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군 서북서쪽 21㎞ 지점에서 최근 9일간 57회 지진이 발생했다. 가장 최근 발생한 지진은 4일 오후 5시 12분 규모 1.5의 미소지진(규모 2.0 이하의 지진)으로, 지난달 26일 오후 12시 34분 규모 1.8의 지진 이후 57번째 지진이다. 그간 규모 2.0을 넘는 지진은 4건 발생했다. 3일 오후 10시 7분 발생한 규모 3.1의 지진이 가장 큰 규모다. 높은 건물에서 진동이 느껴지고 멈춰선 차에서도 흔들림이 느껴지는 진도 Ⅲ의 지진이었다.
해남 지역은 1978년 지진관측을 시작한 이후 단 한번도 지진 발생이 없었던 지역이다. 이 지역에는 지금까지 밝혀진 단층도 없고, 전남 지역 전체적으로 지진이 드물게 발생해 주변 단층 정보도 많지 않다. 가장 가까운 단층은 ‘광주단층’이지만 그나마도 정보가 적어 이번 지진과의 연관성을 분석하기엔 충분하지 않다.
시기나 위치로 보아 앞서 발생한 경주지진, 포항지진 등 큰 지진의 여파일 가능성은 적다. 3일 오후 대만 화롄 남쪽 해상에서 발생한 규모 5.9의 지진, 일본 규슈 서쪽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6.0 지진이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도 있다. 두 지진 모두 비슷한 판 경계에서 생긴 지진이고, 전남 지역에서 멀지 않은 해상에서 발생했다.
한 지점에서 지진이 수십차례 이어진 경우는 드물지만 과거에도 있었다. 2013년 충남 보령 해역에서 3개월동안 98회, 2019년 백령도 해역과 육상에서 7개월간 102회 크고작은 지진이 이어졌으나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채, 큰 피해 없이 지나갔다.
기상청은 지진이 발생한 해남 지역에 4개의 이동식 지진계를 설치해 이번 지진이 발생한 지점 인근의 단층 정보를 추가 분석할 예정이다.
기상청은 “큰 지진 발생 시 낙하물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진동이 멈춘 후 야외로 대피하라”고 당부했다. 기상청 홈페이지와 전화번호 131 등을 통해 지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김정연·박경민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