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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수목장 동물학대 제보자 “최종목표는 대형 동물병원, 막아야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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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수목장 유튜버 A씨가 제보자 C씨에게 남긴 메신저 대화. 고양이 노루의 가치가 수억원에 달한다고 말하고 있다. [제보자 제공]

갑수목장 유튜버 A씨가 제보자 C씨에게 남긴 메신저 대화. 고양이 노루의 가치가 수억원에 달한다고 말하고 있다. [제보자 제공]

"제가 날개 없는 천사라고 불려요, 거의 천사인데 날개만 없어"(유튜버 '갑수목장' 라이브 방송 중)

[애니띵] 녹취록으로 본 '수의대생 유튜버' 논란

예비 수의사, 유기동물을 거둬 키우는 천사…구독자 52만명의 인기 유튜버 갑수목장이 구독자를 속이고 동물을 학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7일 동물보호단체 동물과함께행복한세상은 대전 유성경찰서에 '갑수목장'을 운영하는 유튜버 A(26)씨와 편집자 B(25)씨를 동물보호법 위반·사기·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굶기고 방치하고"…동료 수의대생 제보

리트리버견 새끼 절구가 이동장에 갇혀 있는 모습. [제보자 제공]

리트리버견 새끼 절구가 이동장에 갇혀 있는 모습. [제보자 제공]

A씨와 B씨가 절구 영상의 성과에 대해 나눈 메신저 대화 [제보자 제공]

A씨와 B씨가 절구 영상의 성과에 대해 나눈 메신저 대화 [제보자 제공]

고발은 A씨와 B씨가 재학 중인 충남대 수의학과 재학생 10여명의 제보로 시작됐다. 이들은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일하거나 촬영 장소를 방문하면서 동물 학대를 의심할 정황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제보에 참여한 C씨는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갑수목장에서 일하기 시작한 직후 공론화를 결심했다"면서 "이후 영상을 찍기 위해 수의학과 학생을 초대했는데, 이때 온 학생들이 위생 상태를 보고 놀라 제보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C씨는 갑수목장에 출연한 동물이 학대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양이의 식사를 줄여 유튜버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게 하거나 촬영을 위해 사온 다람쥐와 햄스터를 숨지게 했다는 주장이다.

메신저를 관리한 제보자가 당시 기록한 A씨와 B씨의 메신저 대화 내용. [제보자 제공]

메신저를 관리한 제보자가 당시 기록한 A씨와 B씨의 메신저 대화 내용. [제보자 제공]

고발장 등에 따르면 A씨는 B씨와의 메신저 대화에서 "비인간적이지만 고미랑 도리(새끼 고양이) 밥을 굶기니까 일을 한다"면서 "하루 (내가) 안보이니까 일한다. 일부러 어딜 다녀와야겠다"고 말했다. 촬영을 위해 고양이가 식사하지 못하게 하거나 자리를 비웠다는 내용이다.

C씨는 "영상에 쓰려고 다람쥐를 사 왔는데, 얘가 무서워서 구석에만 숨어있자 화를 냈다"면서 "찾기 힘들어지자 박씨가 창문을 열고 창밖 선반에 먹이를 줬다. 이후 먹이가 사라졌고, 다람쥐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에 제출된 A씨와 B씨의 대화 기록에 따르면 촬영을 위해 사온 햄스터가 고양이에게 머리를 물려 죽은 적 있다. 햄스터를 이동장에 넣지 않고 촬영하려다 생긴 일이라고 한다. C씨는 "영상에 나온 리트리버종 절구는 촬영 외에는 항상 철창에 갇혀 밥 먹고 배변했다"면서 "외모가 맘에 안 든다며 이름도 절구('못생겼다'의 속어인 '빻았다'를 의미)로 지었다"고 했다.

이후 A씨는 마트에서 4000원에 햄스터를 다시 사와 촬영했다고 C씨는 밝혔다. 지난 1월 게시된 이 영상은 학대 논란이 제기된 뒤 삭제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A씨는 제보자 C씨에게 "내가 죽인 것도 아니고, '유치원'(고양이를 모아두는 다른 오피스텔) 장농에 넣어뒀다""그냥 동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기동물 거뒀다더니…돈주고 사온 품종묘

고앙야 '레이'를 동물가게에서 구입하며 작성한 계약서. 제보자는 거래는 다른 사람의 명의로, 현금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제보자 제공]

고앙야 '레이'를 동물가게에서 구입하며 작성한 계약서. 제보자는 거래는 다른 사람의 명의로, 현금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제보자 제공]

지난해 7월 지상파 방송에 출연한 갑수목장은 이후 다른 고양이(노루·레이·미로)와 리트리버견 절구를 출연시켰다. 수차례 품종묘·견 구입을 비판한 A씨는 자신은 유기동물을 키우고 있다고 해 동물애호가들의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해당 동물은 동물가게서 돈을 주고 산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7일 C씨는 동물가게에서 '레이'를 구입하며 작성된 계약서를 공개했다. A씨도 8일 유튜브를 통해 노루·레이·절구를 동물가게에서 구입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갑수목장 채널을 연 지난해 1월부터 1년동안 거둔 예상수익(오른쪽)과 1달 추정 수익. [제보자 제공]

갑수목장 채널을 연 지난해 1월부터 1년동안 거둔 예상수익(오른쪽)과 1달 추정 수익. [제보자 제공]

갑수목장은 채널을 운영한 1년여 동안 상당한 수익을 거뒀다. 지난 1월15일 기준 갑수목장 채널의 연간 광고수익은 2억6000만원으로 집계된다. 시청자 기부 수익은 지난해 5월부터 6개월간 926만원을 거뒀다. 올해 초에는 고양이(루미·노루)의 캐릭터 액세서리를 파는 인터넷 쇼핑몰 '갑수마켓'도 열었다.

제보자 C씨는 기자에게 “갑수목장은 처음부터 큰 돈을 벌기 위해 만든 채널”이라고 주장했다. C씨가 동물보호단체와 경찰에 제공한 녹취록에 따르면 A씨는  C씨에게 “거짓이 탄로나면 다 무너지는거지만, 우리가 설계한 건 이런 것”이라며 “거짓에 기반을 두면 이건 대박이다”라고 말했다.

C씨는 기자에게 “A씨와 B씨는 최종 목표를 초대형 동물병원 설립으로 삼았다"며 "두 사람이 미래에 수의사가 돼 피해를 입을 동물과 보호자를 생각해 제보에 나섰다"고 밝혔다.

갑수목장 "C씨가 의도적 접근…학대 안했다"

8일 오전 A씨가 갑수목장 채널을 통해 동물학대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동물학대를 한 적 없다고 밝힌 A씨는 고양이가 다가오는 모습을 보여준다며 소파에 눕거나 2층에 올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갑수목장 캡처]

8일 오전 A씨가 갑수목장 채널을 통해 동물학대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동물학대를 한 적 없다고 밝힌 A씨는 고양이가 다가오는 모습을 보여준다며 소파에 눕거나 2층에 올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갑수목장 캡처]

논란이 확대되자 A씨는 7일 밤 유튜브에 해명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A씨는 "술 취한 날이 생기면 (제보자가) 계속해서 (동물학대 등에 관련된) 발언을 유도했다"면서 "처음부터 나의 흠을 잡기 위해 접근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험한 말은 모두 제 입에서 나온 말이 맞지만, 고양이 학대나 방치에 대해서는 조금도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굶기거나 모질게 대했다면 700개가 넘는 영상 내내 고양이들이 저를 따르는 모습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A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A씨는 "얘기를 좀 해보고 전화하겠다"고만 밝힌 뒤 다시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후 A씨와 B씨에게 이후 30차례 전화와 메시지를 했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다.

관련 논란에 대해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보도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법적·도덕적 문제"라며 "수의사법상 동물과 관련된 법을 어겨 기준 이상의 처벌을 받으면 면허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A씨와 B씨가 재학 중인 대학 측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충남대 관계자는 "수사중인 사안인 만큼 지켜보겠다. 현재 특별히 조치를 취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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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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