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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촌지를 안받는 교사’들은 왜 교단에서 다 쫓겨났을까

중앙일보

입력

아버지의 등만큼 넓어 하늘의 구름도 쉬어가고 밤하늘의 별들도 놀다 가는 곳이 어딜까? 깔깔거리며 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빛물처럼 스며드는 그곳은 바로 학교 운동장이다.

하지만 김단월의 〈운동장〉은 별빛도 달빛도 다 품는 그 운동장에 젖어드는 학생들과 교사들의 한숨을 얘기한다. 1980년대 후반 자신의 이익이 아닌 학생들의 참교육을 부르짖었던 전국교직원노조 교사들은 왜 1600명이나 교직에서 쫓겨나야만 했을까. 그들을 색출하기 위해 교단에 뿌려진 ‘전교조 교사 식별법’의 첫 번째 항목이 ‘촌지를 받지 않는 교사’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 주는가. 저자는 강원도 정선의 북면 중학교를 배경으로 한 두 권짜리 소설을 통해 ‘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 묵직한 질문을 던져준다.

소설은 경상도 사투리가 심한 초년생 교사 민서란이 첫 발령지에서 몸서리쳐지는 처벌에 떠는 아이들을 보듬어 가는 과정을 따뜻한 필체로 그려준다.

시냇물이 재잘거리고, 버들강아지가 뽀송뽀송한 솜털을 자랑하며, 벚꽃이 눈처럼 하얗게 웃는 날에도 교실 안의 학생들은 공부를 못한다고 이유로 매타작을 당했다. 주초고사, 월례고사, 중간고사, 기말고사로 이어지는 공포는 공부에 즐거움을 느끼고 자연과 벗 삼아 청춘의 광합성을 해야 할 아이들을 숨 막히게 만들었다.

그런 현실 속에서 민서란은 매로만 학생들을 다스리려는 수많은 동료 선생들과의 고독한 싸움을 수행한다. 학부모들을 설득해 학교의 현실을 교육청에 고발하니 몽둥이질의 폭력은 과도한 숙제와 무지막지한 얼차려로 모습을 바꿔 나타났다. 뜻이 같은 전국의 동지들이 만든 ‘참교육 단체’는 또 다른 차원에서 뜻이 같은 전국의 학교 조직과 그 위의 교육기관 등의 압박에 퇴출로 내몰리게 된다.

전교조가 한창 몸살을 앓던 시기에 교사로 일했던 저자는 30여 년 전 부패한 교육환경과 벼랑 끝에 선 아이들을 보여주면서 “한때 학생들을 위하여 목숨 바친 선생님들이 있었다”는 것을 얘기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상황과 정도는 다르지만, 벼랑 끝에 서서 갈등하는 아이들이 왜 지금은 없겠는가. 또한 학생들 곁에서 같이 울어줄 교사 역시 당연히 있지 않겠는가. 전교조에 대한 이념과 생각은 독자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교사와 학생은 따로 떼어 놓을 수 없고, 학생의 아픔이 교사의 아픔이다”라는 저자의 메시지에는 100% 공감을 할 것이다. 저자는 민서란의 말을 빌려 “교사란 자고로 ‘작은 예수’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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