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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많던 아빠 지키지 못해 미안해"…숨진 경비원 딸들의 편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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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을 추모하는 주민들. 뉴스1

지난 11일 오후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을 추모하는 주민들. 뉴스1

최근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 최씨에게 보내는 두 딸의 편지가 공개됐다.

13일 공개된 편지에는 "사랑하는 우리 아빠. 아빠가 그렇게 아픈 줄도 모르고 정말 미안해"라며 "전화만 하면 잘 지낸다는 말만 하던 아빠였는데...겁 많고 마음 여린 아빠, 혼자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이들은 "입주민 여러분들 빈소에 찾아주시고 적극적으로 저희 아빠를 위해 노력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도움을 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날 오후 서울 강북구청 앞에서는 아파트 주민과 시민단체, 시민 등 100여명이 모여 '고(故)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모임'을 열었다. 빈소에서 자리를 지키느라 추모식에 참석하지 못한 최씨의 두 딸은 편지로 마음을 전했다.

추모식에 참석한 최은철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감당하기 힘든 모멸과 폭력 속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생을 마감한 고인을 추모한다"고 말했다.

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 당선인도 추모식에서 "갑질과 고용불안, 편견에 시달리는 경비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가 진작 해결됐다면 어땠을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죽음으로 막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었던 최씨는 지난달 21일 한 주민과 주차 문제로 다툼을 겪고, 해당 주민에게 지속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당한 뒤 지난 1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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