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승1무3패…美·中 첨단기술 대전 현재 스코어

중앙일보

입력 2020.04.16 11:30

업데이트 2020.04.16 13:13

미·중 무역전쟁은 첨단 기술을 둘러싼 두 나라의 힘겨루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정상회의에서 만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정상회의에서 만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기술 냉전(Tech Cold War)’이라고 평가하며 이렇게 말했다. 무역 전쟁이 단순한 관세 전쟁이 아니라 정보기술(IT)·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우위를 가져가려는 다툼이란 해석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미·중 무역전쟁이 진정 상태(cooling off)를 보이지만 기술 전쟁은 가열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현재는 잠잠하지만, 양국이 첨단 기술 분야 전반에서 경쟁하면 무역 갈등보다 더 심각한 패권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 넘어 첨단기술 냉전
코로나 끝나면 패권 경쟁 가열 예상
WSJ 5가지 분야 현재까지 승패 분석

그렇다면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의 첨단 기술 싸움 전세(戰勢)는 어떨까.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가지의 첨단 기술 분야를 꼽아 살펴봤다.

5G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월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은 “중국이 5G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걸 막기 위해 미국과 동맹국이 화웨이 경쟁사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지목한 후보는 핀란드의 노키아와 스웨덴의 에릭슨이다.

WSJ는 이 말이 현재 미국의 5G 기술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봤다. WSJ는 “바 장관의 발언은 화웨이에 대적할 만한 미국 기업이 없음을 확인시켜 줬다”며 “화웨이는 기지국과 전파 수신 등 휴대폰 통신장비 세계 최대 생산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바 장관이 노키아와 에릭슨을 돕자고 한 데에도 이유가 있다. 화웨이와 유사한 업종을 가졌던 미국 기업 루센트와 모토로라가 각각 노키아와 에릭슨에 인수됐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무선 통신 기업이 있다. 시스코는 라우터와 스위치 시장에서 세계 최고다. 퀄컴과 인터디지털 등도 휴대전화 관련 기술 특허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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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 기업이 주도하는 통신 시장은 규모가 작다. 더구나 이 시장에서도 화웨이가 1등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화웨이가 앞서가는 5G 등 무선통신기술은 시간이 흐를수록 휴대전화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퀄컴과 시스코 등 미국 기업을 위협한다는 말이다.

다만 변수는 있다. 미국 정부가 논의 중인 화웨이 제재 강화 방안이다. IT 분석가 댄 왕은 “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실제로 강화하면 화웨이는 스마트폰과 5G 장비 생산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론 : 중국 승

인공지능(AI)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3년 전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AI 산업을 1500억 달러 규모까지 키워 세계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알리바바와 바이두 등 중국 IT 공룡들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며 기술 개발에 나섰다.

성과가 있었다. 현재 중국은 전자상거래 알고리즘과 안면 인식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다. 중국 사회 특성도 발전에 도움을 줬다. 14억이란 풍부한 원 데이터, 철저한 감시 통제 체제, 개인 정보 활용에 대한 관대함 등이다. 이런 특성 속에 중국은 양질의 빅데이터를 얻어 더 똑똑한 AI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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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국이 개발한 AI 기술은 미국 프로그램에 의해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AI 개발자들을 인터뷰했는데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자신들이 개발한 AI 기술은 미국 프로그램에 의해 이뤄졌다"고 고백했다. AI의 핵심은 ‘딥러닝’이다. 몇 년 전부터 구글과 페이스북 등 미국의 거대 IT 업체들이 딥러닝 모델 개발 도구를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있다. 중국 AI 제조업체도 이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더구나 중국이 강한 부분은 특정 문제만을 해결할 수 있는 ‘좁은 인공지능(ANI)’다. 미국은 주어진 모든 상황에서 생각과 학습을 하고 창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범용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igence)에서 강점을 보인다. 특히 인간과 유사한 사고를 하는 AI 분야에서 강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알파벳)이 이 분야를 선도한다. 특히 미국은 특유의 개방성으로 세계 주요 대학과 IT 기업의 인재를 흡수해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폴 트리올로 유라시아 그룹 애널리스트는 “미국은 캐나다, 유럽, 이스라엘, 심지어 중국 전문가와도 연구 교류를 하고 있다”며 “이것이 미국이 AI 분야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결론 : 미국 승

퀀텀 컴퓨팅(Quantum Computing)

지난 2018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컴퓨터 및 사무기기 박람회(CeBIT)에 소개된 IBM의 퀀텀 컴퓨터. [사진 셔터스톡]

지난 2018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컴퓨터 및 사무기기 박람회(CeBIT)에 소개된 IBM의 퀀텀 컴퓨터. [사진 셔터스톡]

퀀텀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를 뛰어넘는 연산 능력을 갖춘 컴퓨터를 말한다. 양자역학 이론에 기반을 둬 계산을 한다. 구글은 지난해 10월 자신들의 블로그에 “슈퍼컴퓨터로 1만 년 걸리는 연산을 단 200초 만에 해결할 수 있는 퀀텀 컴퓨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 외에도 IBM이 퀀텀 컴퓨팅 기술이 앞서 있다.

중국은 미국보다 연구 수준이 떨어진다. WSJ는 “중국 과학자들이 퀀텀 컴퓨터를 만들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는 (중국 기술이) 미국보다 수년은 뒤처져 있다”고 전했다.

구글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사이커모' 양자 프로세서 칩의 모습. [AFP=연합뉴스]

구글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사이커모' 양자 프로세서 칩의 모습. [AFP=연합뉴스]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퀀텀 기술은 퀀텀 컴퓨팅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다. 퀀텀 속성을 활용한 고속 통신(커뮤니케이션) 기술도 있다. 이 분야에선 중국이 앞선다. 중국에서 양자의 아버지라 불리는 판지안웨이(潘建偉) 중국과기대 교수가 주도해서 개발했다. 퀀텀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바탕으로 중국에선 2016년 세계 최초의 양자통신위성 ‘묵자(墨子·Micius)’를 발사했다.

미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의 엘사 카니아 연구원은 “미국은 퀀텀 컴퓨팅, 중국은 퀀텀 커뮤니케이션과 암호화 분야에서 앞서고 있다”며 “향후 수십 년간 이 분야의 승부는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결론 : 무승부

반도체

[사진 CNN]

[사진 CNN]

중국은 수십 년간 수십억 달러를 들여 반도체를 육성해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미국을 꺾지 못하고 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 수년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왔다. 반면 중국은 국내 시장에서 만족할만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했다. SIA 통계를 보면 지난 2018년 중국에서 판매된 반도체 칩의 47.5%가 미국산이다.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의 기술력은 아직 최고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의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 등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에 한 수 아래다. WSJ는 “중국 반도체 기업 SMI 등은 아직 한국과 대만 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초소형 반도체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이런 상황 때문에 최근 중국 기업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화웨이다. 지난해 미국의 경제제재로 화웨이는 최신 스마트폰에 미국산 반도체를 쓸 수 없게 됐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짐 루이스 부소장은 “중국이 수십 년간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어야 겨우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론 : 미국 승

자율주행차

웨이모의 자율주행차.[AP=연합뉴스]

웨이모의 자율주행차.[AP=연합뉴스]

구글의 웨이모와 GM의 크루즈는 자율주행차 개발 회사다. 업계에서 기술이 가장 앞서있다. 미국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섰다. 장애물 감지를 하기 위해 필요한 카메라 및 감지 기술 등이 여기서 개발됐다. 또한 자율주행에 필요한 반도체 산업 기반도 미국에 잘 갖춰져 있다. 이 분야에서 미국이 앞서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면 중국은 그 정도 경지가 아니다. 미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중국 기업은 자율 주행 자동차에 필요한 중요한 기술에서 해외 경쟁사보다 2~3 년 뒤처져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바이두가 ‘2019 CES ’에서 선보인 무인 자율주행 배달 차량. 월마트와 손잡고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뉴스1]

중국 바이두가 ‘2019 CES ’에서 선보인 무인 자율주행 배달 차량. 월마트와 손잡고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뉴스1]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중국의 추격이 무섭다. 바이두와 디디추싱 등 IT 기업들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자국 자동차 시장을 이용해 외국 기업과 합작을 벌인다. 이를 통해 해외 기업의 첨단 기술을 최대한 빨리 배우려 한다.

무엇보다 중국의 큰 경쟁력은 인구다. 이들이 쏟아내는 빅데이터가 중국 기업의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중국의 5G 기술이 합쳐지면 중국의 자율주행차 기술 발전 속도는 매우 빨라질 수 있다.

결론 : 현재는 미국 승. 앞으론 모른다.

차이나랩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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