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원상 수상자 조장희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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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과학자의 업적을 중시해 수상자를 선정했다는 한림원측의 설명을 듣고 무척 영예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제 1회 한림원상 수상자로 선정된 조장희(64)박사는 17일 "많은 상들이 업적을 중시한다고 하면서 실제 그런 방향으로 시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면서 이처럼 소감을 밝혔다.

조박사는 핵자기공명촬영장치(MMR) 개발의 주역으로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요즘 병원에서 많이 사용하는 첨단 의료장비 연구개발의 세계적 권위자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스웨던 웁살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후 스톡홀름대 교수를 거쳐 35살에 미 캘리포니아대 부교수가 됐다.

"70년대부터 뇌의 영상을 찍는 연구를 해왔습니다. 동위원소를 써서 양전자단층 촬영을 통해 머리의 기능을 볼 수 있는 기계를 만들었지요. 28년이 지난 요즘은 이런 연구가 많은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조박사는 지난 98년 침술이 뇌에 직접 작용해 특정 신체부위를 활성화시킨다는 경희대 한의대와의 공동 연구결과를 미국의 과학전문지 ´디스커버´에 발표하기도 했다. 이 연구는 침술이 뇌와 관계없이 질병에 대한 치료효과를 나타낸다는 기존 학설을 뒤엎는 것이어서 큰 관심을 모았다.

"요즘도 침점에 침을 꽂은후 뇌의 변화를 MMR를 통해 관찰하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1천500개의 침점이 신체 어떤 부위에 각각 영향을 미치는 가를 규명하는 데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입니다."

조박사는 "미국에서도 이런 대체의학쪽에 많은 관심이 일고 있다"면서 "미국 국립보건원도 올해 대체의학연구예산을 2백만달러에서 서너배나 늘렸다"고 전했다.

조박사가 침술의 효과에 관심을 가진 것은 지난 92년 허리통증이 심해 침을 맞은 것이 계기가 됐다. 침을 맞은후 15분후 통증이 가시자 도대체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지 호기심이 일어 연구에 뛰어들게 된 것.

"21세기 한국의 노벨상 도전은 우리 고유의 것을 활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대 과학과 3천년의 경험이 축적된 침술을 접목시키는 연구가 바로 그런 표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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