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올 가을 코로나 2차 유행" 경고에 트럼프만 "코로나 안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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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코로나19 정례 브리핑 중에 보건 전문가들을 내려다 보고 있다. 왼쪽부터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 데버러 벅스 조정관,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국장, 제롬 애덤스 공중보건 최고 책임자.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코로나19 정례 브리핑 중에 보건 전문가들을 내려다 보고 있다. 왼쪽부터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 데버러 벅스 조정관,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국장, 제롬 애덤스 공중보건 최고 책임자. [로이터=연합뉴스]

올가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유행할 것인가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보건 전문가들이 맞섰다. 백악관에 자문하는 의사와 과학자 모두 올 하반기 코로나19 2차 유행을 예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백악관 자문 전문가 모두 "올 가을 2차 유행" #트럼프만 "코로나19 다시 안 올 가능성 높다" #CDC 국장 "코로나 2차 유행" 인터뷰에 대노 #기자회견장 세워놓고 공개 정정 요구했지만 #국장 "워싱턴포스트가 맞게 인용" 정정 안 해

코로나19가 미국에 처음 상륙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재발 우려와 위험성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이자 다시 한번 오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 재확산을 경고한 당국자를 기자회견에 세워 발언을 정정하라고 몰아붙일 정도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2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올가을과 겨울에 “독감과 코로나바이러스가 동시에 유행하면 우리가 막 겪은 것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개의 호흡기 질병이 동시에 돌면 코로나19 하나만 유행하는 지금보다 보건의료체계에 더 큰 부담을 주게 되므로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CDC 국장의 해명을 예고했다. 트윗에 “CDC 국장의 코로나19 관련 발언은 가짜 뉴스 CNN에 의해 완전히 잘못 인용됐다. 그는 설명을 낼 것”이라고 올렸다. 하지만 성명 대신 레드필드 국장을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 때 연단에 세워 공개적으로 발언을 정정할 것을 요구했다.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자신의 언론 인터뷰 내용을 해명하는 모습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자신의 언론 인터뷰 내용을 해명하는 모습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불려 나온 레드필드 국장은 “나는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에 발병하면 더 힘들어지고 아마도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지, 더 나빠질 것이라고 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결국 WP 인터뷰 내용이 맞는다고 인정한 셈이다.

바로 옆에서 노려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해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말은 더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라면서 “공공보건 인프라를 확충하면 지금 같이 완화정책으로 가지 않고도 통제가 가능하다”다고 부연했다.

한바탕 소동에 대해 WP는 "변덕스럽고 때로는 부정확한 대통령의 코로나바이러스 의견에 도전하는 사람은 벌을 받거나 속죄하게 된다는 경고를 대통령이 보낸 것”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 2차 유행은 여러 전문가가 예측했다. 스티븐 한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같은 날 CBS에 출연해 올겨울 코로나19 2차 유행이 닥칠 가능성에 대해 “절대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소속 모든 의사가 2차 유행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올가을 코로나가 재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올가을 코로나가 재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AP=연합뉴스]

TF 일원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 연구소장도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가을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병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전염성 정도, 글로벌한 특성에 근거해 그렇게 확신한다. 다만, 그것이 발생했을 때 우리가 얼마만큼 통제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이 일관되게 코로나19 2차 유행을 경고하고 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코로나19가 다시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설사 다시 유행하더라도 지금 미국이 겪는 형태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면서 “(레드필드 국장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말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가 ‘그걸 어떻게 확신하느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안 돌아올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만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사인 데버러 벅스 TF 조정관에게 ‘코로나19가 안 돌아올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동의를 구했으나 벅스 조정관은 “그걸 우리는 알 수 없다”면서 “다행인 것은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할 때는 좀 더 빨리 찾아내고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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