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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과 증시,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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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수진 기자 중앙일보 팀장
전수진 경제기획팀 차장

전수진 경제기획팀 차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신변이상설은 북 체제 특유의 폐쇄성과 일부 외신의 호들갑이 공동 감독한 작품이다. ‘노스 코리아’와 ‘사우스 코리아’의 구분이 어려운 지구 상의 대다수에게 북한은 흥미본위 신비주의 대상인 게 현실. 동양을 잘 모르면서 일방적으로 신비화하고 정형화했던 서양의 오리엔탈리즘처럼, 일종의 ‘북한 오리엔탈리즘’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렇게 쓰면서도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에게 변고가 없으리라 100% 단정은 어렵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던 2018년 6월 싱가포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목도했던 김 위원장의 혈색은 첫눈에도 안 좋았다. 지난해 이맘때 북·러 정상회담을 마무리하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전용 열차를 타던 그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재생하니, 거친 숨소리가 생생하다. CNN에서 그의 신변이상설을 다소 요란스레 전했을 때 팩트 확인 차 e메일을 보내온 미국인 북한 전문가는 대화 뒤, 이렇게 결론 내렸다. “상황 주시는 하되, 부화뇌동하진 않겠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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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만약-. 만약에 말이다. 김 위원장이 실제로 사망했다는 속보가 뜨면 당신이 첫째로 할 일은 무엇인가. 검색창을 열고 관련 뉴스에 악성 댓글을 다느라 바쁘다면 죄송하지만, 하수오브 더 하수. 고수의 손가락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모바일 주식거래 앱을 열고 있을 것이다. 이미 각종 뉴스와 정보를 선별해 팔 건 팔고 살 건 사두었을 테니 회심의 미소를 짓지 않을까. 북미권 포털 사이트에서 김정은 신변이상설 기사들 다수를 경제 및 금융 섹션으로 분류해 놓은 건 우연이 아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이 급서(急逝)했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겹쳐 국내외 경제 사정은 불에 기름 끼얹은 형국이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북한 평양시 중구역 창광거리의 노동당사와 미국 뉴욕시 월스트리트 11번가의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돼있는 셈. 아르헨티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는 “모든 것은 모든 것에 연결돼 있다”고 했고, 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은 “모든 것은 연결돼있다고 전하기 위해 ‘아바타’를 찍었다”고 했다. 정치와 경제도 마찬가지.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돼있다. 대한민국 서울 세종로 1번지도 새겨야 할 대목일 듯싶다.

마지막으로 김정은 위원장에게 한 마디. 이참에 감량과 절주, 그리고 비핵화를 권한다. 반인권 행위에 대해 사죄도 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2년 전 판문점의 벅찼던 남북 정상회담이 일장춘몽 같아 아쉬워 덧붙이는 말이다.

전수진 경제기획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