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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군, 광주서 특수탄 신무기 사용···8년뒤 전투기록 조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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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계엄군이 작성한 YWCA에 대한 ‘진압작전 일지(전투상보, 80년 작성)’. 사진은 문건은 중화기를 사용한 진압작전이 상세히 기록된 원본이며, 아래 사진은 88년 국회 청문회 당시 내용을 줄여 조작한 문건. 해당 자료에는 ’(5·18 진압과정에서) 중대장은 M203유탄을 YWCA 2층 폭도 배치지점에 3발을 발사했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8년 뒤인 88년 국회에 제출된 전투상보에서는 유탄발사에 관한 내용 대신 ’과감한 공격을 감행했다“고 변경되어 있다. [사진 전남대 5·18연구소]

계엄군이 작성한 YWCA에 대한 ‘진압작전 일지(전투상보, 80년 작성)’. 사진은 문건은 중화기를 사용한 진압작전이 상세히 기록된 원본이며, 아래 사진은 88년 국회 청문회 당시 내용을 줄여 조작한 문건. 해당 자료에는 ’(5·18 진압과정에서) 중대장은 M203유탄을 YWCA 2층 폭도 배치지점에 3발을 발사했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8년 뒤인 88년 국회에 제출된 전투상보에서는 유탄발사에 관한 내용 대신 ’과감한 공격을 감행했다“고 변경되어 있다. [사진 전남대 5·18연구소]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들이 시민들을 상대로 유탄발사기 등 새로 도입한 무기를 사용했고 이를 감추기 위해 군의 전투기록까지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늘 5·18 40주년 #신군부, 민간인들에게 중화기 난사 #5·18연구소가 공개한 검찰조서엔 #“군, 실명 유도 STUN수류탄 첫 사용 #YWCA 건물에 유탄발사기 발사” #국회 제출 기록엔 관련 내용 삭제

17일 전남대 5·18연구소 김희송 교수가 공개한 검찰조서에 따르면 80년 5월 당시 계엄군들은 특수 수류탄인  STUN수류탄(stun grenade)을 광주에서 최초로 사용했다. 특수화학탄이라 불리는 STUN수류탄은 강력한 섬광과 폭음을 내뿜어 눈과 귀를 마비시키는 무기다. 군이 전쟁용으로 1979년 도입한 신형무기의 성능을 1년 뒤 자국 국민들을 상대로 시험했다는 의미다. 그동안 신군부와 계엄군 관계자들은 “5·18 당시 STUN수류탄 같은 신무기나 중화기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80년 5월 당시 3공수여단 특공대 책임장교의 1995년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 장교는 “(80년) 5월 26일 23:00경 특공조가 출발했는데 여단 작전참모가 헬기를 타고 와서  STUN수류탄을 전달했다. STUN수류탄은 순간 실명수류탄으로서 국내에서는 처음 사용하는 것이니까, 사용 후 결과를 보고하라는 지시도 아울러 받았기 때문에 그대로 특공조에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88년 국회 청문회 당시 내용을 줄여 조작한 문건. [사진 전남대 5·18연구소]

88년 국회 청문회 당시 내용을 줄여 조작한 문건. [사진 전남대 5·18연구소]

김 교수가 이날 공개한 ‘광주시 진입작전 상보’에도 “(5월 27일) 도청 지하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입구에서부터 폭도들의 저항을 받았으나 특수탄을 이용, 지하실에 있던 폭도를 순간적으로 무력화시켰다”고 적혀 있다. STUN수류탄으로 시민군을 진압했다는 것이다. 군이 그동안 은폐해온 11공수여단의 ‘전투상보’(80년 작성)에는 “(5·18 진압과정에서) 중대장은 M203유탄을 YWCA 2층 폭도 배치지점에 3발을 발사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중화기인 유탄발사기를 사용했다는 기록이다. 하지만 8년 뒤인 88년 국회에 제출된 전투상보에서는 유탄발사 내용은 삭제하고 “과감한 공격을 감행했다”고 변경해 제출했다. 전투상보에는 또 진압작전이 “평소 연마한 침투기술과 사격술을 유감없이 발휘한 작전”으로 적혔고 이날 희생된 시민들의 죽음은 “전과(戰果)”로 기록됐다.

계엄군이 특수무기들을 실제 사용한 5월 27일은 광주민주화운동이 최종 진압된 날이다. 진압작전도중 옛 전남도청과 광주YWCA, 광주공원 등에서 시민 17명이 사살되고 계엄군 3명이 사망했다.

40년여 만에 해당 기록을 찾아낸 김 교수는 “군 당국이 5·18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유탄발사기 같은 중화기를 사용한 사실을 은폐한 문건”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진창일 기자, 이근평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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