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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끝까지 안 썼다…372만 감염에도 마스크 안 쓴 리더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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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마우어공원에 그려진 벽화. 마스크 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키스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독일 베를린 마우어공원에 그려진 벽화. 마스크 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키스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마스크 착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때는 쓰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마스크 착용을 수용한 지 한 달이 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속을 지켰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지키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마스크 생산 공장을 방문하면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사망자 최대 발생국이라는 오명에도 마스크 착용을 거부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만이 아니다. 전 세계 정상들은 각국에 마스크 착용 권고·의무화 지침을 내리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전 세계 372만 3880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25만7983명이 목숨을 잃었다. 봉쇄 조치 완화로 코로나19 2차 확산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끝까지 버틴다…마스크 안 쓸 것” 

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허니웰 마스크 생산 공장에서 근로자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는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고 보호용 고글만 착용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허니웰 마스크 생산 공장에서 근로자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는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고 보호용 고글만 착용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끝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마스크 생산 공장을 방문하면서도 그는 민얼굴을 그대로 드러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는 이날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 있는 '허니웰' 마스크 생산 공장을 둘러봤다. 코로나19 사태 후 38일 만의 첫 외부 행사이자 "중요할 땐 마스크를 쓰겠다"는 약속 후 가진 첫 공식 행사였다.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스크 공장 방문 전 '마스크 착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마스크 생산 시설이라면 쓸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5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허니웰 마스크 생산 공장을 방문해 근로자를 지켜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고 보호용 고글만 착용했다. [로이터=연합뉴스]

5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허니웰 마스크 생산 공장을 방문해 근로자를 지켜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고 보호용 고글만 착용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5일 부인 멜라니아의 강권에 못 이겨 마지못해 마스크 착용 의사를 밝힌 적도 있다. 이후 줄곧 백악관과 별장만 오간 까닭에 공식 석상에서 마스크를 쓸 일은 없었다. 다만 브리핑에서 마스크를 쓴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블룸버그통신은 "마이크 펜스 부대통령은 지난달 말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한 병원을 방문하며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다"며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집이 그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3월 30일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마스크 착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3월 30일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마스크 착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비쉬와나스 하버드 헬스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리더의 말과 행동이 모순될 때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를 쓴 모습을 보여줄 때 더 좋은 인상을 남길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의 가족들은 달랐다. 부인 멜라니아는 4월 3일과 5일 마스크 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마스크 착용을 권유했다. 멜라니아는 트럼프 대통령이 "CDC 권고에도 나는 안 쓸 것"이라는 트윗을 올린 직후 해당 트윗을 올려 주목받기도 했다. 남편과는 다른 입장을 보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2일 브리핑에서 외과의사인 제롬 애덤스가 코로나19 방역 마스크를 소개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2일 브리핑에서 외과의사인 제롬 애덤스가 코로나19 방역 마스크를 소개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딸 이방카도 엄마 멜라니아에 동의했다. 이방카는 4월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딸 애라벨라 쿠슈녀와 함께 직접 만든 마스크를 착용한 사진을 올렸다.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CDC 권고에 따라 서로의 안전을 지키자"는 메시지도 남겼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 착용을 권유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왼쪽)와 그의 딸 이방카(맨 오른쪽). 이방카는 딸과 함께 만든 마스크를 쓰고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멜라니아, 이방카 트위터 캡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 착용을 권유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왼쪽)와 그의 딸 이방카(맨 오른쪽). 이방카는 딸과 함께 만든 마스크를 쓰고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멜라니아, 이방카 트위터 캡처]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 고문인 재러드 쿠슈너는 장인과 뜻을 같이했다. 쿠슈너는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면서도 정작 자신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백악관 고문인 재러드 쿠슈너(왼쪽)가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브리핑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백악관 고문인 재러드 쿠슈너(왼쪽)가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브리핑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2.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4월 30일 코로나19 치료 후 업무에 복귀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4월 30일 코로나19 치료 후 업무에 복귀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코로나19에 감염돼 치료까지 받았지만, 마스크는 한 번도 쓰지 않았다. 지난 1일 업무 복귀 후 처음 가진 브리핑 자리에서도 민얼굴을 그대로 드러냈다. 존슨 총리는 영국이 단계적 봉쇄 완화에 들어간 상황에서 "마스크 착용 방침을 논의 중"이라고 말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시사했다. 그러나 6일까지 공식 발표는 없는 상태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 중인 존슨 종리. [AFP=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 중인 존슨 종리. [AFP=연합뉴스]

“심상찮다…확산세에 결국 썼다”

1.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수석
시 주석은 2월 10일 마스크를 쓰고 베이징(北京)의 한 병원과 질병예방센터 등 일선 현장을 방문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두문불출하던 시 주석이 마스크를 쓴 채 시찰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선 시 주석이 책임론을 잠재우는 동시에 코로나19가 심각한 수준임을 인정한 행보라고 해석했다. 이후 시 주석이 마스크를 쓴 모습은 곳곳에서 포착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왼쪽부터 처음으로 마스크 착용 모습을 보인 2월10일 이후 줄곧 마스크를 쓰다가 3월 30일 저장성의 한 마을을 방문하면서 마스크를 잠시 벗었다. [중국 신화망, 신화통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왼쪽부터 처음으로 마스크 착용 모습을 보인 2월10일 이후 줄곧 마스크를 쓰다가 3월 30일 저장성의 한 마을을 방문하면서 마스크를 잠시 벗었다. [중국 신화망, 신화통신]

약 50일 뒤인 3월 30일 시 주석은 코로나 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마스크를 벗고 저장(浙江)성 안지현의 시골 마을인 위촌을 찾았다. 실내에 들어설 때는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외부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주민들과 담소를 나눴다. 당시는 중국 일일 신규 확진자가 감소세에 접어들던 때로, 시 주석이 일상 복귀를 독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2.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월 31일 마스크 생산 공장을 방문하며 마스크 등 보호 장비를 갖췄다. [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월 31일 마스크 생산 공장을 방문하며 마스크 등 보호 장비를 갖췄다. [AP=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과 콘테 총리는 3월 말부터 4월 초 사이 처음으로 마스크를 쓰고 등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마스크 공장과 군 병원 방문 때, 콘테 총리는 의회 연설에 나서면서다.

두 정상은 이후 꾸준히 마스크를 착용했다. 4월 말 신규 확진자가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콘테 총리는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다. 콘테 총리는 4월 30일 국회에서 가진 봉쇄완화 조치 연설 자리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참석했다가 마스크를 벗기엔 이르다는 지적을 받았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EPA=연합뉴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EPA=연합뉴스]

3.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3월 31일부터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지만 코와 입만 가린 작은 마스크를 썼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3월 31일부터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지만 코와 입만 가린 작은 마스크를 썼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마스크를 쓰고도 비판을 받았다. 3월 31일 열린 경제재정자문회의를 시작으로 마스크를 쓰고 공식 행사에 나섰지만, 역풍을 맞았다. 코와 입만 간신히 가린 작은 마스크를 두고 네티즌은 "아동용 마스크"냐고 조롱했다. SNS에는 마스크 두 장으로 가린 아베 총리 사진이 등장하는 등 비난이 이어졌다.

일본 네티즌은 아베 총리의 마스크 배부 방침을 비판하며 트위터에 조롱 글과 사진을 잇따라 게재했다. [트위터 @87chan16 캡처=뉴시스]

일본 네티즌은 아베 총리의 마스크 배부 방침을 비판하며 트위터에 조롱 글과 사진을 잇따라 게재했다. [트위터 @87chan16 캡처=뉴시스]

4.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모디 총리는 4월 26일 대국민 담화에서 마스크 착용을 당부했다. 그는 카디(손으로 직조한 인도면)에 가모차(면 수건의 디자인)가 그려진 수제 마스크를 착용했다. [모디 총리 유튜브 캡처]

모디 총리는 4월 26일 대국민 담화에서 마스크 착용을 당부했다. 그는 카디(손으로 직조한 인도면)에 가모차(면 수건의 디자인)가 그려진 수제 마스크를 착용했다. [모디 총리 유튜브 캡처]

모디 총리는 직접 만든 천 마스크를 쓰고 등장했다. 4월 11일 주요 주 총리와의 화상회의 때 흰 면 마스크를 착용했던 모디 총리는 이후 카디(khadi, 손으로 직조한 인도면)에 가모차(Gamucha, 면 수건의 디자인)가 그려진 수제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린 채 등장했다. 인도는 일찍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지만 5일 일일 신규 확진자가 3900명으로 집계되는 등 여전히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마스크도 불안해…방호복 등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월 24일 코로나19 환자가 입원 중인 모스크바 남부의 한 병원을 방문하며 방호복을 입고 나타났다. 이후 마스크를 쓴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3월 24일 코로나19 환자들이 입원 중인 모스크바 남쪽 병원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이 노란색 방호복을 입고 병원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AP=연합뉴스]

3월 24일 코로나19 환자들이 입원 중인 모스크바 남쪽 병원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이 노란색 방호복을 입고 병원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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