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검사 건수, 韓의 20배…8일째 확진 0명 베트남 방역법

베트남에서 8일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자 서구 언론 매체들이 방역 성공 요인 분석에 나섰다.

지난달 29일 베트남 하노이의 불교 사원에 코로나19 방역 캠페인 광고가 붙어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과 국경이 접해 있는 데다 상대적으로 저소득 국가인 베트남이 코로나19와 싸움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킹스칼리지 런던대학의 로빈 클링글러-비드라 교수와 배스 대학의 바-린 쩐 교수는 베트남의 성공 요인으로 적극적인 발열 체크와 코로나19 검사, 목표를 정한 봉쇄조치, 지속적인 의사소통 등 3가지를 꼽았다.

확진자 1건당 검사 건수, 한국의 약 20배 

특히 베트남은 '확진 1건당 코로나19 검사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만큼 코로나19 검사가 많이 이뤄졌단 뜻이다.

'아우어 월드인 데이터' 자료를 보면 29일 기준으로 베트남의 '확진 1건당 코로나19 검사 건수'는 966.7건이다. 대만은 147.6건, 뉴질랜드는 123.9건, 호주는 83.6건, 한국은 57.8건으로 집계됐다.

WP는 베트남 당국이 문자 메시지와 휴대폰 앱 등을 통해 코로나19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발생 당시에도 베트남은 지역사회 감염을 성공적으로 막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접촉자 추적은 집요하게…수만 명 자가격리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달 27일 보도에서 베트남을 코로나19확산세가 꺾인 국가로 꼽으며 "베트남 정부가 매우 신속하고 극적인 행동에 나섰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전했다.

WSJ은 또 베트남이 3월 말 한국에서 신속 검사 키트 20만개를 수입해 온 사실을 언급하며, 빠른 검사가 방역에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시의적절한 조치와 적극적인 감염 통제를 베트남의 방역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베트남이 세계보건기구(WHO) 방침이 나오기도 전에 외국인 입국을 막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조처를 한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해석이다.

또 치료 시설이 적은 점을 감안해 검사를 자주 하고 공격적으로 접촉자를 추적했다는 점도 성공 요인으로 짚었다.

베트남은 확진자는 적지만 지난달 30일까지 26만 1004건의 검사를 벌이고, 수만 명을 격리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성 요셉 성당 앞에서 사람들이 쌀을 배급받기 위해 멀리 떨어진 채 줄을 서 있다. EPA=연합뉴스

감염병 '전쟁' 선포, 노래와 SNS로 방역 홍보

가디언은 또 베트남이 일당 체제에서 일사불란하게 사태 해결에 나선 점도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초기 베트남 정부는 이 사태를 '전쟁'으로 규정하고 의료진은 '군인', 코로나19 예방 본부는 '총사령부'로 부르며 사태에 대응했다.

다만 대중을 상대로는 유명 가수와 협업한 코로나19 예방 노래를 퍼뜨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플루언서를 동원해 자가 격리자들을 응원하는 등 문화적인 접근 방식을 썼다고 가디언은 평가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