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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도 유럽차 수입 60% ‘껑충’…99개월만 무역적자에 한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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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달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수출액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 수출국의 영업점이 문을 닫으며 판매량이 급감한 탓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상대적으로 일찍 안정세를 찾은 탓에 국내 자동차 수입은 오히려 늘었다. 각국이 한국에 비해 뒤늦게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시차’로 인해 국내 자동차 수출은 감소하고 수입은 늘며 99개월 만에 무역수지 적자를 부추겼다.

車 수출액, 10년 10개월 만 최대 감소

4월 10대 품목 수출 증감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4월 10대 품목 수출 증감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23억9100만달러(2조9266억원)로 전년 동월보다 36.3%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6월(-38.1%) 이후 10년 10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3월 수출액은 3% 증가세를 보였지만, 유럽ㆍ미국 등 주요 수출 대상국에서 4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하며 한 달 만에 수출액이 큰 폭으로 줄었다.

지역별로는 미국 대상 수출이 8억6000만달러(1~25일 기준)로 전년 동기보다 16.7% 감소했고, 유럽은 4억6000만달러로 21.4% 줄었다. 아르메니아,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등 10개 독립국가연합(CIS)으로의 수출은 1억달러로 58.6% 급락했다. 산업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이 락다운(이동 제한)에 걸린 영향”이라며 “해외 딜러들의 영업을 중단하면서 수요가 급감, 수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외제차 수입은 오히려 ‘껑충’…무역수지 적자

월별 무역수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월별 무역수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러나 상대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내수 위축이 덜했 한국의 경우 자동차 수입은 오히려 크게 늘었다. 1~25일 기준 자동차 수입액은 9억45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2.1% 늘었다. 같은 기간 자동차 중 승용차 수입액도 8억65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2.4% 늘었다. 특히 유럽산 자동차 수입액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나 뛰었다. 1분기 벤츠, BMW 등 독일 브랜드 차 판매량은 총 3만4093대로 작년 동기보다 27.5% 증가했다.

산업부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코로나19로 인한 내수시장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한국으로의 물량을 안정적으로 수출한 영향”이라며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 제조업은 셧다운 없이 정상 가동하는 가운데 중간재ㆍ자본재도 지속해서 수입되며 무역수지 적자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4월 무역수지는 9억5000만달러 적자로 99개월 만에 흑자 행진을 멈췄다.

여기에 정부가 자동차 구매 시 내야 하는 개별소비세를 오는 6월 말까지 70% 인하한 것도 자동차 내수 진작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개소세가 낮아지면 교육세(30만원), 부가가치세(13만원) 등도 함께 낮아져 최대 감면 효과가 143만원에 이른다. 총 차량 구입액 대비 개소세 비율도 기존 5%에서 1.5%까지 낮아진다.

덩치 키운 친환경차 수출, ‘주춤’ 할 수도

문제는 이달엔 수출 감소 등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09년 1월 자동차 수출 감소율(-54.8%)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동 제한이 완화되고 경제 활동이 재개되더라도 소비심리가 한동안 위축될 수 있어서다. 주요 수출국인 미국의 올 1분기 성장률은 -4.8%를 기록해 200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2분기는 더욱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최근 전체 자동차 수출 중 비중이 높아진 전기차 등 친환경차 수출이 주춤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주요국이 방역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자하며 정부 지원에 크게 의존하던 친환경차 수요가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시적으로 미래차로의 전환 속도를 다소 늦추고, 내연기관차를 효율화하는 등 중·장기적 판매전략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2021년 강화되는 배출권거래제 부담(유상할당 비중 3%→10%)을 최소화하고, 생산 극대화를 위해 노동·환경 규제도 한시적 완화해 기업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필수 교수는 “코로나19로 공유차 입지가 흔들리는 만큼, 자차 수요는 오히려 늘 것”이라며 “향후 온라인 중심의 ‘언택트 판매방식’ 전환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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