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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222팀, 바리케이드도 등장···샤넬백 인상 소식에 생긴 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2일 오전 11시30분 경.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에 있는 샤넬 매장 앞에서 한 직원이 매장 입장을 기다리는 고객이 222팀이 있다는 테블릿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독자 제공

12일 오전 11시30분 경.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에 있는 샤넬 매장 앞에서 한 직원이 매장 입장을 기다리는 고객이 222팀이 있다는 테블릿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독자 제공

12일 오전 11시 30분경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샤넬 매장 앞에는 매장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백화점 문을 연 지 1시간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미 입장 대기팀은 222명에 달했다. 샤넬이 오는 14일부터 가격을 인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상 전에 제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인근 신세계백화점 본점 역시 마찬가지였다. 신세계 본점 샤넬 매장 밖에 모여있는 사람은 어림잡아 30여 명. 매장 안에는 더 많은 수의 사람이 있었고 직원들은 가방 등 제품을 포장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올해 티파니·프라다·루이 비통 등 다수의 명품 브랜드들이 동시에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이달 샤넬의 가격 인상 소식에 백화점 매장마다 인상 전에 제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매장 입구에서 입장 신청을 한 뒤 자기 차례가 와야만 그나마 매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대기 시간만 최소 1시간 30분에서 길게는 3시간이 넘는다.

샤넬 가격 인상에 매장을 찾은 사람들. 문 앞에서 직원에게 입장을 신청하고 자신의 차례가 오면 연락을 받고 매장에 입장할 수 있다. 이런 대기 시스템 덕에 매장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입장 신청을 하거나 지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매장 앞을 서성였다. 사진 독자 제공

샤넬 가격 인상에 매장을 찾은 사람들. 문 앞에서 직원에게 입장을 신청하고 자신의 차례가 오면 연락을 받고 매장에 입장할 수 있다. 이런 대기 시스템 덕에 매장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입장 신청을 하거나 지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매장 앞을 서성였다. 사진 독자 제공

해외 명품들은 해가 바뀔 때마다 인건비 상승, 물가 상승률 등을 이유로 가격을 올려왔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3월부터 유럽·미국 등 전 세계의 많은 매장이 문을 닫은 상황이라 인상의 이유를 찾기 힘든데도 명품 브랜드들은 여지없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특히 샤넬은 이미 지난 2019년 10월 인기 가방들의 가격을 100만원가량 올린 데 이어 7개월 만에 또 가격을 올리는 것이라 더 이목이 쏠렸다.

"3시간 기다려도 사면 다행" 

샤넬의 가격 인상 소식은 이달 8일 처음 알려졌다. 이에 지난 주말부터 해외 커뮤니티를 통해 인상 소식을 접한 사람들이 매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토요일인 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 샤넬 매장에는 입장 대기를 등록하려는 사람들이 몰려와 바리케이드 같은 안전선까지 설치됐다. 이날 현대백화점을 찾은 김모씨는 “(샤넬의)가격이 오른다는 얘기는 4월부터 있었다. 처음엔 에르메스와 롤렉스도 함께 오른다는 소문이 있어서 이 시국에 무슨 가격 인상이냐고 했는데, 롤렉스·에르메스는 가격을 올려도 매장에 살 수 있는 물건이 없어서 (가격은)안 올리고 샤넬만 올린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문객인 이모씨는 “샤넬은 어차피 가격이 계속 오를 거라 인상 전에 사놓으면 이득”이라며 “요즘은 주말에도 백화점에 사람이 없었는데 샤넬 때문에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샤넬 코리아 측은 “공식 발표를 따로 하진 않았지만, 글로벌에서 가격 인상이 있었던 건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상 폭은 인기 품목인 샤넬 보이백·클래식백 등 인기 가방을 중심으로 약 7~17% 선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700만~800만원대인 샤넬 인기 가방의 경우 14~15%대로 인상될 것으로 전해지는데, 그러면 최소 100만원이 더 비싸지는 셈”이라며 “원래 이 가방을 사려고 했던 사람이나 시세차익을 노리는 ‘샤테크’(샤넬+재테크)족과 전문 리셀(re-sell, 되팔기) 업자들까지 몰려 들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여행 대신 '명품' 사는 밀레니얼 

샤넬에 앞서 루이 비통은 이달 5일 핸드백 5~6%, 의류는 최고 10%까지 가격을 인상했다. 루이 비통은 이미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에도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셀린느 역시 5월 중순 3~6%대의 가격 인상을 예정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명품의 연초 가격 인상은 정기적으로 있었지만, 이번처럼 5월에 그것도 꽤 많은 브랜드가 동시에 가격을 올린 것은 드문 일”이라며 “다른 국가의 매장들이 셧다운 된 상황에서 판매가 가능한 한국과 중국에서 매출을 뽑겠다는 고약한 장사꾼 심보”라고 꼬집었다.
명품을 사기 위해 백화점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2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까지로 젊은 편이다. 이 쏠림 현상에 대해 트렌드 분석가 이향은 성신여대 교수(서비스디자인공학과)는 “요즘 젊은 세대들은 확실히 인정할 수 있는 제품은 비싸도 사고, 그 외에는 저렴한 제품으로 가성비를 추구하는 것을 ‘실속 있는 소비’로 생각한다. 특히 밀레니얼·Z세대는 돈을 모아서라도 좋은 경험과 좋은 물건을 소유할 수 있는 해외 여행과 명품 소비를 해왔는데, 지금은 코로나19와 맞물려 그 패턴이 명품 소비로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반영하듯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에도 백화점들의 해외 명품 매출은 고속상승 중이다. 5월(1~10일)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해외 명품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30%, 30.2%씩 신장했고, 신세계백화점은 28%가 늘었다.

윤경희·유지연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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