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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경제대책 땜질만 무성···CEO가 당장 해야할 세 가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키고 회복하고, 그리고 개편하라’.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베인 앤드 컴퍼니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기에 처한 기업과 정부에 보내는 메시지다. 베인 앤드 컴퍼니는 이런 제목의 분석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명동의 거리가 한산한 모습. 연합뉴스

지난 23일 오후 서울 명동의 거리가 한산한 모습. 연합뉴스

최고경영자(CEO)라면 당장 세 가지 일을 해야한다고 베인 앤드 컴퍼니는 제안했다. 먼저 ‘지키기’다. 조직을 전시(戰時) 체제로 전환하고 당장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 두 번째는 ‘회복하기’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최대한 빨리 극복할 수 있도록 대응책을 마련해 놔야 한다는 얘기다. 마지막이 더 중요하다. ‘재편’이다. 코로나19 이후 달라질 세계 산업 환경에서 다시 성장해 가려면 미래를 대비한 대대적 개편이 필요하다. 베인 앤드 컴퍼니는 이 모두가 “당장 행동하고(act now), 당장 계획해야 할(plan now) 일”이라고 강조했다. 살아남느냐 멸종하느냐가 달린 문제라서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회사원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회사원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그렇다면 '주식회사 코리아'는 어떤가. 전문가들은 지키기만 있고 회복과 개편은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 피해를 막기 위한 대응책은 1년은커녕 몇 개월도 가지 않는 일회성 처방 일색이다. 6개월짜리 한시 고용 대책(55만 명 공공ㆍ청년 일자리), 3개월짜리 휴직자 지원(월 50만원 고용유지지원금), 1개월짜리 생활비 지원(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이다.

중앙정부부터 지방자치단체까지 어느 때보다 현금성 지원이 늘었지만, 이참에 지원 체계를 손보는 개편은 뒷전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흩어진 현금성 지원을 단순화해야 재정을 아낄 수 있다”며 “추가경정예산안을 짜면서 본예산에 담긴 현금성 지원을 추리고 통합해 효율화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놓쳤다”고 지적했다.

다음 단계를 염두에 둔 방안은 ‘한국판 뉴딜’ 정도인데, 이마저도 구멍투성이다. 디지털·비대면 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세부안을 보면 역시 몇 개월 못 가는 단기 일자리 중심이다. 지속 가능한 디지털·비대면 일자리를 어떻게, 어디서 만들어낼지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은 없다.

코로나 19 이후 기업을 어떻게 본궤도에 올려놓을지에 대한 계획도 보이지 않는다. 방역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빨리 안정되고 있는 이점을 날려 먹고 있는 셈이다. 지원은 있는데 규제 개혁은 없기 때문이다. 27일 홍남기 부총리를 만난 경제5단체장이 한목소리로 유통·고용·환경 등과 관련된 기업규제 완화를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산업은 코로나19를 계기로 핵심 부품의 자국 생산이 늘어날 것”이라며 "공급망의 국내화에 따라 해외에 진출한 기업이 국내로 돌아올 수 있도록 ‘리쇼어링(Reshoring)’ 법령과 지원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짚었다. 안동현 교수는 “전 세계에서 무제한으로 풀린 돈이 기업으로 흘러가게 하려면 기존 규제를 바꿔서 투자할 만한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며 “세계 경제의 지역화가 심화하면 해외 기업 유치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규제 혁신이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청사진도 시급하다. 코로나19는 위기이자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필요성이 커진 원격 의료, 원격 교육 등이 대표적이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봤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맞이한 산업이 바로 서비스”라며 “원격 의료, 원격 교육 등 비대면 서비스를 시행하는 마중물을 마련했는데 정작 이를 밀고 갈 후속 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27일 폴인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비대면·초연결 사회로 가기 위한 디지털 전환이 필수”라며 “군대식 생산 체계와 이를 바탕으로 한 노동 관계를 유연하게 바꾸지 않으면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조현숙ㆍ허정원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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