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친문에 찍힌 정세균···난데없는 '전재산 기부' 폭격 맞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세균 국무총리가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25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이나 현역 의원 등을 대상으로 한 '전 재산 기부' 캠페인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국민 100%에게 지불하기로 결정한 직후 정세균 국무총리의 전재산 기부를 요청했던 캠페인이 여권 인사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재명·여당의원 전재산 기부' 캠페인 확산 

여권 인사를 대상으로 전재산 기부를 요구하는 SNS 게시자의 상당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세력으로 추정된다. ‘#정세균 총리 전재산 기부’나 ‘#이재명 지사 전재산 기부’ ‘#민주당의원 전재산 기부’ 등의 해시태그를 단 SNS 이용자의 프로필 사진에서 문 대통령이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 인사를 대상으로 한 난데없는 '전재산 기부' 캠페인은 왜 벌어지는 걸까. 정부 안팎에서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당·정 갈등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21일까지만 해도 100만원(4인 가족 기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누구에게까지 지급할지를 놓고 대립해왔다. 당정은 결국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주되 고소득층의 자발적 기부라는 큰 틀의 ‘절충안’을 도출했다.

'정세균 전재산 기부' 캠페인이 시작   

그런데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당·정간 합의 과정에서 정 총리가 당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100% 지급에 반대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설득하는 역할을 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 주도로 당정이 합의해 만든 '70% 지급안'을 민주당이 '100% 지급안'으로 입장을 바꿨고, 정 총리가 100% 지급에 반대하는 기재부를 힘으로 눌러 당의 입장을 관철시켰다는 것이다.

당정 합의 이후 더불어민주당 주변에서 “1호 기부자가 문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고, 친문 세력은 “생색은 정 총리와 당이 내고 책임은 대통령에게 떠넘긴다”며 '정 총리 전재산 기부'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당정의 합의안이 발표된 직후 SNS상에서 정 총리 부부의 재산이 51억원인 것을 두고 ‘51억 전재산 기부설’이 떠 돈 이유다.

난데없이 시작된 정세균 총리를 향한 기부압박 캠페인. [사진 트위터 캡처]

난데없이 시작된 정세균 총리를 향한 기부압박 캠페인. [사진 트위터 캡처]

정부 관계자, "자발적 기부는 문 대통령 생각" 

하지만 고소득층의 자발적 기부는 정 총리가 아닌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참모 회의에서 민주당과 기재부의 윈윈(win-win) 전략으로 “자발적 기부를 검토하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 대통령 지지자 사이에서는 정 총리가 아이디어를 주도적으로 낸 것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정 총리를 지목한 재산 기부 캠페인으로 비화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정부 관계자는 “(자발적인 고소득층) 기부 아이디어는 문 대통령이 먼저 제안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정 총리 외 장·차관급 이상 고위 공무원들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이미 3·4월 급여의 30%를 반납했다. 5·6월 급여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 경기도]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 경기도]

'친문'에 이재명 지사도 다시 찍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한 기부 압박도 최근 기재부를 비판한 게 이유라는 분석이다. 이 지사는 최근 라디오 시사프로에서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해온 기재부를 향해 “새로운 시대 새로운 상황에 전혀 적응을 못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을 겨냥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정치권의 관계자는 “(극렬 친문세력을 중심으로) 문 정부가 결정한 소득 하위 70% 지급을 여당이 반대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여당 의원 스스로 기부를 통해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다”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