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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다리 정상회담' 감동적이었지만 합의안 이행은 19개 중 6개

중앙일보

입력

남북 정상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발표한 공동선언문(4ㆍ27 공동선언)에 담긴 19개의 합의 사항 중 7가지는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다. 판문점 '도보다리' 회담은 국민에게 감동을 줬지만, 결실은 보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4·27 판문점 공동선언 2년 성적표 보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ㆍ27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7가지), 군사적 긴장 완화(5가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4가지) 등 3개 분야와 남북 정상회담 정례화 등 19가지 사항을 합의하고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정상회담 도중 도보다리 위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정상회담 도중 도보다리 위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우선 합의사항 중 6가지는 이행됐다. 개성지역에 설치키로 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는 그해 9월 14일 문을 열었다. 이후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는 남과 북의 당국자들이 상주하며 정기 및 수시회의를 통해 남북 간 각종 현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위험에 따라 북한 측의 요청으로 현재 남측 인원은 전원 철수했다.

남북 당국자들이 2018년 9월 14일 개성공단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을 하고 있다. [뉴스1]

남북 당국자들이 2018년 9월 14일 개성공단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을 하고 있다. [뉴스1]

국제대회에 남북이 공동으로 출전키로 한 합의에 따라 남북은 2018년 8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안 게임에 공동 입장하고, 여자농구, 카누, 조정 종목에서 단일팀을 이뤘다. 인도적 문제 해결 차원에서 2018년 8월 15일 광복절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도 진행했다. 전방 지역의 확성기 방송 중단이나 불가침 합의 준수,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등도 이뤄졌다.

2018년 8월 남북한 이산가족들이 상봉행사를 마치고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8년 8월 남북한 이산가족들이 상봉행사를 마치고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0월 금강산 현지를 방문해 "남측에서 지은 건물을 들어내라"고 지시한 후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되면서 진행 중이던 남북 회담이나 협력사업은 대부분 중단됐다.

남북 고위급회담이나 군사 당국 간 회담은 2018년 10월을 마지막으로 더는 열리지 않고 있다. 북한 지역의 철도ㆍ도로 현대화와 남북 간 연결 사업 역시 그해 12월 현장조사까지 마쳤으나, 이후 진척이 없다. 지상과 해상ㆍ공중에서의 적대행위를 금지키로 했다. 하지만, 북한은 한국을 사정거리로 하는 각종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고 있다.

송인배 당시 청와대 제1부속실장(가운데)이 2018년 4월 20일 남북 직통전화를 설치한 뒤 북한 국무위원회 담당자와 시험 통화를 하고 있다.[사진 청와대]

송인배 당시 청와대 제1부속실장(가운데)이 2018년 4월 20일 남북 직통전화를 설치한 뒤 북한 국무위원회 담당자와 시험 통화를 하고 있다.[사진 청와대]

정상 간 직통전화는 정상회담 일주일 전인 2018년 4월 20일 개통됐지만 이후 통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도 남과 북이 전방 관측 초소(GP)를 폭파한 이후 남측만 일부 비무장지대 지뢰를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북한이 2018년 11월 시범 철수대상인 비무장지대내 북한측 GP를 폭파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북한이 2018년 11월 시범 철수대상인 비무장지대내 북한측 GP를 폭파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아예 첫 삽도 뜨지 못한 합의사안도 있다. 한반도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이나 남북 교류ㆍ협력에 따른 군사적 보장 대책 수립이다. 또 군축이나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 민족 공동행사의 적극적인 추진 등도 제자리걸음이다.

판문점 선언 이후 2018년 5월 26일 판문점에서 깜짝 두 번째 정상회담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그해 9월 평양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했지만, 정상회담 정례화 역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북한이 한국 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한 후 회담 자체에 응하지 않으면서 남북 정상회담 이행추진위원회 회의도 지난해 4월 4차 회의를 끝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당시 회의에선 “4차 정상회담의 차질 없는 준비”를 협의했지만, 이후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됐다”며 “4ㆍ27 판문점 선언이나 9ㆍ19 평양 공동선언은 여전히 유효한 만큼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북한과 지속해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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