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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태양' 담을 그릇인 ITER 진공용기 국내서 첫 완성

중앙일보

입력

프랑스 남부지방 소도시 카다라슈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ITER는 축구장 60개 규모의 60만㎡ 부지에 짓고 있다. [사진=ITER 국제기구]

프랑스 남부지방 소도시 카다라슈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ITER는 축구장 60개 규모의 60만㎡ 부지에 짓고 있다. [사진=ITER 국제기구]

‘미래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핵융합 발전을 위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장치의 부품 일부가 국내에서 완성됐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ITER 장치의 핵심품목인 ‘진공용기(Vacuum Vessel)’의 6번 섹터가 현대중공업에서 완성돼 프랑스로 운송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프랑스는 ITER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진공용기는 핵융합로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구조물로, 핵융합 반응을 견디는 일종의 ‘그릇’ 역할을 한다. 핵융합 반응은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발생시키는데ㅡ 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고진공 환경을 구현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3차원 형상을 갖는 특수 스테인레스강 소재의 2중 격벽 형태로 제작된다.

ITER 진공용기 조립 모습 [사진 국가핵융합연구소]

ITER 진공용기 조립 모습 [사진 국가핵융합연구소]

최종 조립 시 도넛 모양의 초대형 구조물(총 무게 5000t)인 진공용기는 총 9개의 섹터로 나뉜다. 그 중 이번에 완성된 6번 섹터는 진공용기 조립 설치의 기준점으로, 가장 먼저 제대로 설치돼야 다른 섹터들이 순차적으로 들어올 수 있다. 가장 먼저 제작되는 만큼 각종 기술적 난제들을 먼저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ITER 건설 과정의 ‘아이스 브레이커’로 불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번 진공용기 섹터의 완성은 ITER 건설이 본격 장치 조립 설치 단계에 들어서게 됨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진공용기 제작을 맡은 현대중공업 한영석 사장은 “많은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계약 10년 만에 성공적으로 완료할 수 있게됐다”고 밝혔다. 현재 9개 섹터 중 4개 섹터는 현대중공업에서, 나머지 5개 섹터는 유럽연합(EU)에서 제작 중이다.

핵융합발전은 수소 핵융합 과정에서 나오는 열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태양과 같은 원리로 이뤄지기 때문에 ‘인공태양’이라 불린다. 또 우주의 80%를 차지하는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하고, 핵분열을 이용하는 원자력발전과 달리 폭발이나 방사능 위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청정 미래 에너지’로서도 주목 받고 있다. ITER은 이 같은 핵융합발전을 실현하기 위해 2007년부터 한국과 미국ㆍ중국ㆍ일본ㆍ러시아ㆍEUㆍ인도 등 7개국이 힘을 합쳐 만들고 있는 일종의 실험로다.  2025년 완공이 목표이며, 현재 공정률은 70%를 넘어섰다.

 ITER 조감도 [사진=국가핵융합연구소]

ITER 조감도 [사진=국가핵융합연구소]

한편 이날 오후 2시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제작 성공을 축하하기 위한 기념식도 열렸다.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이경수 ITER국제기구 전 부총장 등이 참석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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