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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러 챙기고 기차 타고 쓰레기 줍고… 지구를 지키는 여행법

중앙일보

입력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코로나19로 활동이 위축된 지금, 우리의 여행이 얼마나 환경에 해로웠는지 돌아볼 기회다. 전남 신안 앞바다에 쌓인 쓰레기. 중국에서 건너온 어구와 플라스틱 일회용품도 보인다. 프리랜서 장정필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코로나19로 활동이 위축된 지금, 우리의 여행이 얼마나 환경에 해로웠는지 돌아볼 기회다. 전남 신안 앞바다에 쌓인 쓰레기. 중국에서 건너온 어구와 플라스틱 일회용품도 보인다. 프리랜서 장정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지구가 깨끗해졌다. 누렜던 하늘이 파래졌고, 바닷물이 맑아졌고, 퓨마 같은 야생동물이 도심에 출몰했다. 인간이 갇혀 지낸 두어 달, 자연은 숨통이 트였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면 인간은 예전처럼 여행할 수 있을까? 아마도 다른 방식을 고민해야 할 터이다. 지구의 날 50주년을 맞아 지속 가능한 여행방법 네 가지를 소개한다. ‘지구를 살리자’ 구호만 외치지 말자. 실천 가능한 방법이 의외로 많다.

4월 22일은 지구의 날 50주년 #코로나19 사태로 지구는 외려 숨통 #환경 생각하는 여행법 의외로 많아 #

①여행 필수품 텀블러

여행할 때 개인 컵이나 텀블러를 들고 다니면 쓰레기도 줄이고 물값도 아낄 수 있다. [사진 스위스관광청]

여행할 때 개인 컵이나 텀블러를 들고 다니면 쓰레기도 줄이고 물값도 아낄 수 있다. [사진 스위스관광청]

여행 중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일회용품을 쓰게 된다. 플라스틱병에 담긴 물과 음료수를 사 마시고, 일회용 숟가락과 포크를 쓰는 게 일반적이다. 짐을 가볍게 해야 하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아시는가. 히말라야 등반을 하는 사람이 평균 72개의 플라스틱 물병을 쓴단다. 한국이 전 세계에서 플라스틱 소비량 1위를 기록했다는 부끄러운 통계(2015년 1인 평균 132㎏)도 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텀블러를 쓰자. 일회용 쓰레기도 줄이고 물값도 아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적극적으로 일회용품 퇴출에 나선 축제도 있다. 이를테면 제주올레 걷기축제 참가자는 텀블러와 숟가락을 꼭 챙겨가야 한다. 텀블러가 있어야 커피 같은 음료를 받을 수 있고, 식권을 내고 음식을 사도 숟가락을 안 준다.

②카약 타고 청소도 하고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운하에서 카약을 타고 쓰레기를 수거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사진 그린카약 인스타그램]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운하에서 카약을 타고 쓰레기를 수거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사진 그린카약 인스타그램]

환경 오염으로 가장 고통받는 건 바다다.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 중 상당수가 바다로 흘러든다. 그래서일까. 전 세계에서 여행도 하고 바다도 청소하는 활동이 활발하다. 하와이에는 ‘트래블 투 체인지’라는 비영리단체가 있다. 쓰레기를 주우며 해변을 산책하거나 요가, 서핑 등을 배울 수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선 카약을 타고 운하에서 쓰레기를 줍는 ‘그린 카약’이 인기다.

국내에도 바다 살리기에 앞장서는 이들이 있다. 자원봉사 단체 ‘세이브제주바다’는 참가자를 모집해 바다 청소에 나서고, 제주 카페들과 손잡고 텀블러 휴대 손님에게 할인 혜택을 준다. 제주올레도 코로나19 사태 이전 올레길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클린 올레’ 행사를 매달 진행했다.

③기차로 여행하기

스위스 체르마트는 기차여행을 할 수밖에 없는 동네다. 내연기관 차는 아예 마을에 들어올 수 없다. 기차나 전기차를 타야 한다. [중앙포토]

스위스 체르마트는 기차여행을 할 수밖에 없는 동네다. 내연기관 차는 아예 마을에 들어올 수 없다. 기차나 전기차를 타야 한다. [중앙포토]

코로나19가 유행한 뒤 전 세계 여객기의 90%가 공항에서 쉬고 있다. 항공산업과 수출입 업종이 타격을 입은 건 안타깝다. 하지만 공기는 깨끗해졌다. 비행기는 기차보다 10배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한다. 항공 여행이 사실상 금지됐으니 기차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스위스 산골 마을 체르마트는 아예 연료 차의 출입을 막았다. 차를 가져왔다면 체르마트 한 정거장 전 기차역에 세워두고 기차로 갈아타야 한다.

요즘 들어 자가용 사용이 부쩍 늘었다. 바이러스 감염 우려에다 기름값도 크게 내렸다. 그래도 자가용이 얼마나 환경에 해로운지 한 번쯤 고민해보자. 한국기후변화네트워크 홈페이지에서 일상생활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계산해볼 수 있다.

휘발유를 12만원어치 소비하면 이산화탄소 141kg이 발생한다. 소나무 21그루를 심어야 상쇄할 수 있는 양이다. [사진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 홈페이지 캡처]

휘발유를 12만원어치 소비하면 이산화탄소 141kg이 발생한다. 소나무 21그루를 심어야 상쇄할 수 있는 양이다. [사진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 홈페이지 캡처]

④동물과 교감하기

태국에서는 코끼리 관광이 성행한다. 코끼리를 타거나 쇼를 보지 말고 코끼리와 교감을 나누는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는 게 좋겠다. 최승표 기자

태국에서는 코끼리 관광이 성행한다. 코끼리를 타거나 쇼를 보지 말고 코끼리와 교감을 나누는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는 게 좋겠다. 최승표 기자

전 세계 여행자가 동물 구경을 즐긴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을 관람하고, 훈련받은 동물을 타고 숲을 누빈다. 이왕이면 동물을 괴롭히지 않는 동물 체험 여행에 참여해보자. 태국 치앙마이에서는 코끼리와 어울려 놀거나 보호소에서 아픈 코끼리를 돌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캐나다 밴쿠버, 미국 알래스카와 하와이 등지에서는 계절에 따라 고래 관광을 할 수 있다. 배를 타고 나가 가까이서 고래를 관찰하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동물을 만나면,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을 가두거나 길들이는 게 얼마나 이기적인 행동인지 반성하게 된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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