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잊지 않을게요”…세월호 6주기, 광화문광장 찾은 시민들

중앙일보

입력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참사 추모시설 ‘기억과 빛’. 이가람 기자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참사 추모시설 ‘기억과 빛’. 이가람 기자

세월호 참사 6주기인 16일 서울 광화문광장 추모시설에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해마다 광장에서 열리던 단체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취소됐지만, 시민들의 추모 행렬까지 막을 순 없었다.

“6년이 지나도 못 잊어”

추모시설 ‘기억과 빛’은 평소 오전 11시에 문을 연다. 이날은 참사 6주기를 맞아 15분 이른 10시 45분에 개관했다.

문을 열자마자 한 수녀는 꽃다발을 놓고 기도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추모 미사를 통해 희생자들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했는데 올해는 신종 코로나로 미사를 열지 못했다”며 “아쉬운 마음에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추모공간을 찾는 시민은 더 많아졌다. 희생자 304명의 사진이 액자로 걸려 있는 입구 앞으로 줄이 생길 정도였다.

시설 관계자는 “혹시 모르니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켜주시기 바란다”며 협조를 구했다. 대학 동기들과 이곳을 찾은 이모(30)씨는 “6년이 지났지만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마음은 여전하다”며 “유가족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추모를 끝내고 ‘잊지 않을게요’라고 방명록을 남겼다.

대학생 김나영(23)씨는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또래라 매년 이곳을 찾게 된다”며 “오늘은 ‘참사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처럼 취업 고민도 했을 친구들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추모를 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교사 김모(43)씨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세월호 관련 뉴스를 접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며 “온라인으로 추모가 가능하지만, 참사를 더욱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한 시민이 방명록을 남기고 있다. 이가람 기자

한 시민이 방명록을 남기고 있다. 이가람 기자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

이날 광화문 광장에서는 ‘세월호 참사 6주기 추모 및 진상규명 촉구 1인 시위’도 열렸다. 시위엔 150여 명이 참여했는데, 현재 광화문광장에서 집회·시위가 금지된 탓에 150여 명이 각자 1인 시위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오전 11시~오후 1시 희생자의 이름과 진상규명 촉구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광화문 광장을 둘러쌌다. 세종대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운전자들과 광장 건너편 시민들은 이들이 들고 있는 피켓을 한동안 바라봤다.

시위를 주관한 관계자는 “안산에서 유가족 위주로 기억식이 열릴 예정이지만, 그런 추모행사만으로는 아쉬움이 많다”며 “진상규명 등 과제가 많이 남은 만큼 더 많은 사람에게 세월호 참사를 알리고자 시위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를 의식해 1인 시위 간격은 15m 이상을 유지했다. 주최 측은 참가자들에게 노란 리본이 새겨진 검은색 면 마스크를 나눠줬다.

‘1인 시위’에는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사고(2017년 3월 31일)의 유가족 2명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허경주(41)씨는 ‘스텔라데이지호 진상규명’ 글귀의 외투를 입고 “광화문 광장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운동을 할 때 세월호 유가족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같은 해양 사고를 당한 사람들끼리 연대하고 응원한다는 마음에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가람·김민중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