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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절반 무급" 디즈니 죽쑬 때, '집콕족'에 넷플릭스 웃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에 빠진 디즈니가 전체 직원 절반에게 ‘월급을 못 준다’고 선언했다.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월트 디즈니가 10만 명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 휴직을 실시한다”고 보도했다. “디즈니 전체 직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인원”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라고 FT는 덧붙였다.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영업을 잠정 중단한 미국 플로리다주 월트디즈니 월드. 연합뉴스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영업을 잠정 중단한 미국 플로리다주 월트디즈니 월드. 연합뉴스

디즈니는 현재 ‘고난의 행군’ 중이다. 주력 사업 부문인 영화 산업과 테마파크 모두가 직격탄을 맞았다. 감염 위험에 전 세계 영화관이 문을 닫거나 개점 휴업 상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자 올랜도 디즈니월드 리조트를 비롯해 미국 전역의 디즈니월드·디즈니랜드가 지난달 13일부터 영업을 중단했다. 오늘 6월 30일까지 잠정 휴업이긴 하지만 언제 다시 문을 열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중국 상하이, 홍콩 디즈니랜드는 지난 1월, 도쿄 디즈니랜드는 2월 일찌감치 휴장에 들어갔다. 올해 개장 50주년을 맞아 대대적 행사를 기획했던 디즈니랜드는 최악의 한 해를 보내게 됐다.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회장은 “월급 전액 반납”까지 선언하는 등 비용 절감을 선언했지만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했다. 직원 절반을 대상으로 기약 없는 무급 휴가를 강제해야 할 만큼 급박한 상황이다. FT는 “디즈니는 최근 5주간 미국과 유럽 지역의 테마파크·호텔 등의 운영을 중단했는데 이번 무급 휴가로 월 5억 달러(약 6100억원) 정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디즈니 주가도 고전 중이다. 지난 17일 주당 106.63달러로 마감했는데 올 들어 28% 하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 시청자가 늘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 시청자가 늘었다. 연합뉴스

디즈니와 함께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넷플릭스 상황은 정반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전국 단위의 ‘셧다운(Shut down, 폐쇄)’ 조치를 시행한 지난달 13일 이후 넷플릭스 주가는 수직 상승하기 시작했다. 한 달 전만 해도 주당 300달러 선을 오가던 주가가 이달 들어 40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16일엔 역대 최고액인 449.52달러를 장중 찍기도 했다. 이동 제한 조치로 발이 묶인 사람들이 동영상 스트리밍(OTT) 서비스인 넷플릭스에 몰리면서다.

넷플릭스를 겨냥해 디즈니가 자체 OTT인 ‘디즈니 플러스(+)’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역부족이다. 역대급 히트작 탄생이 넷플릭스의 ‘나 홀로 호황’에 힘을 실었다. 블룸버그통신은 “‘타이거 킹(Tiger King)’이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며 “디즈니 플러스는 넷플릭스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타이거 킹 : 무법지대’는 미국 오클라호마주에서 사설 동물원을 운영하는 조 이그조틱과 그 주변 인물을 다루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엽기적 내용이 주를 이룬다. 코로나19로 집에 갇힌 시청자가 이 방송에 몰렸다. 시청자 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방영 시작 열흘 만에 누적 시청자 수는 3400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 방송 CNN은 “코로나19와 타이거 킹이 만나자 넷플릭스 주가 상승세가 디즈니를 비롯해 다른 경쟁자를 압도하고 있다”고 짚었다. 17일 기준 넷플릭스 시가총액은 1856억 달러로, 디즈니 1925억 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디즈니는 미국 엔터테인먼트주 1위 자리를 넷플릭스에 곧 넘겨줘야 할 처지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타이거 킹 : 무법지대'의 주인공 조 이그조틱. 연합뉴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타이거 킹 : 무법지대'의 주인공 조 이그조틱. 연합뉴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올 들어 넷플릭스 주가는 36% 급등했고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며 “(미국 내) 이동 제한, 자택 근무 권고 조치도 풀리지 않았고, 마땅한 경쟁자도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는 만큼 넷플릭스 호황은 당분간 이어지겠다”고 전망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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