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경선이 주호영(5선·대구 수성갑) 의원과 권영세(4선·서울 용산) 당선인의 양자 대결로 좁혀졌다. 앞서 출사표를 냈던 김태흠·이명수 의원은 6일 나란히 불출마를 선언했다. 주 의원은 충청의 이종배 의원과, 권 당선인은 영남의 조해진 당선인과 손을 잡았다. 180석의 민주당을 견제하고, 위기의 당을 수습하는 막중한 임무가 새 원내대표의 어깨에 놓였다. 두 후보에게 통합당을 이끌 비전을 물었다.
통합당 원내대표 후보 2인 인터뷰
주호영 “나경원·심재철 등 수도권 원내대표가 변화 이끌었나”
주호영(5선) 의원은 현재 당내 최다선 의원 중 한명이다. 통상 3선이나 4선이 하는 당 원내대표를 그가 도전하자 ‘하향지원’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주 의원은 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원내대표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며 “원내대표가 당 혁신에 앞장서면서 상황에 따라 당 대표 대행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총선 패배의 이유가 뭔가
- “민심을 몰랐다. 세부적으로 보면 한 두가지가 아니다. 탄핵 이후 반성과 책임이 없었고, 청년 세대나 호남 지역에 다가가려는 노력도 없었다. 요약하면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몰랐고, 민심에 맞는 정책이나 정치도 보여주지 못했다.”
- 어떤 문제부터 손대야 하나
- “민심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이를 정책으로 반영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요즘 빅데이터도 있고, 여론조사 기법도 발전하지 않았나. 여의도연구원 등에서 국민이 원하는 바를 파악해 정교한 정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
- 당에 젊은 층이 안 보인다는 지적이다
- “세대균형이 필요하다. 하지만 선거 때만 외부에서 성공한 청년을 찾아내 공천하는 일회성 방식은 더는 안된다. 청년들의 요구와 주장을 상시로 반영할 수 있도록 당내 청년 네트워크 조직을 활성화해야 한다.”
- 당이 ‘영남당’으로 전락했다는 우려도 있다
- “동의하지 않는다. 좋은 결과를 낸 지역을 폄하하는 건 옳지 않다.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누가 당을 더 잘 개혁하고, 대여 협상력을 발휘하는가를 봐야 한다. 김성태ㆍ나경원ㆍ심재철 의원까지 최근 다 수도권 의원이 원내대표를 했는데 당에 무슨 변화가 있었나.”
- 김종인 비대위, 미래한국당 통합 등에 대한 입장은
- “혁신 없이 조기 전당대회로 가서 당권 경쟁이 벌어지는 게 우려스러웠다. 최선은 아니라도 ‘김종인 비대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8월로 비대위 임기가 제한돼 이제는 당선자 총회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미래한국당과는 빨리 합칠수록 좋다. 무소속 복당은 최고위원회 의결 등을 거쳐야 할 문제다.”
- 여당의 힘이 더 커졌다. 어떻게 대응할 건가
- “협조할 것은 협조하되 반대할 것은 적극 반대하겠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 장외투쟁도 할 것이다. 180석을 가진 여당이 밀어붙이면 국민에게 호소해 ‘여론의 힘’으로 막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지 않나. 다만 여당이 협치의 기회를 날려버리고, 힘으로만 밀어붙이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권영세 “180석 여당과의 싸움, 드러눕지 않겠다”
권영세(4선) 당선인은 8년의 ‘야인’ 생활을 접고 국회로 복귀했다. 통합당 참패로 끝난 이번 총선에서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를 제외한 서울 지역의 유일한 당선자다. 권 당선인은 6일 인터뷰에서 “권력의 중심에도, 변방에도 있어 봤다”며 “당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말했다.
- 통합당 총선 참패, 이유가 뭔가
-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 아스팔트 투쟁, 장외 투쟁 등 강경한 방식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장외 투쟁은 원래 진보 진영에서 하던 것 아닌가. 대안도 없이 반대만 하는 이미지가 굳어지다 보니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 더불어민주당의 독주가 예상된다
- “많이 걱정된다. 민주당이 협치의 의사가 있다면, 우리도 얼마든지 협력을 할 수 있다. 냉정하게 말하면 법안 처리 등에 있어서 민주당을 막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더라도 품위있게 지겠다. ‘우리의 대안은 이것이었는데, 민주당을 막지 못했다’고 국민께 설명하겠다. 밖에서 드러눕지 않겠다.”
- 통합당은 어떻게 변해야 하나
- “이른바 ‘아스팔트’로 상징되는 강경 보수의 목소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스팔트와 결별하고 실력있고 품격 있는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 대안은 없으면서 반대만 하는 보수는 매력이 없다. 정부ㆍ여당이 힘을 못 쓰고 있는 경제, 공정, 안보 등 분야에서 우리만의 확실한 정책을 찾아가겠다. 오거돈, 양정숙 같은 인물이 통합당에서 나오지 않을 것을 약속드린다.”
- 서울 강북 지역의 유일한 당선인이다
- “수도권을 잡지 못하면 대선도 잡을 수 없다. 수도권을 이해하는 사람이 원내 지도부를 이끌어야 한다. 저는 다른 어느 후보보다 수도권 민심을 잘 안다. 영등포에서 3선을 지냈고, 이번엔 용산에서 민심의 선택을 받았다.”
- 8년 만의 복귀, 감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 “그 반대다. 8년 동안 여의도를 벗어나 국민의 시각으로 정치를 바라볼 수 있었다. 통합당이 총선에서 실패한 원인은 국민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여의도의 언어로만 구호를 외쳤기 때문이다. 4선의 노련함과 야인의 객관적 시선을 함께 갖췄다고 자부한다.”
- 김종인 비대위는 어떻게 해야 하나
- “연말 정도까지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맡겨도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당은 위급 상황이고 제 개인 의견은 의미가 없다. 원내대표가 된다면 당선인 총회를 소집해 의견을 듣고 김종인 비대위 문제를 마무리 짓겠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