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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성호의 이코노믹스

기업 투자 살아나지 않는 한 추세적 주가 상승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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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동학개미운동’ 성공할까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대표이사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대표이사

개인투자자가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 ‘동학개미운동’ 얘기다.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2월 중순부터 폭락하던 각국 주가가 3월 후반부터 상당히 반등했다. 그러나 상흔은 아직도 깊다. 향후 경제와 주가에 대한 전망도 매우 조심스럽다. 그러나 이번 주가 폭락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허약한 경제와 투기성 짙은 주식매매의 한계가 코로나와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기 둔화하면 회복 어려워 #중국에 미래 먹거리 4차 산업 뒤져 #규제라도 풀어줘야 기업 숨통 트고 #성장률이 바닥 쳐야 비로소 반등

예컨대 미국의 경우 기업이익이 2018년 3분기 이후 줄었지만, 주가는 상승했다. 이는 전례가 없다. 특히 그간 미국 주식시장을 이끈 팡(FAANG, 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등 5종목)의 퍼(PER, 주당 순이익 대비 주가)가 2월엔 30~90배(애플 제외)일 정도로 과열돼 있었다. 미국 이외 세계 주요국의 기업이익도 대체로 2018년 2~3분기 이후 줄었지만, 주가는 상승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경기가 허약해지는 가운데 투기가 성행했다. 그래서 외부충격이 가해지면 주가는 벌러덩 넘어질 상황이었다.

사실 세계 경제는 지금 덩치만 크지 속 빈 강정이다. 각국 경제가 그간 부채에 의해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2001년 이후 2018년까지 대체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규모가 늘면 세계성장률이 높아졌다. 반면에 이 비율이 줄면 세계성장률이 낮아졌다. 물론 급격한 경기침체가 왔던 2009~10년 금융위기 시절은 예외적이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19년 3분기 현재 주요 43개국의 부채비율(금융권 제외)은 239%에 달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매우 위험한 수준”이라 경고한다. 이렇게 부채가 늘었지만 2019년 세계성장률은 2018년 3.6%에서 3.0%로 낮아졌다. 이제는 세계 경제가 부채로도 지탱되기 어려워진 국면에 와 있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또 이번 코로나로 인해 부채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부채로 마련된 자금의 용처가 소모성이어서 향후 세계 경제는 부채로부터 큰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기업 이익 8년 전보다 작아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이렇게 세계 경제가 허약했기에 코로나가 퍼지자 세계 경제와 주가가 흔들리고 있다. 우리 경제는 더 심각하다. 주식투자 여건이 나쁘다는 얘기다. 사실 우리의 여건은 오래전부터 좋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8년부터 급격하게 악화했다. 주식투자 여건은 기업 수익성 둔화가 여러 산업으로 확산하면서 줄곧 나빠졌다.

실제로 2008~2009년 이후 제철·가전, 2010년 이후 조선, 2010~2012년 이후 유통, 2011~2012년 이후 태양광·화학, 2012년 이후 자동차, 2016년 이후 화장품 산업의 대표기업 이익이 현저히 줄거나 정체했다. 물론 일부 기간에서 이익이 회복되기도 했지만, 대체로 반등에 그쳤다. 이익 증가 업체는 반도체 기업처럼 극히 일부였다.

성장률 바닥에서 형성된 주가 저점

성장률 바닥에서 형성된 주가 저점

급격한 경제 악화는 2018년부터 성장률이 2%대로 낮아지면서 본격화했다. 급기야 2019년 주요 160개 업체의 이익 총계가 71조2000억원으로, 8년 전인 2011년의 79조6000억원을 밑도는 지경에 처했다. 더구나 반도체·은행·증권 부문을 제외하면 이익은 34조2000억원으로 쪼그라든다. 해외 기업에 비해서도 우리 기업의 수익성 저하는 극심하다. 2018년 3분기 대비 2019년 3분기 미국 기업 이익 감소는 2.7%이었고, 우리는 45%였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세계적으로 주가가 상승할 때 우리 주가는 다른 국가보다 덜 오르고, 떨어질 땐 앞서 떨어지는 예전 양태를 보였다. 상당수 국가의 주가의 정점이 올해 1, 2월이었지만 우리 주가 정점은 2년 전인 2018년 1월이었다.

향후 주식투자의 초점은 굳어진 기업이익 둔화의 추세적 반전 여부다. 그러나 기업이익의 추세적 회복 가능성은 엷다. 국내외 장기 여건이 모두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성장률

개인투자자들이 끌어올린 주가

개인투자자들이 끌어올린 주가

우선 수출과 밀접한 세계 경기가 여의치 않다. IMF에 따르면 세계 경제 성장률은 -3%로 예측되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이다. 더구나 선진국은 물론 중국의 성장률이 2024년까지 계속 둔화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80년 이후 선진국 경기가 부진할 때 세계 경기가 전년보다 좋은 적은 2007년뿐이었다. 이런 세계 경기 전망은 우리 수출에 장기간 부담이 된다. 물론 각국이 현재 경기부양에 나선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는 당장의 경기 악화를 누그리는 단기 처방이어서 세계 경기의 장기 둔화 추세가 바뀔 것 같지 않다.

경기전망을 어둡게 하는 국내 요인으로는 우리의 낮은 국제경쟁력, 가처분소득 감소, 기업규제 등인데, 우리의 국제 경쟁력은 국제경영개발원(IMD) 기준 63개국 중 28위로 어중간하다. 세금과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가처분소득 감소 때문에 내수를 부양할 여력도 적다. 인터넷은행과 공유승차 서비스도 진전이 없다. 이러니 미래의 먹거리인 4차 산업이 중국에 추월당했다.

규제 완화를 통해 2013년 이후 10% 넘던 실업률을 지난해에 8.6%로 떨어뜨리고, 주식시장을 유럽에서 가장 활달하게 만든 프랑스가 부럽다. 요컨대 국내 주가는 국내외 여건상 단기 반등을 넘어 추세상승으로 이어지긴 버거워 보인다. 그나마 규제가 완화되면 다소 숨통을 틀 것 같다.

바닥 다지기에 5~13개월 소요

한국 증시는 이번에 세계 증시에서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던 편이지만 반등도 가장 빠른 편이었다. 이 때문에 빠른 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없지 않다. 더구나 증권사들은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로까지 예상되나, 상장사 기업이익은 전년 대비 44%가량 증가한다고 분위기를 띄운다.

이런 추정은 터무니없다. 성장률이 2.0%이었던 2019년에도 거래소·코스닥 전체 기업의 당기순이익이 43% 줄었기 때문이다. 황당한 이익추정치보다는 급격한 경기 위축 기간인 IMF 사태, IT 버블 후유증, 금융위기 시절의 주가 추이가 향후 투자판단에 도움 될 듯싶다.

우선 관심사는 장세의 안정 여부이다. IMF와 IT 버블 후유증 시절엔 2개월간 주가가 폭락했다. 두 경우 첫 달엔 주가가 내내 하락했지만, 둘째 달엔 중간 반등이 컸다. 실제의 혹독한 폭락 기간은 1개월 남짓했던 셈이다. 또 금융위기 당시 폭락 기간은 1개월이었다. 세 사례를 고려하면 주가 폭락은 3월에 마무리된 듯하다.

주가의 안정적 흐름이 주가 바닥을 뜻하진 않았다. IT 버블 후유증과 금융위기 시절에는 주가 폭락 당시가 주가 바닥 시점이었지만, IMF 시절엔 주가 폭락 진정 7개월 후에 주가 바닥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세 경우 모두 주가 바닥 시점은 성장률이 바닥이거나 반등을 시작한 직후였다. IT 버블 후유증과 금융위기 시절의 주가 바닥 시점 성장률은 당시 기준 최저였다. 또 IMF 시절 주가 저점 시점은 성장률 바닥 다음 분기였다.

주가가 저점을 형성했어도 곧바로 상승하진 않았다. IMF와 금융위기 시절에는 주가가 바닥 이후 5~6개월간, IT 버블 후유증 시절에는 13개월이나 바닥권에서 등락한 이후 상승했다. 이처럼 주가 폭락, 바닥 형성, 회복은 경기회복 정도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일반적 예상은 2분기 경기가 가장 어렵고 3분기 경기도 여의치 않은 쪽인 것 같다.

결국 통상 주가 폭락 기간이 1개월 남짓하고, 또 3월 후반 이후 반등세를 고려하면 주가 바닥은 형성된 듯하다. 하지만 경기가 충분히 회복될 때까지 주가가 바닥권에서 5~13개월가량 등락했던 예전 사례를 간과할 수 없다. 1970년 이후 주가가 바닥에서 곧바로 상승한 적은 없다. 향후의 성장률 바닥 확인과 경기회복 정도를 관찰했으면 한다.

‘신성호의 예측’이 주목되는 이유

신성호 전 대표는 IMF 시절인 1998년(당시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 1월 회사채 금리가 25~30% 선일 때 ‘연말 금리 12%’란 자료를 발표했다. 결과는 8%대로 떨어졌다. IMF 여파로 주가지수 300선 내외이던 1998년 9월에는 ‘지수 600을 내다보자’란 자료를 작성했다. 주가지수는 1000선을 넘어섰다. 코스닥이 욱일승천할 때인 2000년 2월에는 ‘투기의 주식시장’이란 자료를 발표했는데, 결국 코스닥지수가 89% 하락했다.

IBK투자증권 사장 첫해에는 전년 대비 이익을 3배가량 늘렸다. 둘째 해에는 증권업계 전체 이익이 40% 줄었지만 8% 늘렸다. 시장 상황을 정밀하게 분석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그의 예측이 주목되는 이유다.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