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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여있는 공적마스크, 텅 빈 덴탈마스크…더위가 부른 변심

중앙일보

입력

10일 서울 종로5가의 한 약국에 시민이 덴탈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살펴보고 있다. 덴탈마스크는 밀착력이 강해 숨쉬기가 불편한 보건용 마스크와 달리 통기성이 좋다. 뉴스1

10일 서울 종로5가의 한 약국에 시민이 덴탈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살펴보고 있다. 덴탈마스크는 밀착력이 강해 숨쉬기가 불편한 보건용 마스크와 달리 통기성이 좋다. 뉴스1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기온 상승까지 겹치면서 덴탈 마스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덴탈 마스크는 주로 치과 등 병원에서 의사가 착용하는 1회용 마스크로 보건용 마스크에 비해 얇고 통풍이 잘 된다. KF94 마스크보다 상대적으로 얇은 KF80 마스크도 덩달아 인기 상품이 됐다.

텅 빈 덴탈마스크 매대…등교 대비 수요도

12일 서울시내 약국에서 일하는 약사들은 “5월 들어 덴탈 마스크를 찾는 손님이 확 늘어 재고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지난 주말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여기에 초·중·고 등교까지 다가오면서 마스크 수요가 급증했다.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 발발 이후 마스크 공급이 부족하던 때와 같은 현상이다.

12일 서울 서초구의 한 약국에 전날까지 덴탈 마스크가 걸려 있던 자리가 텅 비어있다. 정진호 기자

12일 서울 서초구의 한 약국에 전날까지 덴탈 마스크가 걸려 있던 자리가 텅 비어있다. 정진호 기자

이날 서울 서초구의 한 약국엔 공적 마스크는 쌓여 있었지만 덴탈 마스크가 걸려있던 매대는 텅 비었다. 전모(33) 약사는 “11일 하루 동안만 덴탈 마스크가 200장이 넘게 팔렸다”며 “최근 공적 마스크 판매량이 줄어든 반면 날씨가 더워지면서 덴탈 마스크 판매는 급격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의 등교가 예정되면서 어린이용 마스크를 구하려는 손님이 늘었다. 소형 덴탈마스크는 생산량 자체가 적어 구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판매분이 모두 떨어진 덴탈 마스크를 추가로 주문하는데 실패했다. 11일 오후 약사들이 이용하는 도매업체에서 덴탈 마스크의 재고가 모두 소진됐기 때문이다.

"공적 마스크 덥다" 교환 줄이어

이날 약국을 찾은 손님 이모(32)씨는 “사놓은 공적 마스크가 있긴 하지만 요즘은 오래 쓰고 있으면 코에 땀띠가 날 것 같아서 덴탈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서초구 인근 약국 세 군데를 돌았지만 덴탈 마스크 재고가 남은 곳이 없어 헛걸음만 했다”고 토로했다.

중고거래 어플리케이션(앱) '당근마켓'에는 최근 들어 ‘KF94 마스크로 KF80 또는 덴탈 마스크와 교환을 원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이용자는 “KF94 마스크 10장 있어요. 덴탈 마스크와 교환을 원한다”는 글을 8일 올렸지만, 교환을 원하는 사람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KF94 마스크를 KF80 마스크로 교환 희망한다”는 글도 상당수다.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 올라온 마스크 교환 글. [당근마켓 캡처=정진호 기자]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 올라온 마스크 교환 글. [당근마켓 캡처=정진호 기자]

덴탈 마스크 가격 급등

덴탈 마스크 수요가 늘면서 재고가 부족해졌고,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서모(35) 약사는 “오늘(12일) 도매업체에서 덴탈 마스크 재고가 들어왔다며 50개입 1박스를 약 3만원에 판매한다고 하더라”며 “이달 초에 같은 양의 덴탈 마스크 1박스가 들어오는 가격이 2만원 정도였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 전 이 약국엔 덴탈 마스크 1박스가 9000원에 들어왔다.

KF80 찾는데…약국 입고 '랜덤'

KF80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약사회는 대국민 안내를 통해 “KF80으로 감염예방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고, 호흡하기 쉬워 장시간 착용에 더 적합하다”며 “KF94와 KF80은 미세먼지 차단에 따른 구분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약국 현장에서는 KF94와 KF80 마스크가 무작위로 주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 약사는 “5월 들어 젊은 손님들은 대부분 KF80 마스크를 찾는데 공적 마스크는 KF94와 KF80 마스크가 무작위로 들어와 이를 맞춰서 판매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유통업체에서 KF94와 KF80을 구분하지 않고 수량만 맞춰 약국에 공급하다 보니 매일 입고되는 마스크 종류가 다르다는 것이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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