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베이비 붐 세대 아기낳기 싫어

중앙일보

입력

일본에 어린이 인구감소 망국론이 나오고 있다.

후생성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지난해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는 어린이수(이하 평생 출생률) 가 1.34로 사상 최저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출생자수도 전년보다 2.1% 준 1백70만7천명으로 가장 적었다.

1970년대 초 제2차 베이비붐 때 태어난 여성의 출산이 준 것이 최대 원인이다. 여성의 만혼과 미혼 풍조도 여전하다. 미혼율 상승 요인으로 꼽혔던 육아 부담을 더는 조치는 먹혀들지 않았다. 장기 불황속에서 생긴 미래에 대한 불안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후생성 통계는 정부에 비상을 걸었다. 국민적 과제로 추진해 온 아이 많이 낳기 운동이 겉돈 것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파장은 엄청나다. 당장 현재의 후생연금 보험요율이 적정한지에 대한 의문이 일었다.

후생성은 평생 출생률이 올해에 바닥을 쳐 장기적으로 1.61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이 전망은 장밋빛 환상이 됐고, 보험요율 올리기는 불가피해졌다.

일본의 웬만한 지방자치단체는 아이를 많이 낳는 가정에 특혜를 준다.

세명째 아이부터 아동수당을 따로 지급하고, 출산 육아지원금도 더 얹어준다.

파격적인 곳도 있다. 도쿄(東京) 도 하치조(八丈) 정은 출산 축하금으로 셋째.넷째 아이한테는 50만엔.70만엔 (약 5백50만.7백70만원) 을, 일곱번째 이후로는 3백만엔 (약 3천3백만원) 을 준다. 어린이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한 조치다.

중앙 정부가 대책을 낸 지도 오래다. 94년 시작한 에인절 플랜(천사계획) 도 그 중의 하나다.

직장여성이 일도 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보육원을 늘리는 등의 사업이다. 정부는 5년 동안 1조2천억엔을 쏟아부었다.

지난해에는 보육사업 외에 고용환경 정비를 포함한 새 에인절 플랜을 짰다.

혼외(婚外) 출생아에게도 수당을 지급하고 육아비용 세금감면 혜택도 크게 늘렸다. 그러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아이 많이 낳기 노력은 거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계의 위기감은 더하다. 급속한 출생률 감소는 노동력 인구의 감소, 국내 시장 규모 축소, 현역세대의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은 뻔하다.

그래서 어린이 인구 늘리기에 재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한해 2조3천억엔(약 25조3천억원) 규모의 대책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노우에 슌이치(井上俊一) 니혼대 교수(사회인구학) 는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육아 지원을 위한 획기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고 말한다.

일부에서는 출생률 저하가 밀레니엄 베이비 선호 현상으로 풀이하지만 대세는 아니다.

어린이 인구감소는 전후 최대의 경제위기 못지 않은 일본의 두통거리다. 이는 일본과 비슷한 출산 동향을 보이는 우리한테도 남의 일 만은 아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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