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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대출' 혼란 이제 그만…신용평가 뛰어드는 카드사

중앙일보

입력

신용카드사가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맞춤형 신용평가(CB)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카드사가 갖고 있는 결제정보나 가맹점 실적을 토대로 신용을 평가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최근 ‘코로나 대출’ 과정에서 각 기관마다 평가한 신용등급이 달라 발생했던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1000여 명의 대구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지난 3월 코로나19 관련 정책자금 대출 상담 번호표를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1000여 명의 대구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지난 3월 코로나19 관련 정책자금 대출 상담 번호표를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자영업자 신용평가 틈새시장 공략 

‘개인사업자’는 개인과 기업 사이에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일컫는 용어다. 기존 금융권에서는 이들의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맞춤형 시스템이 따로 없었다.

이 때문에 최근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정책자금 대출과정에서 평가기관마다 신용등급이 달라 혼란을 겪는 자영업자들이 많았다. 소상공인 초저금리 대출 등이 실시된 지난 달 자영업자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터넷으로 조회한 신용등급과 은행이 평가한 등급이 크게 차이나서 대출을 못 받았다’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금융위도 지난 달 “은행마다 신용등급 평가결과가 다를 수 있고, NICE평가정보 등에서 조회한 개인신용등급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공지했다.

지난 달 실시된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자영업자 대상 대출 과정에서 각 기관마다 평가한 신용등급이 달라 불편함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 달 실시된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자영업자 대상 대출 과정에서 각 기관마다 평가한 신용등급이 달라 불편함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카드사는 이 틈새를 파고들 계획이다. 지난 해 초 금융위가 신용정보업을 개인·개인사업자·기업으로 세분화하고 카드사도 개인사업자에 한해 신용평가 사업을 겸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길이 열렸다. 이어 올해 초 금융회사가 개인의 가명정보를 가공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3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카드 결제 정보 등을 활용한 더 정교한 평가 시스템 개발도 가능해졌다. 최근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간편결제업체 등장으로 입지가 좁아진 카드사 입장에선 새로운 수익원을 찾을 기회다.

"카드결제 정보로 사각지대 메우기" 

현재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건 신한카드다. 신한카드는 이미 지난해 금융위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운영사로 선정된 뒤 개인사업자 신용평가 사업인 ‘마이크레딧’ 서비스를 개발해 운영 중이다. 빅데이터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사내 데이터비즈팀이 해당 서비스를 기존 금융권에 'B2B(Business to Business)'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지난 달 28일에는 서울신용보증재단과 함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신용평가 모형 개발 사업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안성희 신한카드 데이터비즈팀장은 “현재 인터넷은행 등 기존 금융권에 마이크레딧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고, 향후 서울신보의 공공데이터와 결합해 공공서비스 개발에도 앞장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KB국민카드도 올해 7월을 목표로 개인사업자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 중이다. 카드결제 정보나 가맹점 실적뿐 아니라 주변 상권을 분석해 예상매출까지 판단할 수 있도록 평가 시스템을 더 정교하게 만드는 게 목표다. 현대카드‧BC카드 등도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 서비스를 목표로 맞춤형 신용평가 모델을 준비 중이다.

카드사들은 신용평가 서비스로 새로운 고객층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개인사업자는 기존 신용평가업에서 다루지 않던 새로운 영역”이라며 “기존에는 영업기간이 짧거나 실적이 없어서 신용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개인사업자들이 다양한 정보의 결합으로 신용평가를 받고 대출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도 “대출이 된다고 해서 받으러 갔는데, 막상 은행에선 신용등급이 맞지 않아 대출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았다. 카드 결제정보를 활용하면 이런 사각지대까지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신용평가 사업이 ‘카드론’ 심사과정에서도 미래에 발생할 부실이나 연체를 예측하고 방지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3월 기준 7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가 취급한 카드론 금액은 4조32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6% 급증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여러 데이터를 결합하면 개인사업자의 사업에 대한 전망도 가능할 것”이라며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리스크 관리를 좀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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