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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5·18, 진실 고백한다면 용서와 화해 열릴 것”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1980년 5·18광주민주화항쟁 당시 전남도청은 광주 시민이 마지막까지 계엄군에 저항했던 곳이다. 그해 5월 27일 오전 4시쯤 3공수여단 특공조 79명은 도청 후문을 넘어 최후 진압 작전을 시작했다. 공수부대원들은 무차별 총격을 가했고, 진압은 1시간 20여분 만에 끝났다. 공식 확인된 사망자는 18명이다. 시신 수는 그 이상이었다는 기록도 있다. 200여명의 시민은 체포돼 연행됐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18일 옛 전남도청 건물 앞에 조성된 5·18민주광장에서 5·18 기념식이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1980년 5월 27일 새벽, 계엄군의 총칼에 이곳 전남도청에서 쓰러져간 시민들은 남은 이들이 더 나은 세상을 열어갈 것이라 믿었다. 오늘의 패배가 내일의 승리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광주의 진실을 알리는 것이 민주화 운동이 되었고, 5·18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대한 역사가 되었다”고 말했다.

5·18민주광장에서 5·18 기념식이 열린 것은 1997년 5·18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처음이다. 매번 국립5ㆍ18민주묘지에서 열렸다. 청와대는 “광장이 항쟁 당시 본부였고, 시민이 광장 분수대를 연단 삼아 각종 집회를 열며 항쟁 의지를 불태웠던 역사적 현장이라는 점을 고려해 장소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진실이 하나씩 세상에 드러날수록 마음속 응어리가 하나씩 풀리고, 우리는 그만큼 더 용서와 화해의 길로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라며 “발포 명령자 규명과 계엄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 헬기 사격의 진실과 은폐ㆍ조작 의혹과 같은 국가폭력의 진상은 반드시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진상 규명은) 처벌이 목적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용기를 내어 진실을 고백한다면 오히려 용서와 화해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진상규명이 처벌을 위한 게 아니라 화해와 용서를 위한 것이라는 것은 문 대통령의 일관된 철학이고 취임 첫 해부터 해온 말”이라며 “최근 계엄군의 양심 고백도 나오는 상황에서 역사적 화해와 국민 간 화해를 강조한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헌법 전문에 ‘5·18민주화운동’을 새기는 것은 5·18을 누구도 훼손하거나 부정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로 자리매김하는 일”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3월 5·18 정신 등을 헌법 전문에 담은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개헌안은 그해 5월 의결 정족수가 모자라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됐다. 문 대통령은 “언젠가 개헌이 이루어진다면 그 뜻을 살려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1980년 당시 전남도청을 장악한 계엄군 병력.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제공 영상 캡처=연합뉴스]

1980년 당시 전남도청을 장악한 계엄군 병력.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제공 영상 캡처=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기념식이 끝나고 5·18민주묘지 2묘역을 찾았다. 2묘역은 2011년 완공돼 2017년 첫 안장을 시작했다. 대통령이 2묘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고(故) 이연씨의 묘역을 참배했다. 그는 전남대 1학년 재학 중 YMCA 회관 내에서 계엄군과 총격전 중 체포된 뒤, 군홧발과 개머리판으로 전신을 구타당했다. 후유증으로 고생하다 지난해 숨졌다.

참배에 동행한 이씨의 부인은 문 대통령에게 “(남편이) 옆에서 총 맞아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 앞에 자기는 부끄럽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행복을 누리면 안 된다는 식으로 생각도 하곤 했다”고 말했다. 김영훈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장은 “1990년도까지는 폭도라 해서 병원에 가지를 못했다”며 “1980년 5월 부상자나 구속자는 바로 치료받지 못하고 숨어서 치료를 받아 더 악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인 18일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 제2묘역에서 고(故) 이연 씨 묘를 찾아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고인은 전남대 1학년에 재학 중이던 1980년 5월 27일 YMCA 회관에서 계엄군과 총격전 중 체포되어 전신 구타를 당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인 18일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 제2묘역에서 고(故) 이연 씨 묘를 찾아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고인은 전남대 1학년에 재학 중이던 1980년 5월 27일 YMCA 회관에서 계엄군과 총격전 중 체포되어 전신 구타를 당했다. [연합뉴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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