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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자"는 장관 자르고 "일터 가라"는 대통령…브라질 분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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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전염병 대응 수장을 교체해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중남미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온 브라질에서 군인들이 병원 주위를 순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남미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온 브라질에서 군인들이 병원 주위를 순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루이스 엔히키 만데타 보건부 장관을 해임하고 종양 전문의 네우손 루이스 르페를리 타이시를 새로운 장관으로 임명했다.

만데타 전 장관은 브라질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이후 대통령과 내내 갈등을 빚어온 인물이다. 보우소나루가 경제 회생을 강조하며 외출을 독려하는 등 국제사회의 여러 지침을 무시한 반면, 만데타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력하게 주장해온 탓이다.

중남미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오고 사망자 증가세도 가파른 탓에 여론은 만데타 전 장관의 편이었다. 세르지우 모루 법무부 장관 등 주요 부처 관료들이 그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조했고 시민들도 이를 지지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수세에 몰리자 보우소나루가 만데타를 전격 해임한 것이다. ABC 방송은 "많은 시민은 여전히 만데타 전 장관을 지지하고 있다"며 "보우소나루는 점차 더 큰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18일 여론조사기관 다타폴랴가 내놓은 발표에 따르면 만데타 해임에 대해 '잘못됐다'고 답한 응답자가 64%에 달했다. '잘했다'는 답변은 25%에 그쳤다. 주요 대도시에선 잠시 주춤했던 '냄비 시위'도 다시 시작됐다. 포린폴리시(FP)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선 시민들이 발코니로 나와 냄비를 두드리며 '보우소나루는 살인자'라고 소리치고 분노를 표했다"고 17일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에 대한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다 보건장관까지 해임해 큰 비판을 받고 있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에 대한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다 보건장관까지 해임해 큰 비판을 받고 있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경제 회생을 위해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은 물론 "상황이 악화하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발언하는 등 비판 여론에 오히려 더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일부 이웃 국가들과의 국경을 다시 여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각 주(州)의 주지사들은 여전히 격리 조치를 시행하고 있어 브라질 사회의 혼란이 예상된다.

보우소나루가 이상한 '마이웨이'를 고집하는 것은 경제 상황이 워낙 심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 브라질의 성장률은 -5.3%다. 이 전망대로라면 브라질 경제는 최근 30년간 볼 수 없었던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게 된다.

브라질 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18일 기준 3만 6925명으로 집계됐으며 누적 사망자는 2372명이다. 그러나 실제 사망자는 정부 발표보다 9배 가까이 높을 수 있단 예측도 나오고 있다. FP 등 주요 외신은 "인구 밀집도가 매우 높은 빈민가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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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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