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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전격 압수수색, 檢 스스로 ‘검사장‧채널A’ 논란 규명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8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채널A 기자 이모씨와 성명 불상의 현직 검사를 협박죄로 고발한 사건과 관련, 채널A 사무실과 이씨 자택 등 5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28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채널A 기자 이모씨와 성명 불상의 현직 검사를 협박죄로 고발한 사건과 관련, 채널A 사무실과 이씨 자택 등 5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검찰이 28일 종합편성채널 채널A 본사를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다. 앞서 MBC가 제기한 ‘채널A‧검사장 통화 논란’에 대한 강제수사를 개시한 것이다. 하지만 채널A 기자들이 사무실 진입을 막아서고 있어 이날 오후까지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후 현재까지 채널A에서 '녹취록'등 내부 보고 기록 일체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진 채널A에서 자료 확보 못한 것으로 알려져

전례 거의 없는 언론사 압수수색…진행 경과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28일 서울 중구 채널A 본사와 이모 채널A 기자 자택 등 5곳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검찰은 내부 보고 기록이나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녹음파일 등이 있는 공간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오전 8시 쯤 채널A 본사에 도착한 검찰은 오전 9시30분부터 채널A 보도본부 책임자에게 압수수색 취지와 방식 등을 설명하고 본격적인 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다만 이후 압수수색 진행 과정에 대해선 양측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복수의 채널A 관계자는 “대치 상황이 지속돼 압수수색이 전혀 집행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반면 검찰은 “대치 상황이 아니라 사측과 구체적인 집행 대상이나 방식에 대해 협의하면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채널A 기자들은 보도본부장실 앞에서 사무실 진입을 저지하고, 검사와 수사관들은 보도본부장실과 인근 공간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서울 종로구 채널A 앞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연합뉴스]

28일 서울 종로구 채널A 앞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연합뉴스]

민주화 이후에는 몇 차례 언론사 압수수색이 있었지만 실제 집행이 성공했던 경우는 극히 드물다. 언론사 압수수색 때마다 언론 자유 침해 및 탄압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특히 취재 행위를 두고 언론사 압수수색이 이뤄지기는 1989년 안전기획부가 서경원 평화민주당 의원 방북 건을 취재한 한겨레신문 편집국을 압수수색한 사례 정도가 꼽힌다. 이후에도 언론사 압수수색 시도는 있었으나 기자들의 저항으로 무산된 경우가 많았다. 가장 최근인 2018년에는 ‘드루킹 사건'을 취재하던 TV조선 기자가 ‘드루킹’의 출판사 사무실에 들어가 태블릿PC 등을 가지고 나온 사건으로 경찰이 보도본부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기자들 저항에 막혀 철수했다.

이에 한국기자협회 채널A 지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기자들이 민감한 취재자료를 취합하고 공유하는 공간에 검찰 수사 인력이 들이닥쳐 취재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는 어떤 설명으로도 납득할 수 없다”며 “검찰은 채널A에 대한 압수수색을 즉각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5곳 압수수색…혐의‧범위는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는 의혹을 처음 보도한 MBC와 제보자 지모(55)씨, 통화 당사자로 지목된 검찰 관계자, 이 기자가 편지를 보내 취재 협조를 요청한 이철(55·수감 중)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의 구치소 수용거실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압수수색 영장에 적힌 혐의는 강요미수다. 강요미수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지만 미수에 그친 경우를 뜻한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지난 7일 이 기자와 ‘성명 불상의 검사’를 협박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영장에는 강요미수가 적혔다. 협박은 개인의 의사나 의사결정의 자유를 침해할 때 적용되는 죄라면, 강요는 이와 함께 활동의 자유도 포함하는 범죄에 해당한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회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고발장을 들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회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고발장을 들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향후 검찰 수사 쟁점은

검찰이 이번 압수수색에서 의혹을 풀 핵심 열쇠로 꼽히는 이 기자와 검찰 관계자의 ‘통화 녹음 파일’을 확보할 경우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 기자가 언급했던 검찰 관계자가 제보자 지씨의 주장대로 ‘윤 총장의 측근 검사장’인지도 가려지게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 기자와 지씨 사이의 대화에서 피해자(지씨) 활동의 자유를 침범할 만큼 해악이 고지된 내용이 있었는지도 규명될 전망이다.

다만 검찰은 ‘MBC 취재 과정 및 보도 내용의 문제점’까지 포함해 사건을 전반적으로 들여다 보겠다는 방침이다. “윤 총장 측근이 채널A 기자와 유착했다“는 MBC 보도 내용이 과장됐거나 오히려 MBC가 취재 윤리를 어겼을 가능성도 모두 따져보고 있다는 얘기다.

검찰의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채널A나 해당 검사장이 타격을 입을 수도, 반대로 MBC가 곤경에 처할 수도 있다. 해당 검사장이 윤 총장의 측근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수사 결과가 윤 총장에게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채널A‧검사장’ 의혹 출발은

이철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뉴시스]

이철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뉴시스]

이번 ‘채널A 기자-검사장의 부적절한 통화' 의혹은 지난달 31일 MBC의 보도로 불거졌다.

이 기자가 신라젠 의혹을 취재하던 중 검찰 고위 간부와 친분을 이용해 이 전 대표 측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 의혹을 제보하라”며 협박성 취재를 했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이 과정에서 지씨 등은 이 기자가 윤 총장의 최측근인 A 검사장과의 통화 녹음을 들려주며 취재 협조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윤 총장은 의혹에 대해 대검찰청 인권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가 지난 17일 중간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서울중앙지검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김수민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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