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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부터 광저우까지…'제2의 우한' 될까 중국 다시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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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가 엄습한다. 코로나가 다시 고개를 든다. 중국은 다시 긴장 모드다.

지난 15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한 여행객이 베이징행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5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한 여행객이 베이징행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한동안 잠잠했던 감염 사례가 다시 발생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주시를 받는 곳은 세 군데다. 헤이룽장성 성도 하얼빈, 광둥성 성도 광저우, 수도 베이징이다. 지역 대표 도시로 수천만 명 이상이 밀집해 산다. '코로나 벨트'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 8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톈허 국제공항에서 마스크와 보호장구를 착용한 여행객이 공항 직원에게 문의를 하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8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톈허 국제공항에서 마스크와 보호장구를 착용한 여행객이 공항 직원에게 문의를 하고 있다.[AP=연합뉴스]

중국 정부는 이들이 '제2의 우한'이 될까 두렵다. 하얼빈은 대륙 북부, 베이징은 중북부, 광저우는 남부다. 세 곳에 코로나가 퍼진다면 대륙을 종단으로 잇는 코로나19 벨트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는 중국 정부로선 상상하기조차 싫은 코로나 2차 파동의 도래다. 중국 언론이 전하는 세 도시 상황을 살펴봤다.

하얼빈 : 1명이 70여명 전파. 무증상자 전염 비상

지난 11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의 하얼빈 국제 공항에서 경찰들이 코로나19 방역장비를 입은 채 대기하고 있다. 최근 헤이룽장성에는 해외유입 코로나19 환자로 인한 감염이 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1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의 하얼빈 국제 공항에서 경찰들이 코로나19 방역장비를 입은 채 대기하고 있다. 최근 헤이룽장성에는 해외유입 코로나19 환자로 인한 감염이 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최근 하얼빈에선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했다. 헤이룽장성 위생건강위원회는 21일 "9일 하얼빈에서 다시 신규 확진자가 나온 뒤 21일 오전 7시(현지시간)까지 집단감염으로 인한 확진자가 47명, 무증상 감염자가 25명"이라고 밝혔다.

대륙 종단 코로나 벨트 형성 조짐 #中당국, 코로나 2차파동 도래 걱정 #하얼빈 슈퍼전파자가 70여명 전파 #베이징과 광저우에서도 우려 속출 #느슨해져 싱가포르처럼 될까 걱정

이번 감염은 1명의 ‘슈퍼 전파자’ 로부터 시작됐다. 환구시보에 따르면 70여 명의 감염자에게 코로나바이러스를 옮긴 시초는 22세 중국인 여대생 한(韓)모씨다. 미국 뉴욕대 2학년에 재학 중인 한씨는 미국 뉴욕에서 출발해 홍콩과 베이징을 거쳐 지난달 19일 하얼빈에 돌아왔다.

하얼빈 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자가격리에 들어갔던 한씨는 2주간 증상이 없어 지난 3일 격리에서 해제됐다. 그런데 이 학생은 열흘 뒤 코로나19 환자로 확진됐다.

하얼빈 병원 건물 모습. [사진 진르터우타오]

하얼빈 병원 건물 모습. [사진 진르터우타오]

중요한 건 한씨가 자가격리 중에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최근 코로나19 환자 천(陳) 모(87)씨는 하얼빈 의대 부속 제1 병원과 하얼빈시 제2 병원 두 곳에 입원해 있는 동안 직간접적으로 40여 명에게 병을 옮겼다. 그런데 천씨와 식사를 같이한 한 인물 중 1명이 한씨의 집 위층에 살고 있었다.

환구시보는 “한씨가 이 이웃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것으로 보인다”며 “둘은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며 코로나19에 전염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 헤이룽장성 쑤이펀허시에서 국경 관리원이 마스크를 쓴 채 경계를 서고 있다. 최근 중국에선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러시아에서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오는 사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 헤이룽장성 쑤이펀허시에서 국경 관리원이 마스크를 쓴 채 경계를 서고 있다. 최근 중국에선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러시아에서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오는 사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헤이룽장성 당국은 긴장했다. 곧바로 하얼빈 내 주요 병원과 상점에 봉쇄 조치를 내렸다. 헤이룽장성 전역 4100여명을 대상으로 확진자와의 밀접 접촉 여부를 조사 중이다. 하얼빈 부시장과 하얼빈의대 부학장 등 방역 책임자도 징계했다.

문제는 이번 감염사태가 다른 지역으로 퍼질 우려도 있다는 점이다. 슈퍼전파자로 지목된 한씨는 3일과 4일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그때 식사한 한씨의 아버지가 수술을 위해 5일부터 3일간 상하이의 병원에 입원한 뒤 하얼빈으로 돌아왔다. 한씨 아버지의 감염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상하이에 코로나19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다는 얘기다.

中 최고 코로나 위험 지역, 베이징 차오양구

지난 20일 중국 베이징시에서 한 여성이 코로나19 보호 장구를 착용한 채 걸어가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20일 중국 베이징시에서 한 여성이 코로나19 보호 장구를 착용한 채 걸어가고 있다.[AFP=연합뉴스]

수도 베이징에선 집단감염 사태가 나오진 않았다. 하지만 중국 당국 시각은 다르다. 20일 중국 국무원(행정부)이 발표한 ‘코로나19 위험 등급 지역 보고’를 보면 알 수 있다.

중국 정부는 각 지방정부가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코로나19 현황을 모니터링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고위험 존' '중위험 존' '저위험 존' 등으로 분류해 대중에게 알리고 있다.

지난 19일 중국 베이징시 자금성에서 관리인이 마스크를 쓴 채 자금성 앞 문을 닫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19일 중국 베이징시 자금성에서 관리인이 마스크를 쓴 채 자금성 앞 문을 닫고 있다.[AP=연합뉴스]

국무원은 베이징의 차오양(朝陽)구를 전국 2857개 구(區)와 현(縣)중 유일한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인구 350만 명의 차오양구에는 외국 대사관과 언론사, 서우두(首都)국제공항, 다수의 대형 쇼핑센터들이 자리 잡고 있는 업무 중심지라는 점이 선정의 배경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차오양구 질병예방통제센터 관계자도 SCMP에 "베이징에는 드러나지 않은 위험이 상존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차오양구 내 쇼핑센터에선 철제 울타리를 치고 출입자를 대상으로 발열 검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스타벅스 직원, 1000여 명 접촉…광저우 비상

지난 2월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한 스타벅스 매장의 모습.[EPA=연합뉴스]

지난 2월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한 스타벅스 매장의 모습.[EPA=연합뉴스]

홍콩 성도일보(星島日報)와 명보(明報)에 따르면 광둥성 광저우의 한 스타벅스 매장이 지난 18일 발칵 뒤집혔다. 이곳에 근무하던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광저우 당국은 즉각 매장을 중심으로 접촉자를 추려내 코로나19 검사에 나서기로 했다. 중요한 건 이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기 직전까지 매장에서 근무했다는 점이다.

당국은 해당 직원이 고객 1000여 명과 밀접 접촉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명보는 “19일 광저우의 한 거리에선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시민들의 대기 줄이 100m가 넘었다”고 전했다.

지난 22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동물원에서 마스크와 보호모자를 쓴 아이가 걷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지난 22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동물원에서 마스크와 보호모자를 쓴 아이가 걷고 있다.[신화=연합뉴스]

물론 중국 전역의 확진자 수는 아직 많지 않다. 21일 확진자 수는 30명이다. 하지만 국내 발생자가 7명이나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추세다. 최근 들어 10명 가까운 국내 감염자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해외 유입 환자와 무증상 감염자 수도 매일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당국으로선 전체 상황은 안정 국면일지 모르지만 곳곳이 잠재적 화약고로 느껴질 터다. 자칫 방심하면 모범 방역국 평가를 받다가 순식간에 위상이 추락한 싱가포르가 될 수 있다. 싱가포르는 22일 확진자 1만 명을 넘겼다.

지난 22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동물원에서 가족이 마스크를 쓴 채 동물원을 둘러보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지난 22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동물원에서 가족이 마스크를 쓴 채 동물원을 둘러보고 있다.[신화=연합뉴스]

당장 노동절 연휴가 걱정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전 세계에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중국 국민이 해외여행을 통한 교차 감염과 국외 체류의 위험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길 바란다"며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관광 활성화로 내수를 살리고 싶으면서도, 코로나 확산이 무서운 중국 정부의 속내가 읽힌다.

차이나랩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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