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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피플] “페북 경쟁력 직접 챙기겠다” 이너서클 ‘M-팀’ 띄운 마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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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마크 저커버그

마크 저커버그

마크 저커버그

마크 저커버그가 하버드대 기숙사에서 페이스북을 공동 창업한 지 16년. 페이스북은 전 세계에서 26억 명이 사용하고 200만 개 이상의 기업이 광고하며, 700억 달러(약 85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나스닥 상장사로 성장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생일을 맞은 그의 페이스북엔 빌 게이츠의 부인 멀린다 게이츠 등 유명인사를 비롯해 18만 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저커버그는 그러나 초조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 소통이 강화하면서 페이스북에겐 위기가 기회일 수 있는 환경인데, 현실은 반대여서다. 매출이 오르긴 하지만, 대부분 광고매출에 편중돼 있고 매출 증가율 또한 상장 후 처음으로 20% 이하로 떨어졌다.

매출 증가율 상장 뒤 첫 20% 아래로 #IT선도 ‘FAANG’서도 탈락 위기감 #광고 의존 탈피할 독자적 플랫폼 강화 #4억 달러 들여 움짤 ‘기피’ 인수

저커버그가 이런 상황에서 ‘M-팀’이라는 비상조직을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M’은 자신의 이름 ‘마크’에서 따왔다. 저커버그가 이렇듯 자신의 친정 체제를 더 견고히 구축하고 나선 것은 페이스북의 부활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최근 페이스북이 유명 GIF 제작 사이트인 ‘기피(GIPHY·미국에선 ‘지피’로도 발음된다)’를 인수한 것도 저커버그의 승부수로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NYT는 “페이스북에 산적한 문제를 저커버그 본인이 해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며 “자신의 리더십을 강화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게 그의 결단”이라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은 민주주의 체제가 아니다”라는 말도 최근 임직원들에게 했다. 1인1표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자신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회사를 이끌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진 것이다. 페이스북의 9인 이사회도 저커버그의 권력을 제어해줄 수 있는 장치가 못 된다. 지난해 이사회 멤버 중 한 명이 독립 기구 구성을 제안했으나 저커버그에 의해 무산됐다. 저커버그는 경영진 앞에서 “이제까지 난 평화 시기의 리더였다. 하지만 이제는 전시(戰時) 체제로 나 자신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렇게 저커버그가 회사 일을 틀어쥐고 하는 과정에서 페이스북의 2인자이자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는 “구경꾼으로 밀려났다(sidelined)”고 NYT는 표현했다. 저커버그가 샌드버그의 존재감을 약화시키면서까지 자신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기피 홈페이지. [기피 캡처]

페이스북이 인수한 기피 홈페이지. [기피 캡처]

페이스북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올해 1분기 매출은 177억3700만 달러였다. 이 중 광고 매출이 174억4000만 달러에 달했다. 광고 외 다른 매출이 사실상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매출 성장세도 문제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해 18% 오르긴 했으나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페이스북의 매출 증가율은 매 분기 20% 이상을 넘겼었다. 증가율이 20% 아래로 떨어진 건 2012년 상장 이후 처음이다.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이라 불리며 정보기술(IT) 업계의 총아로 불렸던 건 옛이야기다. 이젠 FAANG 대신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아마존)의 시대다. 독자적 플랫폼과 생태계를 구축하며 확장을 거듭하고 있는 아마존·구글과 달리 페이스북은 광고 의존도가 높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기업들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광고 매출 역시 동반하락이 불가피하다.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 반영될 2분기가 걱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페이스북의 기피 인수는 이목을 끌었다. 더버지 등 IT 전문 외신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기피 인수에 4억 달러를 제시했다고 한다. 일명 ‘움짤’인 GIF를 다양하게 다운받거나 직접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인 기피는 2013년 설립됐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댓글 등에 등장하는 스티커 상당수가 기피에서 만들어졌다. 기피를 인수하면서 페이스북이 노리는 것은 사용자의 편의라기보다는, 라이벌 서비스의 이용자 정보다. 경쟁사 플랫폼에서도 기피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거대 IT 기업들의 시장 독식에 우려를 표하면서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선 당국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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