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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홍준표 'X개 설전'만 기억나는 통합당 '참패 반성문'

중앙일보

입력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뉴스1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뉴스1

미래통합당이 4ㆍ15 총선 참패 이후 한 달째 혼선을 이어가고 있다. 총선 패배 1개월을 맞아 지난 15일 열린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오신환ㆍ유의동 의원 주최)는 정작 주목을 못 받고 외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사이 설전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설전은 토론회에 참석한 진 전 교수가 “당의 대선 후보까지 지낸 분이 X개도 아니고 집 앞에서 이렇게 싸우느냐”고 홍 전 대표를 비판한 게 발단이었다. 이에 홍 전 대표는 “자중하라. 분수 모르고 자꾸 떠들면 자신이 ×개로 취급당할 수 있다”(16일)고 맞섰다. 당 내부에선 “보수 재건을 위한 청사진보다 외부 인사 간 ‘X개 설전’만 펼쳐지는 게 우리 당의 현실”이라는 자조가 나왔다.

①김종인만 보는 사이… 리더십은 진공

김종인 미래통합당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뉴스1]

김종인 미래통합당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뉴스1]

통합당 혼란상은 리더십 공백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선출된 뒤 당 대표 권한대행을 함께 맡고 있다. 그러나 정식 당 대표 자리는 한 달째 공백 상태다.

차기 지도체제도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통합당은 21~22일 국회에서 당선인 84명 전원이 참석하는 워크숍을 열어 ▶김종인 비대위 ▶조기 전당대회 ▶내부 혁신위원회 구성 등을 두고 난상토론을 벌인다. 결론을 내지 못하면 표결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당 내부에선 지난달 28일 전국위 때처럼 극한 대결 양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김종인 비대위원장 임명 찬반을 두고 회의장 곳곳에서 고성ㆍ욕설이 터져 나왔다. 가까스로 가결은 됐지만 활동 기간(4개월)을 늘리는 당헌 개정에는 실패해 김종인 내정자는 이를 거부했다.

②선언만 하고 삐걱대는 합당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조건부 합당을 발표했다. 오종택 기자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조건부 합당을 발표했다. 오종택 기자

지지부진한 통합당과 미래한국당 합당 문제는 리더십 진공 상태의 한 단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와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는 지난 14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조속히 합당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엇박자가 났다. 원 대표는 이튿날(1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흡수통합이냐’고 묻는 말에 “당 대 당 통합이다. 민주정당인 만큼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원 대표는 16일에도 ‘친조국’을 전면에 내세운 열린민주당 등을 겨냥 “범여권은 비례정당이 수두룩한데 우리 제1야당만 사라졌다. 참 분하고 억울한 일이 많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이를 두고 통합당에서는 “원 대표가 합당 시기를 늦추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반면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조건 즉시 합당이 바람직하다”며 “우리는 준비가 다 돼 있다. 저쪽(미래한국당)이 빨리해줘야 한다”고 했다.

③“뇌사 상태”… 붕괴한 싱크탱크

당 내부에서 심각하게 보는 구조적 문제는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여연)의 재건이다.

통합당에 따르면 5월 기준 여연의 상근 연구인력은 10명이다. 이 가운데 6명이 간부급(실장)으로 실무 연구진보다 많다. 통합당 관계자는 여연과 관련해 “일을 하는 사람이 없다. 보수진영의 전략과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 채 그냥 당 대표가 관심 있는 현안을 그때그때 처리하는 하부 조직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여연 위상이 낮아지면서 ‘당 대표(비대위원장)의 여연 사유화→측근 발령→위상ㆍ역량 저하’의 악순환이 일어났다는 진단이다. 통합당 한 의원은 “당 싱크탱크는 당의 두뇌”라며 “여연이 이 지경이 됐다는 건 당의 뇌가 죽은 ‘뇌사 상태’라는 의미다. 제대로 된 정책이나 이슈를 제시한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고 꼬집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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