 사례를 의식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소식통은 “영국 정부는 이 약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되면 즉시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약품 확보가 성급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면 말라리아 등 다른 질병 치료제로 사용하거나 해외에 수출할 것"이라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하이드록시코로로퀸을 매일 먹고 있다고 밝혔다. [UPI=연합뉴스]

앞서 영국 보건당국은 “기존 의약품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쓰일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임상 시험에는 하이록시클로로퀸을 비롯해 로피나비르, 덱사메타손, 아지트로마이신 등이 쓰이고 있다.

다만 보건당국은 “이들 약품의 효과성과 안전성이 입증되기 전까지 임상시험 외에 사용하는 것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하이드록시클로루퀸을 “매일 먹고 있다”고 밝혀 파문이 일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이 약이 남용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코로나19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병원이나 임상 시험에서만 제한적으로 쓰여야 한다 권고했다. 국내 코로나19 중앙임상위원회(국립중앙의료원)도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프랑스의 한 연구팀도 영국 의학저널(BMJ)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킨이 코로나19 환자의 사망률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서 무작위로 시행된 임상시험 결과 하이드록시계열 약품을 투여한 코로나19 환자와 투여받지 않은 환자 간 치료 효과 차이는가 없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