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이 7일 “안철수 대표가 대선에서 야권 단일주자로 뛰고 싶은 의지를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전날 “나는 야권이지만 보수는 아니다”라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나와 “총선 민심으로 봤을 때 순수 자유주의적 우파보수라는 개념으로 다음 대선을 돌파할 수 있겠느냐에 대해서 보수 진영도 회의적”이라며 “그러다 보니 굳이 그런 이념적 위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는 것은 안 대표가 그런 것까지 염두에 두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또 “사실 안 대표가 앞으로 걸어가야 할 행보인데 내가 먼저 언급하면 싫어하는 것 같다”며 “하고 싶은 것도 괜히 부모님이 먼저 하라고 그러면 하기 싫어지고 청개구리 본성 있을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지난 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가 낸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동의하는 어떤 당과도 손잡겠다”고 말했다. 또 “나는 야권이다. 보수라고 말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책임 많은 정부 여당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견지했다”라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날에는 국민의당과 미래한국당과의 ‘연합교섭단체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국민의당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이 최고위원은 “본진인 통합당과 함께 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니냐”고 재차 연대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 최고위원이 이틀 연속 안 대표를 향한 공개 발언을 하면서 둘의 인연에도 새삼 관심이 쏠린다. 두 사람은 2016년 20대 총선 때 서울 노원병에서 맞붙었다. 당시 국민의당 후보였던 안 대표가 52.3%(5만3930표)의 득표율로 31.3%(3만2285표)에 그친 이준석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후보를 꺾었다.
이후 2018년 2월 바른미래당(국민의당+바른정당)이 창당하면서 두 사람은 한배를 탔지만 ‘안철수계 vs 유승민계’의 공천 계파 등으로 갈등을 빚었다. 이 최고위원은 유승민계로 분류된다. 지난해 10월에는 이 최고위원이 외부 행사 뒤풀이에서 안 대표에 대해 “X신”, “인간 수준이 안됐다” 등의 발언을 한 것이 드러나 바른미래당 윤리위가 징계(직위해제)를 내리기도 했다. 안 대표가 지난 1월 정계가 복귀한 이후에는 “안 대표의 상징성을 간과하면 안 된다”며 연대론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