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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상임위 쟁탈전 하이라이트…‘법사위원장’ 놓고 격돌 예고

중앙일보

입력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상임위원장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간 물밑 신경전이 시작됐다. ‘알짜 상임위’를 차지해 슈퍼 여당에 날개를 달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이를 견제하려는 미래통합당 간 치열한 수싸움이다. 21대 국회 원내교섭단체는 다음 달 8일까지 상임위원회 구성을 마쳐야 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0일 “상임위 협상은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첫 단추이자 새로 선출된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확인할 첫 시험대”라며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내어줄 경우 국회 운영의 추진 동력을 상실해 총선 압승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상임위는 총 18개(예산결산특별위원회 포함)로 상임위원장 자리는 통상 각 당의 의석 비율에 따라 배분된다. 20대 국회 후반기 기준 민주당은 운영·정무·국방위원회 등 9개 상임위원장을 맡았고, 통합당이 법제사법·국토교통위원회 등 8개 상임위원장을, 민생당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자리 하나를 맡았다. 21대 국회에선 민주당 의석수가 177석(더불어시민당 포함)으로 늘면서 2~3개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추가로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상임위원장 직을 추가로 확보하려는 민주당과 빼앗기지 않으려는 통합당 간 샅바싸움이 예상된다.

“법사위는 본회의 직전 최종 관문 ‘상원’”  

지난 4월 29일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지난 4월 29일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상임위 쟁탈전의 하이라이트는 일명 ‘상원 의장’으로 불리는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위원장 자리다. 법사위는 각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률안을 최종적으로 본회의로 넘기기 직전 체계·자구 심사 권한을 갖는다. 체계·자구 심사는 ▶법안의 위헌 여부 ▶타 법률과의 충돌 ▶용어의 적절성 등을 따지는 과정인데, 종종 상대 정당의 쟁점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해왔다.

법사위 출신 한 의원은 체계·자구 심사권에 대해 “적확한 법안 발의를 위한 최종 관문의 역할인데 실제론 상대 정당의 법안을 의도적으로 표류시킬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라며 “일부 법안은 아예 심사조차 받지 못한 채 기한만료로 폐기되는 일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법사위원장은 2004년 17대 국회 이후 줄곧 야당 다선 의원이 맡는 것이 관례로 여겨졌다. 체계·자구 심사권을 활용할 경우 의석수로 밀어붙이는 날치기 등 여당 독주를 막는 견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슈퍼 여당이 된 민주당은 “코로나19 극복 등 현안이 산적한 상태에서 야당의 노골적인 발목잡기에 시간을 끌 순 없다”며 21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 자리를 여당이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래통합당은 국회 원 구성 협상의 제1 목표로 ‘법사위원장 사수’를 내걸며 맞서고 있다. 법사위를 민주당에 내줄 경우 검찰 개편이나 7월 출범 예정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이슈 대응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당 의석수가 103석(미래한국당 19석 포함)으로 줄어든 상황이라, 법사위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대여 견제카드가 부족한 실정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최후의 보루에 해당하는 법사위까지 민주당이 가져간다면 입법 독주 등을 감시해야 할 제1야당의 역할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여당 내 일각 “법사위원장 내주되 권한 대폭 축소”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9일 오후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부친상 빈소가 마련된 대구 중구 삼덕동 경북대학교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한 뒤 주호영 원내대표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 [뉴스1]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9일 오후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부친상 빈소가 마련된 대구 중구 삼덕동 경북대학교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한 뒤 주호영 원내대표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내 일각에선 그간의 관례를 깨는 무리한 요구 대신 야당 몫으로 남겨두되 법사위원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폐지해 발목잡기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자는 방안이다. 이는 새로 선출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의 공약이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상시 국회 운영 체제를 구축하고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이른바 ‘일하는 국회법’을 대표발의해둔 상태이기도 하다.

다만 여기에도 통합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취임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를 통과한 법안 중 1년에 위헌 법안이 10건이 나온 적도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기능을 없애는 건 대단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정진우·손국희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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