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용인 확진자 다녀간 이태원 "드라마 덕 좀 나아지나 했는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66번 확진자 A씨가 다녀갔다고 알려진 서울 이태원의 클럽. 8일 오전 클럽 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오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태윤 기자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66번 확진자 A씨가 다녀갔다고 알려진 서울 이태원의 클럽. 8일 오전 클럽 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오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태윤 기자

“이태원 클라스 드라마로 좀 반짝 나아지나 했더니 다시 걱정이네.”

8일 오전 서울 이태원역 인근 상점에서 만난 김모(65)씨는 걱정을 쏟아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근처에 있는 클럽 세 군데를 다녀갔다는 소식때문이다.

김씨는 “40년 넘게 이곳에서 장사를 했는데 목·금·토 밤이면 근처에 사람이 득실득실했다”며 “코로나19가 잠잠해지나 했는데 다시 확산할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뭐든 너무 빠르게 망각하는 것 같다”며 “조금만 상황이 좋아지면 안 좋았던 시절 기억은 금새 잊는 것 같은데 코로나19가 끝날 때까지 방심하면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66번 확진자 A씨가 다녀갔다고 알려진 서울 이태원의 클럽. 이태윤 기자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66번 확진자 A씨가 다녀갔다고 알려진 서울 이태원의 클럽. 이태윤 기자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66번 환자 A(29)씨는 지난 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조사에서 A씨가 2일 오전 서울 이태원의 클럽 세 군데를 들렀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A씨가 다녀간 클럽은 ‘킹’, ‘트렁크’, ‘퀸’ 세 곳이었다. 세 곳은 모두 걸어서 3분 정도 거리에 모여 있었다.

8일 오전 A씨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서울 이태원의 클럽을 직접 가보니 젊은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세 곳은 모두 문을 닫은 상태였고 모여 담배를 피는 인부 5~7명 정도를 제외하면 오가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오전 11시부터 낮 12시 정도 까지 2~3쌍 정도의 커플만 보일 뿐이었다. 이곳에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여자친구와 점심을 먹기 위해 이태원에 놀러 왔다는 이모(26) 씨는 “클럽이라는 얘기는 들었는데 이곳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66번 확진자 A씨가 다녀갔다고 알려진 서울 이태원의 클럽 입구에 코로나19 관련 준수사항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태윤 기자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66번 확진자 A씨가 다녀갔다고 알려진 서울 이태원의 클럽 입구에 코로나19 관련 준수사항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태윤 기자

킹 클럽 문 앞에는 ‘유흥시설 준수사항’이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안내문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연장 방침에 따라 5월 5일까지 유흥시설의 운영자제 권고를 요청한다 ▶불가피한 운영 시 아래 지침을 반드시 따라주십시오 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코로나19 대비 방역 시간도 적혀 있었다. 안내문에 따르면 이 클럽은 1일 오후 9시, 2일 오전 3시와 7시, 오후 9시, 3일 오전 3시와 7시 실내외 소독을 시행했다고 한다.

트렁크 클럽 문 앞에는 ‘출입금지’를 알리는 용산구 보건소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안내문에는 6일 오후 8시부터 7일 오전 2시까지 소독을 시행하고 다음 날까지 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이후에는 장소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66번 확진자 A씨가 다녀갔다고 알려진 서울 이태원의 클럽에 붙어 있는 코로나19 대비 방역 시간 안내문. 이태윤 기자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66번 확진자 A씨가 다녀갔다고 알려진 서울 이태원의 클럽에 붙어 있는 코로나19 대비 방역 시간 안내문. 이태윤 기자

클럽 주변 주차장에서 일하는 이모(62) 씨는 “주말이면 한 클럽에 300명 정도는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클럽에 온다고 모두 동성애자라고 하긴 어렵다”며 “호기심에 오는 사람이 8할은 될 것이다”고 했다. 이어 “워낙 이태원에 놀러 오는 사람들이 다 외지 사람이라서 코로나19가 여러 곳에 퍼질까 봐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8일 기준 A씨와 관련한 확진자는 총 15명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 조정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확진 환자 본인과 안양의 지인 1인 이외에, 이날 0시 이후에 추가로 현재까지 13명의 확진자가 확인됐다”며 “13명 가운데는 확진 환자의 직장동료 1인과 클럽에서 접촉한 12명의 확진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 중에는 외국인 3명과 군인 1명 등도 포함됐다고 한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