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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9월입학제로 가나...정부 티에프 출범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월 2일 일본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휴교 중에도 집에서 머물기 어려운 학생이 교실에서 자율 학습을 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지난 3월 2일 일본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휴교 중에도 집에서 머물기 어려운 학생이 교실에서 자율 학습을 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9월 학기제’ 전환을 논의하는 차관급 범정부 태스크포스팀을 만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휴교 장기화를 계기로 새학년의 시작을 현재의 4월에서 9월로 바꾸는 방안을 본격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15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현재 4월인 일본 학교의 입학·개학 시기를 9월로 바꾸는 ‘9월 학기제’ 추진을 논의하는 차관급 범정부 팀을 조만간 내각관방에 설치하기로 했다. 앞서 집권 자민당도 ‘가을학기제 검토 작업팀’을 꾸려 지난 12일 첫 회의를 열었다.

정부와 집권 여당이 본격 논의에 나섬에 따라 그간 아이디어 차원이었던 ‘9월 학기제’ 전환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14일 긴급사태 부분해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9월 학기제 전환 가능성에 대해 “유력한 선택지 중 하나”라고 답했다.

입시·취업 등 사회 전반 일정조정 필요 

하지만 학기제 전환을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9월 학기제 도입을 위해서는 학교교육법 등 33개 법률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관계되는 부처만 내각부, 문부과학성, 후생노동성, 인사원 등 7개에 이른다. 또 학기제 전환에는 총 5조 엔(약 57조원) 규모의 비용이 들 것으로 일본 정부는 예상했다.

우선 학기 전환으로 유아교육과 무상보육 기간이 연장되면서 관련 예산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논의가 빠르게 진행돼 내년부터 9월 입학이 실시될 경우, 내년 3월 말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졸업할 예정이었던 아이들을 5개월가량 같은 기관에서 수용할 필요가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4일 오후 도쿄 관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전국에 선포했던 긴급사태의 부분 해제를 발표한 뒤 기자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4일 오후 도쿄 관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전국에 선포했던 긴급사태의 부분 해제를 발표한 뒤 기자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일시적으로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초·중·고등학교의 교실 확보나 교직원 증가에 쓰일 예산도 필요하다. 또 입시와 자격시험, 취업 시기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일정 조정도 요구된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과제들이 해결 가능한지 상세히 검토한 후 최종적으로 9월 학기제 전환을 판단하게 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정부가 올 여름 내에 논의를 마치고 가을 임시 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일본 교육 경쟁력 확보에 도움될 것

여론은 찬성이 우세하다. 닛케이가 지난 11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1165명 가운데 56%가 ‘9월 학기제에 찬성한다’고 답한 반면, 반대는 32%에 그쳤다. 이 신문이 이달 초 4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지사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약 60%가 9월 학기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일정에 맞춰 9월 학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국제적으로 가을 입학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현행 4월 학기제로는 유학생 및 교원 교류에 제약이 있으며, 일본 대학의 경쟁력도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도쿄대도 지난 2011년 대학 경쟁력 확보 방안의 하나로 가을 입학을 검토했다가 타대학들의 반대로 보류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 중 일본만 4월 학기제를 도입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중에서도 일본과 인도(4월), 한국·아르헨티나(3월), 호주·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1~2월)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국가가 여름~가을(7월~9월)에 새 학기를 시작한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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