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인간·동물 구분하는 이것, 이젠 개에게 가르친다고?

중앙일보

입력 2020.05.14 09:00

[더,오래] 송의호의 온고지신 우리문화(74)

TV의 ‘동물농장’이란 프로그램에서 최근 “개에게 예절을 가르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흥미로운 말이다. 한국인이 개를 대하고 개와 어울리는 문화는 변화가 빨라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다. 10년 전, 20년 전과 비교해 개 신세를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지나간 5월 5일은 어린이날에다 ‘개린이날’이었다. ‘개+어린이’의 ‘개린이’란 신조어는 SNS 인스타그램에서 3만 개가 넘는 게시물이 달린 인기 해시태그(#)가 되었다. 개린이날 개를 아끼는 젊은 부부들은 반려견을 데리고 외출한다. 반려동물이 입장할 수 있는 식당에서 식사하고 공원에서 같이 공놀이한 뒤 선물로 반려견 고급용품을 산다.

‘2019년 동물 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495만 가구에서 대략 598만 마리 개를 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자그마치 80만 가구가 증가한 수치다. 그런 반려동물에게 대소변 가리기, 복종하기 등 이제 기본예절을 꼭 가르쳐야 한다는 말까지 등장한 것이다.

『예기(禮記)』에는 ‘사람에게 예(禮)가 없다면 마치 짐승과 같아서 미워하고 천시하니 빨리 죽느니만 못하다’는 말이 나온다. 동양은 오래전부터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예절이 있고 없고를 기준으로 구분해왔다. 그런데 개도 예절을 익혀 실천한다면 인간이 개와 다른 것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사람들이 개를 데리고 공원으로 산책을 나온다. 복종하기 등 개에게도 예절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사진 Pxhere]

사람들이 개를 데리고 공원으로 산책을 나온다. 복종하기 등 개에게도 예절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사진 Pxhere]

인간이 예를 만든 까닭을 돌아보자. 하늘은 본디 백성에게 착한 본성을 내렸고, 선왕(先王, 삼황오제와 요‧순 등)은 예를 만들어 하늘이 내린 착한 본성을 계승하게 했다. 『서경(書經)』 ‘상서(商書) 탕고(湯誥)’ 편에 나오는 말이다. 또 『맹자(孟子)』 ‘진심장(盡心章) 하’에는 사람은 입으로 맛있는 것을 찾고, 눈으로 화려한 것을 쫓으며, 귀로는 좋은 소리를 듣고, 코로는 향기로운 냄새를 찾으며, 몸이 편안하고자 하는 본능은 모두가 동일하다는 구절이 있다.

그렇지만 사람의 본능이 같다고 그대로 내버려 두면 천리(天理)는 없어지고 욕심만 추구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선왕은 예라는 것을 만들어 사람의 본능을 절제시킨 것이다. 즉 사람이 사욕을 줄이고 천리를 따르며 감정을 절제할 수 있도록 예가 만들어졌다.

또 『동몽선습(童夢先習)』은 이렇게 정리한다. “하늘과 땅 사이 만물 가운데는 오직 사람이 가장 귀하니 사람을 제일로 귀하게 여기는 까닭은 다섯 가지 윤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은 개‧고양이 등 짐승이 가지지 못하는 차별화된 오륜(五倫)이 있다는 것이다. 군신유의와 부자유친,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이다. 그래서 예학자 이동후(81) 옹은 “오륜을 지키는 바탕은 인간의 마음에 의지하는 만큼 사회가 어렵고 복잡하고 감정이 혼란된 시대에 살아도 인간답게 사는 길은 예절을 알고 지키는 행동뿐”이라고 강조한다.

대구한의대 교수‧중앙일보 객원기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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