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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이중고…S시리즈는 안팔리고 A시리즈는 돈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삼성전자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보급형 스마트폰인 갤럭시A 시리즈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된 데다, 올해 출시한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20 시리즈가 최악의 판매 부진을 겪으면서다. 하지만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이 애플과 LG전자 등도 가세하면서 갈수록 경쟁이 과열되고 있어 자칫 프리미엄폰과 보급형폰 시장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애플에 눌리고 중국에 쫓기는 삼성의 '이중고'

삼성전자가 5월 7일 출신한 갤럭시A51 5G 모델

삼성전자가 5월 7일 출신한 갤럭시A51 5G 모델

중저가 보급형 갤럭시A 시리즈 잇따라 출시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5일 갤럭시A71을 국내에 공식 출시한다. 지난 7일에는 갤럭시A31과 A51을 동시에 출시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올해 초부터 A01~71을 순차적으로 출시한 바 있다. ‘A’ 다음에 붙는 숫자는 가격대와 비슷하다. A31은 30만원대, A51은 50만원대다.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모델로 꼽히는 갤럭시S 시리즈의 출고가격(124만~159만원)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삼성전자, 1분기 스마트폰 판매량 18% 줄어  

삼성전자의 갤럭시A 시리즈 마케팅 강화는 스마트폰의 전반적인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서다. 올 1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640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8% 줄었다. 삼성전자는 함구하고 있지만 업계의 올해 갤럭시S20 판매량 전망은 2000만대 수준으로 역대 갤럭시S 시리즈 중 최악의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폴더블폰인 갤럭시Z 플립도 지난 2~3월 37만대 정도다.

올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순위〈카날리스〉

올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순위〈카날리스〉

갤A51 등 갤럭시A 시리즈는 판매 호조  

갤럭시A 시리즈의 1분기 성적은 일단 나쁘지 않다. 시장조사업체인 카날리스에 따르면 갤럭시A51은 올 1분기 전 세계에서 약 600만대가 판매됐다. 개별 제품으로는 아이폰11(1800만대)과 샤오미 레드미노트 8&8T(800만대)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팔렸다. 10만원대 보급형인 갤럭시A10s(500만대)와 20만원대인 갤럭시A20s(400만대), 갤럭시A01(300만대)도 판매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갤럭시A10e와 갤럭시A20은 올 1분기 미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4~5위에 올랐다.

보급형폰 전쟁에 마케팅 과열, 수익성 악화  

문제는 2분기 이후다. 지난 6일 애플은 4년 만에 보급형 스마트폰인 아이폰SE를 공식 출시했다. LG전자는 매스(대중적) 프리미엄폰 LG벨벳을 오는 15일 내놓는다. 화웨이 역시 최근 중저가폰 노바7을 출시했고, 오포와 비보·원플러스 등 중국업체들은 5~6월에 보급형 5G 스마트폰을 대거 출시한다. 이른바 '보급형폰 전쟁'이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연구원은 "중저가 스마트폰이 경쟁적으로 출하되고 코로나19로 막혔던 유럽과 미국의 오프라인 유통 채널도 재개되면서 가격 인하 마케팅이 과열될 것"이라며 "이는 삼성전자의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삼성전자는 갤럭시S10의 판매 부진과 중저가 제품 경쟁 심화,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하락했다.

삼성전자 갤럭시A 시리즈

삼성전자 갤럭시A 시리즈

인도·동남아 보급형 시장서 중국 추격 받아    

삼성전자의 보급형 제품 강화 전략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고사양 보급형폰 개발에 적극 나섰다. 성능은 좋고 가격은 싼 중국 중저가 제품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2018년 8월 고동진 삼성전자 IM(모바일) 부문장(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플래그십 모델에 60~70% 집중했는데 인도, 중남미, 동남아 등 신흥시장은 플래그십 비중이 굉장히 작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중가대와 보급형 모델에 필요하면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을 먼저 적용하는 방식을 채택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후 고화소 카메라와 대용량 배터리 등을 탑재한 갤럭시A10~90 시리즈가 연이어 출시됐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계산과 달리 중국과 인도, 동남아 시장 점유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성능을 높이느라 원가가 올라가면서 수익성도 하락했다. 여기에 갤럭시A 시리즈가 갤럭시S 시리즈의 판매량을 깎아 먹는 카니벌라이제이션(시장잠식효과)도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공세에 따른 시장 점유율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프리미엄폰과 보급형폰 시장을 다 잡는 투트랙 전략으로 선회했지만, 애플에는 더 밀리고 중국과의 격차는 더 좁혀졌다"고 말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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