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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실리콘밸리,판교] “누워서 수강하면 딱걸려”…카이스트생 원격 코딩교육 플랫폼, 엘리스

중앙일보

입력

원격 코딩교육 플랫폼 엘리스, 김재원 대표 인터뷰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은 원격교육 분야의 난제(難題)로 꼽힌다. 실습이 제일 중요한데 원격으로는 대면 수업만큼 효율적으로 가르치기 어려워서다. 엘리스는 이런 불편함을 해결하려는 스타트업이다. KAIST 전산학부에서 인공지능(AI) 교육을 연구하던 박사과정 대학원생 김재원(34) 대표 등 4명이 창업한 원격 코딩교육 플랫폼이다.

엘리스는 2016년 카이스트 1학년 필수과목(기초 프로그래밍) 실습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지금까지 KAIST 학생 6600여 명이 엘리스로 코딩을 배웠으며 올해도 약 1500명이 엘리스를 쓰고 있다. 이 회사에 따르면, 엘리스 도입 전에 비해 수강생의 실습점수는 평균 10% 이상 상승했다고 한다. 지난해부턴 기업 시장에도 진출했다. SK네트웍스와 SK하이닉스, LG CNS 등 50여 개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엘리스로 데이터 분석 및 AI 관련 사내 교육을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누적 이용자는 7만명이다.

원격 코딩실습 플랫폼 엘리스를 만든 창업자 김재원 대표가 엘리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엘리스]

원격 코딩실습 플랫폼 엘리스를 만든 창업자 김재원 대표가 엘리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엘리스]

엘리스가 '코딩이라면 날고 긴다'는 KAIST 학생들과 IT 대기업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중앙일보는 지난 16일 김재원 엘리스 대표를 서울 서초구의 한 공유 오피스에서 만났다.

코딩교육, 원격으로는 왜 어렵나
원격 코딩교육은 일반적인 원격교육과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 강의도 중요하지만, 실습한 후 학생이 스스로 문제점을 고칠 수 있게 피드백을 주는 상호작용이 더 중요하다. 더구나 코딩은 제출받은 과제를 컴퓨터에서 실행하기 전까진 (강사도) 뭐가 문제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그런데 예전에는 학생이 코드를 짜 게시판에 비밀글로 올리면 그걸 조교가 일일이 다운 받아서 실행한 다음 평가하고 피드백을 줬다. 심지어 종이에 출력해서 평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제대로 된 피드백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세돌 vs 알파고' 때 관심 모아 

엘리스는 뭐가 다른가.
우리는 원격 실습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다. 학생이 자기 집에서 코드를 짜면 관리자 권한을 가진 조교가 실시간으로 해당 학생 화면에 접속해 그 과정을 볼 수 있다. 마치 컴퓨터에 문제가 생겼을 때 서비스센터에서 원격 접속해서 대신 고쳐주는 것과 비슷하다. 엘리스에서 학생이 제출한 과제를 본 조교가 순차적으로 피드백을 줄 수 있도록 편의성도 높였다. 또 실습환경을 가상화시켜 학생이 엉망으로 짠 코드가 조교나 학교 컴퓨터를 망가뜨리는 일도 방지했다.
만들게 된 계기는?
2015년 박사과정 연구과제로 AI 원격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연구목적으로 공개했는데 4주간 4000여 명이 접속했다. 아무런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 당시 이세돌 9단과 구글 알파고의 바둑 대국이 관심을 끌면서 우리 플랫폼에 사람이 몰렸었다. 그때 AI를 공부하고 싶어도 수학적 기초, 프로그래밍 기초가 부족한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후 프로그래밍 기초과정을 원격으로 배울 수 있게 도와주는 플랫폼을 만들게 됐다.
2016년 3월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대국을 1승4패로 마무리한 다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6년 3월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대국을 1승4패로 마무리한 다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코로나19 영향으로 원격수업이 많아졌다. 그런데 먹통을 경험했단 사람이 많다.
우리는 지난 5년 여간 KAIST에서 한 학기 수강생이 500~600명인 코딩 온라인 실습강의를 안정적으로 운영했다. SK네트웍스 등 대기업에서 2000~3000명가량의 수강자가 동시 접속한 코딩 강의도 진행 중이다. 시스템상으로는 동시접속자가 1만명이어도 가능하다. 이용자가 늘면 멀티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서버 수를 늘려 대응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과제 베끼면 AI가 적발 

원격교육으로는 학생들의 참여를 끌어내기가 어렵지 않나.
우리는 과제를 주고 이를 해결하는 방식을 지향한다. 동영상 틀어주고 보라는 게 아니라, 반드시 직접 참여해야만 수업이 가능한 과목이다. 수강자가 키보드 치는 속도를 측정한 다음 그 패턴을 분석하기 때문에, 누워서 수업을 듣는지 앉아서 듣고 있는지까지 구분할 수 있다. 코딩 과제도 축적된 빅데이터에 따라 분포도를 그려 과제 완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측한다. 접속한 시간에 컴퓨터만 켜놓고 있었던 건지 진짜 공부를 한 것인지 추정 가능하다.
원격 코딩실습 플랫폼 엘리스는 학생들이 실습한 과제 코드의 유사도를 측정해 다른 학생의 과제를 보고 베낀건지 직접 자신이 한건지 추정할 수 있다. 엘리스 플랫폼에서 각 과제를 유사도 별로 묶어놓은 화면.[사진 엘리스]

원격 코딩실습 플랫폼 엘리스는 학생들이 실습한 과제 코드의 유사도를 측정해 다른 학생의 과제를 보고 베낀건지 직접 자신이 한건지 추정할 수 있다. 엘리스 플랫폼에서 각 과제를 유사도 별로 묶어놓은 화면.[사진 엘리스]

다른 사람이 해놓은 과제를 베낄 수도 있지 않나.
코딩이 재미난 건 사람마다 짜내는 답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최종 결과물은 같더라도 누군가는 반복문으로 풀기도, 또다른 누군가는 함수를 써서 풀 수도 있다. 우리는 ‘카피 디텍터’라는 기능을 만들었다. 여러 코드 간 유사도를 비교해 누가 베껴서 과제를 냈는지 검사하는 알고리즘이다. 단순히 몇 개 코드가 비슷하다는 게 아니라 구조적으로 유사한 걸 잡아낸다. 베껴 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는 과제를 보면 실시간 수정 이력을 확인하고, 다른 사람의 코드를 복사해서 붙여넣기를 한 흔적을 찾아낼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엘리스는 파이썬 기초, 데이터 구조와 알고리즘, AI 등의 과목에 대한 실습 교육을 지원한다. 기업에서 엘리스를 통해 코딩을 공부한 이용자들의 성과가 괜찮았다. 문과 출신인 SK네트웍스의 한 직원은 우리 수업을 수강한후, 렌터카 사고가 어디서 많이 나는지를 빅데이터로 직접 분석하기도 했다. 성과를 인정받아 담당 직무도 기존 서비스기획·마케팅에서 데이터 분석으로 전환했다고 들었다. 이런 사례가 많이 나오도록 우리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확장할 것이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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